19세기 후반 왕실과 사대부에서 유행하던 그림이 보존 처리를 거쳐 선명하고 화려한 색감을 되찾았다. 아울러 그림 표지 제작과정에서 지방 군역 조사 문서가 재활용된 것도 새롭게 밝혀졌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은 미국 시카고미술관(관장 제임스 론도)이 소장한 조선후기 회화 '곽분양행락도(郭汾陽行樂圖)' 보존처리를 마치고 30일 정재문화재보존연구소에서 공개했다. 재단은 '국외문화재 보존·복원 및 활용 지원 사업'의 일환으로 지난해 8월 보존처리 작업에 착수해 지난 10개월 만에 거둔 성과다.
이 그림은 중국 당나라 시대에 한평생 부귀영화를 누린 노년의 분양왕 곽자의(郭子儀·697~781)가 호화로운 저택에서 가족과 함께 연회를 즐기는 모습을 담은 19세기 후반 조선 후기 회화다. 무장으로서 성공했고, 무병장수한데다 자손들도 번창해서 세속적 성공을 상징하는 인물이다. 조선시대 사대부와 왕실에서 '곽분양행락도'를 만들어 소장하는 것이 조선후기에 크게 유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작품은 8폭 병풍(187.1×430.8cm) 형태로 담겼다.
보존처리 후 곽분양행락도 [사진 제공 =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재단에 따르면 시카고미술관 소장 작품은 현존하는 '곽분양행락도' 중에서도 필치가 고르고 우수하며, 색채도 잘 남아 있는 편에 속한다. 화면의 전체적인 구도, 제재를 화면에 구성하는 방식, 채색의 색감, 인물 묘법, 각종 장식적 요소를 보면 이 작품은 왕실에서 사용됐다 짐작할 만큼 격식과 수준을 갖췄다는 평가다.이 작품은 한때 중국 특사로 근무했던 미국의 기업 변호사인 윌리엄 칼훈(1848~1916) 유족이 1940년 시카고미술관에 기증한 것이다.
지방 공문서인 `증산현갑자식남정안(甑山縣甲子式男正案)`(1864, 고종1년) [사진 제공 =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아울러 이번에 보존처리 과정에서 19세기 후반 작성된 다양한 조선시대 행정문서들이 '곽분양행락도' 배접지(표지에 덧붙인 종이)로 사용된 사실도 확인됐다. '증산현갑자식남정안(甑山縣甲子式男正案)'(1864), '정묘사월군색소식(丁卯四月軍色消息)'(1867) 등 문서가 일종의 파지로 일부 활용됐다. '증산현갑자식남정안'은 1864년 평안남도 증산현에 거주하는 남정들의 군역을 조사한 호구 단자로 품관, 성명, 나이, 출생년 등이 수록된 지방 공식문서에 해당했다. 또 정묘사월군색소식은 1867년 문서여서 이 작품 제작 시기가 그 이후임이 확인됐다.재단 측은 지난 2013년부터 현재까지 '국외문화재 보존·복원 및 활용 지원 사업'을 통해 총 9개국 26개 기관을 대상으로 105점의 국외소재문화재를 보존처리해 현지에서 전시·활용되도록 했다고 밝혔다.
[이한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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