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세대 1주택자에 대해 재산세, 종합부동산세(종부세) 등 부동산 관련 보유세를 2020년 수준으로 돌려놓고, 일시적 2주택자에 대한 취득세 중과 제 인정 기한을 1년에서 2년으로 늘린다.
정부는 3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이런 내용 등을 담은 민생안정대책을 확정했다.
이번 민생 대책에는 중산·서민층 주거를 안정시키기 위한 방안으로서 보유세(종부세+재산세) 완화 방안이 포함됐다. 정부는 오는 7~9월에 보유세 부담을 2020년 수준으로 환원할 수 있도록 세제 개편을 추진키로 했다.
구체적으론 재산세의 경우 2022년 대신 2021년 공시가격을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이로써 6억원 이하 1주택을 가진 사람의 올해 재산세 부담은 2020년보다 낮아진다. 6억원 이하 1주택자의 재산세 부담이 2020년보다 완화되는 이유는 지난해 신설한 '특례세율' 덕분이다. 이 특례는 재산세율을 구간별로 0.05%포인트 인하해 주는데, 여기에 공시가격까지 2021년으로 되돌릴 경우 전체 1주택자의 약 91%에 해당하는 6억원 이하 주택(896만가구)은 2020년보다도 재산세 부담이 완화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종부세의 경우 현재 100%로 적용돼 있는 공정시장가액비율(세금 부과하는 기준인 과세표준을 정할 때 적용하는 공시가격의 비율)도 인하한다. 종부세는 공시가격에서 일정 금액을 공제한 후 공정시장가액비율을 곱한 금액으로 과세표준을 산출하기 때문에 이 비율이 내려가면 세금 부담도 함께 완화되는 효과가 있다. 종부세는 세부담 강화 측면에서 공정시장가액을 지난해 95%, 올해 100%까지 올려왔다. 재산세의 경우 적용되는 공정시장가액비율은 현재도 60%로 변함이 없다. 다만 구체적인 인하 폭은 관련 법 개정이 이뤄지는 대로 결정하기로 했다.
상대적으로 고가 주택을 보유한 1주택자의 재산세 부담도 함께 내려간다. 이번 부담 완화 방안이 적용되면 올해 공시가격 12억5800만원 주택을 보유한 1주택자가 납부해야 하는 재산세는 당초 392만4000원에서 325만5000원으로 66만9000원 절감되는 효과가 있다.
정부는 우선 현재 추진 중인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도 재검토하기로 했다. 다음달 중 연구용역을 시작으로 관계 부처 협의와 전문가 자문 등을 거쳐 연말까지 수정 계획을 확정한다는 목표다. 수정된 현실화 계획은 내년 공시가격 공시분부터 적용한다.
전 정부에서 2020년 11월 발표한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은 재산세·종합부동산세 등의 과세 기준이 되는 공동주택 공시가격을 2030년까지 시세의 90% 수준으로 인상하는 내용을 담았다.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 현실화율(시세 대비 공시가 비율)은 평균 71.5%인데, 이를 단계적으로 올려 시세를 제대로 반영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는 가운데 공시가격 현실화 작업까지 이뤄지면서 다주택자는 물론 실수요 1주택자의 세금 부담도 지나치게 가중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대해 정부는 "현실화 계획 재편을 통해 부동산 가치 평가의 불균형 해소와 과도한 국민 세 부담 방지라는 두 가지 목표를 조화롭게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계획 수정 방향은 정해지지 않았으나, 현실화율 목표를 80% 선으로 낮추거나 목표 도달 기한을 2030년 이후로 연장하는 등의 방식이 거론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올 3분기(7~9월) 중 지난해 공시가 적용을 포함한 보유세제 개편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올해 종부세 고지서가 11월에 발송되는 점을 고려하면 늦어도 8월 말까지는 제도 정비를 마쳐야 하는 상황이다.
아울러 정부는 일시적 2주택자가 취득세 중과 배제를 받기 위한 요건도 완화하기로 했다. 일시적으로 주택 2채를 보유하게 된 사람이 취득세 중과를 피하려면 일정 기한 내에 주택 1채를 처분해야 하는데, 이때 처분 기한을 1년에서 2년으로 늘려주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이달 말부터 입법예고 등의 개정 절차를 진행하되, 새 정부가 출범한 5월 10일부터 소급 적용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기존 제도에서는 서울 등 조정대상지역에서 일시적 2주택자가 된 경우 신규 주택을 취득한 날로부터 1년 이내에 종전 주택을 양도하지 않으면 8%(2주택) 또는 12%(3주택 이상)의 중과세율로 취득세를 내야 했다. 이때 1년이라는 기한이 너무 촉박하다 보니 일부 매도자들이 주택을 급매 처분하거나, 불가피하게 중과된 취득세를 납부해야 하는 경우가 발생했다.
양도소득세의 경우 이미 일시적 2주택자의 중과 배제를 위한 주택 처분 기한이 1년에서 2년으로 연장된 상태다.
이를 고려해 양도세와 유사한 거래세인 취득세도 처분 기한을 함께 연장하기로 한 것이다.
정부는 "최근 주택 거래 위축 등으로 인해 일시적 2주택자의 세 부담이 부당하게 중과되는 사례를 방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조성신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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