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전문가들은 우리나라 금융시스템의 주요 리스크(위험) 요인으로 원자재 가격 상승과 글로벌 공급망 차질 등에 따른 '물가 상승 압력'을 가장 우려한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이와 함께 금융시스템 위기를 초래할 수 있는 1년 이내 단기 충격이 발생할 가능성은 코로나19 사태 발생 이후 가장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은행은 30일 국내 금융기관 전문가 80명(해외 금융기관 한국 투자 담당자 10명 포함)을 상대로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13일까지 조사한 '2022년 상반기 시스템 리스크 서베이'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시스템 리스크란 외환위기 때처럼 환율, 주가 등 각종 변수가 요동치며 실물경제에 심각한 파급 효과를 미치는 상황으로 금융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는 상태를 말한다.
조사결과 금융전문가들은 우리나라 금융시스템의 주요 리스크로 원자재 가격 상승, 그리고 글로벌 공급망 차질 등에 기인한 물가 상승 압력(응답비율 79.9%)을 1순위로 꼽았다.
주요국의 통화정책 정상화(55.4%)를 우려하는 응답도 많았다. 이어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지정학적 리스크 확산(41.2%) 등의 순으로 지목했다. 응답비율은 복수응답 기준으로 응답자별로 5개 리스크를 응답하도록 한 후 리스크별 응답 합계를 응답자 수로 나눠 계산한 것이다.
지난해 하반기 조사와 비교해 주요 리스크 요인에 대한 응답률을 보면 이번 조사에서 3개 요인이 상승하고 3개 요인이 하락했다. 2개 요인은 새로운 리스크로 지목됐다.
우선 주요 리스크 상승 요인을 보면 원자재 가격 상승 및 글로벌 공급망 차질 등에 따른 물가상승 압력(55.4%→79.9%), 주요국의 통화정책 정상화(41.9%→55.4%), 시장금리 급등(24.3%→33.5%)에 대한 응답률이 상승하면서 주요 리스크 요인으로 부각됐다.
반면, 가계의 높은 부채 수준(52.7%→43.8%)이 소폭 하락한 가운데 부동산 시장의 불확실성, 글로벌 자산 가격의 급격한 조정은 주요 리스크 요인에서 제외됐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지정학적 리스크 확산,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는 이번 조사에서 새 리스크 요인으로 선정됐다.
발생 시계(視界)는 주요 리스크 요인 중 원자재 가격 상승 및 글로벌 공급망 차질 등에 따른 물가상승 압력, 주요국의 통화정책 정상화,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지정학적 리스크 확산, 시장금리 급등,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는 대체로 단기(1년 이내)에, 가계의 높은 부채 수준은 중기(1~3년)에 위험이 현재화될 가능성이 있는 리스크 요인으로 응답했다.
단기에 금융시스템의 안정성에 영향을 미치는 충격이 발생할 가능성은 지난해 하반기 조사 대비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구체적으로 '매우 높음' 또는 '높음'으로 응답한 비중이 상승(12.5%→26.9%)한 반면, '낮음' 또는 '매우 낮음'으로 응답 비중은 소폭 하락(38.8%→32.1%)했다.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한 2020년 상반기에는 이같은 응답 비중이 38%로 정점을 찍었다. 이후 그해 하반기 20%, 지난해 상반기 9%, 하반기 12.5%, 이어 올해 상반기 26.9%를 기록해 코로나19 발생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자료 제공 = 한국은행]
우리나라 금융시스템의 안정성에 대한 신뢰도(향후 3년간)는 지난해 하반기 조사 대비 소폭 하락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으로 조사됐다. 우리나라 금융시스템의 안정성이 '매우 높음'(1.3%), '높음'(51.9%) 또는 '보통'(43.0%)으로 응답한 비중이 전체의 96.2%를 차지했다.이번 설문조사에 참여한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금융시스템의 안정성 제고를 위해 물가안정, 가계부채 및 부동산시장 안정화, 금융기관의 자산건전성 관리 등이 현시점에서 긴요한 과제"라고 응답했다.
특히, 물가와 관련해서는 "통화정책 완화 수준의 축소에 대해 시장에 분명하고 일관된 신호를 전달하는 등 효율적인 통화정책을 통해 물가 상승세를 억제하고 기대인플레이션을 낮출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전종헌 매경닷컴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