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유도제를 불법으로 투여했다가 환자가 사망하자 시신을 유기해 면허가 취소된 의사에게 법원이 재기할 기회를 줘야 한다고 판결했습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 5부는 전직 의사 A씨가 보건복지부 장관을 상대로 낸 면허 재교부 거부처분 취소 소송을 원고 승소로 판결했습니다.
서울의 한 병원 원장이던 A씨는 2012년 지인에게 향정신성의약품을 불법 투약했고, 지인은 약물 부작용으로 사망했습니다.
당황한 A씨는 지인의 시신을 차량에 실어 한강공원 주차장에 버려두고 도주했다가 경찰 수사가 시작되자 자수했습니다.
재판에 넘겨진 그는 마약류관리법위반과 업무상 과실치사, 사체유기죄 등으로 징역 1년6개월과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았고, 보건복지부는 A씨의 의사 면허를 취소했습니다.
이후 면허 재교부 제한 기간인 3년이 지나 A씨는 의사 면허를 다시 교부해달라고 신청했으나 보건복지부가 거부하자, 지난해 3월 행정소송을 제기했습니다.
A씨 측은 재판 과정에서 오랜 기간 자숙하면서 깊이 반성했다”며 (의사 면허 취소로) 감당해야 하는 불이익이 너무 크고 가혹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재판부는 비록 중대한 과오를 범했지만 의료인에게 한 번 더 재기의 기회를 줘 의료기술이 필요한 현장에서 봉사할 기회를 주는 것이 공익에 부합한다”며 A씨의 주장 대부분을 받아들였습니다.
의료법에 따르면 의사 면허를 취소할 수 있는 경우는 직무와 관련한 고의범죄 등으로 극히 제한적으로, 과실에 의한 범죄나 사체유기와 같이 직무와 무관한 범죄의 경우 해당하지 않습니다.
아울려 면허가 취소되더라도 취소 사유가 없어지거나 잘못을 뉘우치는 마음이 뚜렷이 보인다고 인정되면 면허를 재교부할 수 있습니다.
보건복지부는 이번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습니다.
[민지숙 기자 knulp13@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