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서부지역을 중심으로 높은 인플레이션에 극심한 가뭄이 겹치면서 쇠고기 가격이 급등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2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미국의 쇠고기 소비자가격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14% 올랐다. 대형 목장이 밀집된 미국 서부에서 가뭄이 수년째 이어지고 들불 피해까지 겹치면서 목초지 면적이 줄어든 것이 주된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소의 주식인 초원에서 자라는 풀이 충분하지 않으면 값비싼 가축용 사료를 먹일 수밖에 없다. 그만큼 축산 농가들의 수익성이 악화되기 때문에 올해 초부터 미국의 축산 농가들이 사육두수를 줄여 왔다는 것이다. 미국 농무부(USDA)는 건조한 날씨와 운영비용 증가에 올해 1분기 동안 육우 암소 개체를 줄이는 속도가 예년에 비해 빨라졌다고 발표했다. 이로 인해 물가난이 심화하고 내년 소 가격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육류가공업체들도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미 최대 육류가공업체 타이슨푸드는 지난 1월 2일부터 4월 2일까지 육우 매입비용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5억4500만달러(약 6800억원)가량 늘었다고 밝혔다.
도니 킹 타이슨푸드 최고경영자(CEO)는 "우리는 지난 2년간 놀라운 수익률을 기록했지만, 앞으로도 높은 수익성을 유지할 것이라고는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소비자들의 구매 성향도 바뀌고 있다. 식료품 가격 상승에 쇠고기보다 돼지고기나 닭고기를 구매하는 소비자가 증가하고, 가격이 저렴한 자체 브랜드(PB) 상품으로 관심을 돌리고 있다는 것이다.
존 퍼너 월마트 미국 법인 대표이사는 "식료품 물가가 오르면서 소비자들이 육류와 유제품을 상대적으로 값싼 PB 상품을 고르는 경우가 늘었다"고 전했다.
[이가람 매경닷컴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