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尹 대통령, 女장관 '깜짝인선'…'여성할당'으로 방향키 돌리나
입력 2022-05-27 17:12 
윤석열 대통령이 27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사진 =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능력 위주 인선'에서 '여성 할당'으로 방향을 틀었다. 한미정상회담과 국회의장단 만찬에서 나온 '여성장관 부족'과 관련한 지적을 고려한 모습이다. 일각에선 "6·1 지방선거와 민심을 의식한 정무적 판단"이라는 평도 나온다.
윤 대통령이 한 번에 세 명의 여성 후보자를 장·차관 후보자로 발탁했다.
윤 대통령은 26일 김인철·정호영 후보자의 자진사퇴로 공석이 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보건복지부 장관 자리에 박순애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와 김승희 전 국회의원을 각각 내정했다. 차관급인 식품의약품안전처장엔 오유경 서울대 약학대학 학장을 임명했다.
'여성장관 부족' 지적이 이어지자 윤 대통령은 '능력 위주 인선'에서 '여성할당제 인선'으로 눈을 돌리는 모습이다.

김상희 국회부의장은 지난 24일 전반기 국회의장단 만찬에서 윤 대통령에게 "유감스럽게 생각하는 젠더 갈등"이라고 말했다. 이에 윤 대통령은 "공직 인사에서 여성에게 과감한 기회를 부여하도록 노력하겠다"며 "제가 정치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돼 시야가 좁아 그랬던 것 같다. 이제 더 크게 보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윤 대통령은 앞서 21일 치러진 한미정상회담에서도 "여성 장관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당시 미국 워싱턴포스트 소속의 한 기자가 윤 대통령에게 "지금 (한국의) 내각에는 여자보다 남자만 있다"고 질문했다. 이에 윤 대통령은 "지금 공직사회에서 여성이 많이 올라오지 못했다"며 "(여성에) 기회를 더 적극적으로 보장하겠다"고 말했다.
이같은 윤 대통령의 '여성 인선' 행보에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26일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에 박순애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왼쪽부터)를, 보건복지부 후보자에 김승희 전 의원, 식품의약품안전처장에 오유경 서울대 약학대학장을 각각 지명했다. [사진 = 대통령실 제공]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은 윤 대통령이 여성 장·차관을 한 번에 3명 발탁한 데 대해 "순발력이 보통이 아니다"며 "윤석열 대통령께서 교육부, 보건복지부 장관, 식약처장을 여성으로 지명하신 것을 환영하고 박수를 보낸다"고 칭찬했다. 그러면서 "장·차관, 수석직에는 호남 출신이 거의 배제됐다. 이것도 개선하겠다 약속하시면 얼마나 좋겠나"라고 덧붙였다.
반면 야당에선 지명된 후보자들의 '막말 논란', '능력 부족' 등을 문제 삼아 비판하고 나섰다.
민주당 복지위 소속 의원들은 김승희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에 "손에 꼽히는 '막말 정치인'으로 알려진 인물"이라며 비난했다. 김 후보자는 지난 2019년 국정감사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의 기억력을 언급하며 "건망증이 치매 초기 증상으로 나타날 수 있다"고 말해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민주당 의원들은 "내각 인선에 여성이 없다는 국내외의 비판을 의식해 부랴부랴 여성 정치인 출신을 내정한 것으로 보인다"며 "김승희 내정자는 국회의원 임기 중에 혐오 조장과 막말로 인해 국회 윤리위원회에 제소됐을 뿐만 아니라, 그 이유로 지난 총선에서 국민의힘 공천에서조차 탈락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지적했다. 고민정 의원도 윤석열 정부의 인사에 대해 "무엇을 하든 상상 그 이상을 보여주는 인사"라며 비판했다.
윤 대통령의 인사 패러다임이 변화한 데 대해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이날 매경닷컴과의 통화에서 "6·1 지방선거와 민심을 의식한 정무적 판단"이라고 평가했다. 박 평론가는 "애초 윤 대통령의 인선 논조는 '능력 위주로 뽑겠다' 였다"면서 "하지만 논조 그대로 가다 보니 여성의 반발이 심해지고 있고, 외신기자가 지적할 정도로 여론도 좋지 않아 이런 인선을 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러나 윤 대통령의 이런 판단이 잘못된 것은 아니다"면서도 "단, 앞으로 여성 할당제가 계속 이어질지는 미지수"라고 덧붙였다.
[변덕호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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