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비트코인 4800만원에…북한 지도부 제거 작전계획 샜다
입력 2022-05-27 11:34 
[사진 출처 = 연합뉴스]

비트코인에 포섭돼 북한 공작원의 지령을 받고 국군 전산망을 해킹하려고 한 혐의로 붙잡힌 현역 장교가 기밀 자료 중 하나인 북한 수뇌부 제거 작전부대의 계획을 이미 북측에 넘긴 것으로 드러났다.
26일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강대식 의원에게 국방부가 제출한 육군 대위 A씨(29·남성)의 공소장을 보면 A씨는 지난 2월 초 지역대 작전계획을 휴대 전화로 불법 촬영해 북한 공작원에게 전송했다. 군검찰에 따르면 A씨는 약 4800만원가량의 비트코인에 매수돼 이 같은 간첩 활동을 벌였다.
A씨는 특전사령부 중에서도 북한 수뇌부 제거 작전을 수행하는 특수부대 소속으로 검거 직전까지 근무하고 있었다. 참수부대라고 불리는 이 조직은 한반도 비상 상황에서 북한에 침투해 적군의 지휘부를 제거하는 임무를 담당한다.
당초 북한 공작원은 여단 작전계획과 대대 작전계획을 요구했지만 A씨는 자신이 접근할 수 있는 지역대 작전계획을 전송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수부대 지역대의 작전계획은 군사2급비밀에 해당한다. 이외에도 A씨는 육군 보안수칙 등 기밀 다섯 건을 더 유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군검찰은 "전시 및 평시 작전계획과 관련된 내용이 포함된 문건"이라며 "적 또는 외부에 누설 시 국가안전보장 및 국가이익에 현저한 위험을 초래할 것으로 명백히 인정되는 가치를 지닌다"고 설명했다.
또 A씨는 한국군 합동지휘통제체계(KJCCS) 해킹을 위한 장비를 설치하는 지령을 이행하다 적발돼 미수에 그치기도 했다. KJCCS는 합참의장이 지휘명령 및 작전명령 등을 하달할 때 사용하는 전장망이다. 상황에 따라 기밀 송·수신 용도로도 쓰인다.
A씨는 북한 공작원과 대면 접촉 없이 텔레그램 메신저 연락을 주고받았다. 북한 공작원은 이름 대신 텔레그램 아이디 '보리스'만 노출했다. 보리스는 북한의 대남 공작부서인 정찰총국 산하 사이버전 담당 부서로 전해지는 기술정찰국의 하부조직이다. 지난 2009년 정부기관 등이 디도스 공격을 받았을 때 국가정보원이 배후로 지목했던 곳이기도 하다.
앞서 군당국 관계자는 "과거 북한의 침투작전 혹은 간첩 포섭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가상화폐 등을 이용하는 방식으로 완전히 변화했다는 점이 처음으로 확인된 사례"라며 "앞으로도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범죄에 대해서는 엄정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후 긴급 보안 점검을 실시해 400여개 작전부대에서 비밀 분실 사례 300여건을 적발했다. 군당국은 향후 유사사례 방지를 위해 보완 대책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이가람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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