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박지현을_지키자' 트위터 봇물…"쫓아내면 탈당"
입력 2022-05-26 10:20  | 수정 2022-08-24 11:05
586 용퇴론·의원 징계 등 놓고 당 내 마찰
박지현 둘러싸고 '사퇴'까지 언급되자
SNS 상에서 '박지현 수호' 맞불

박지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의 '586 용퇴론' 주장을 두고 당 내 불협화음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트위터를 중심으로 '#박지현을_지키자'는 내용이 담긴 게시물이 1만 개 넘게 올라오면서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지금 민주당 내부에서는 지도부 사이 갈등이 격화되고 있습니다. 박지현 비대위원장이 대국민 사과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백 번이고 천 번이고 더 사과드리겠다. 염치없지만, 한 번만 더 부탁 드린다. 이번 지방선거에 기회를 주신다면 제가 책임지고 민주당을 바꿔나가겠다"고 고개 숙인 것에 대해 같은 당 지도부 윤호중 비대위원장이 "개인 차원의 입장 발표"라고 선을 그은 이후 내홍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아울러 박 비대위원장은 '이재명 총괄선대위원장, 송영길 서울시장 후보의 전당대회 불출마 선언이나 586 주류세력의 차기 총선 불출마가 필요하지 않냐'는 질문에 "당 내에서 충분한 논의를 거쳐 이번 주 중으로 발표하겠다"고 답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전날(25일) 열린 '국정균형과 민생안정을 위한 선대위 합동회의'에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라도 586 정치인의 용퇴를 논의해야 한다"고 "586의 사명은 민주주의를 회복하고 이 땅에 정착시키는 것이었는데, 이제 그 역할은 거의 완수했고, 아름다운 퇴장을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자신이 제시한 쇄신안을 반대하는 사람들 면전에서 재차 586 용퇴론을 재차 꺼내든 겁니다.



비공개로 전환된 회의에서는 고성이 오가고 책상을 내려치는 소리가 새어 나오기도 했습니다. 대표적인 86그룹인 윤 위원장은 "이게 지도부인가"라며 소리치고 책상을 내려친 뒤 회의실을 떠났고, 전해철 의원도 "지도부와 상의하고 공개 발언을 하라"고 박 위원장을 몰아세웠습니다.

박 위원장은 "그럼 저를 왜 뽑아서 여기다 앉혀 놓으셨냐"고 물러서지 않았습니다.

이 같은 박 위원장의 행보에 일명 '개딸(개혁의 딸)'로 불리는 이재명 인천 계양을 민주당 후보의 지지자들은 팬카페 '재명이네 마을' 등을 통해 박 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민주당 권리당원 게시판에도 "선거 며칠 안 남았는데 자꾸 내부 문제를 키운다" 등의 비판이 제기됐습니다.

이에 대한 맞불 성격으로 트위터에는 '박지현을_지키자'는 해시태그가 달린 게시물이 연이어 올라오고 있습니다.

"이 상황을 조용히 관망하는 수많은 나의 친구들 그리고 2030 여성들과 함께, 침묵하는 다수 대중, 국민의 마음을 읽어주는 사람을 지지한다. 전방에서 그를 변호해주지 못해 미안하다", "절대 민주당을 선택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던 내가 민주당 권리당원이 되게 만든 사람", "박지현 같은 젊은 여성 정치인이 나타나서 너무 옳은 방향으로 대범하고 씩씩하게 잘 버텨주고 있는데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녀에게 응원을 보내는 일 뿐이다", "박지현 쫓아내면 탈당하고 1번도 안 찍는다" 등의 게시글이 게재되고 있는 겁니다.



당 안팎에서도 박 위원장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고 있습니다.

당내 개혁파 모임인 '처럼회' 소속 김남국 의원은 한 라디오 방송을 통해 "함께 토론하면서 고민해야 하는데, 그런 고민 없이 갑작스럽게 이야기 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았다"며 "우리 당의 86세대 선배님들께서 긍정적인, 명예로운 그런 것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제 나가야 되는 것처럼 부정적으로만 인식되도록 낙인 찍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가. 저는 아니라고 본다"고 날을 세웠습니다. 김 의원은 또 "명예퇴직을 할 때 존중하고 예우하고 수당도 준다"며 "그런 것도 없이 갑자기 '야 너희 나가라' 이런 식으로 하면 얼마나 폭력적이고 위압적인가"라고 비판했습니다.



반면 박용진 의원은 "박 위원장 옆에 서겠다"며 "당 내 역할을 맡은 것이 얼마 되지 않았는데 계속해서 사과 역할만 맡고 계시게 한 것이 죄송스럽다"고 전했습니다. 박 의원은 또 "민주당 전체적으로 보면 이해찬 당 대표, 송영길 당 대표, 윤호중 비대위원장이 조국 사태에 사과한 적이 있다. 그런데 사과는 계속해서 하며 조국의 강을 건넜다고 하는데 바지는 적시지 않았다는 게 국민들이 보고 계시는 느낌 아니겠느냐"며 "책임 있는 조치들이 뒤따르지 못한 상태에서 사과가 사과 위에 쌓이고 또 사과가 또 사과 위에 쌓이는 방식으로 가니까 민주당에 대한 실망이 여전히 가시지 않은 것 같다"고 지적했습니다.

참여정부 당시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을 지낸 조기숙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이재명 전 대선후보가 구사했던 선거 전략 중 최고로 잘했다고 칭찬하고 싶은 게 박지현의 영입"이라며 "덕분에 민주당은 크게 패배할 수도 있었던 대선을 박빙으로 막았다"고 평가했습니다. 이어 조 교수는 "(박 위원장은) 전문성이 없다는 점이 '모험'이라면, 다수 국민의 정서를 놓치지 않고 있고 또 이를 용기 있게 말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민주당 인사라는 점이 '희망'"이라고도 했습니다.

아울러 조 교수는 "지도부와 협의 없는 사과는 비판 받아 마땅하다"면서도 "의논했다면 사과할 수 있었을까"라고 반문했습니다. 그러면서 "잘못한 게 있는 정당의 사과는 안 하는 것보다 하는 게 낫다"며 "정치의 본질이 구렁텅이에 빠진 국민을 구함으로써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라면 박 위원장은 그 일을 제대로 해왔다"고 치켜세웠습니다.

[윤혜주 디지털뉴스 기자 heyjude@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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