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분기에만 8조원의 영업손실을 낸 한국전력의 주가가 최근 바닥을 찍고 반등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올해 연간으로 20조원이 넘는 적자를 낼 것이란 비관론적인 전망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하지만 최근 정부에서 한국전력의 실적 문제를 손보겠다는 의지를 보이면서 투자심리가 살아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25일 한국전력은 전일 대비 100원(0.43%) 오른 2만3600원에 거래를 마쳤다.
한국전력은 지난달 27일 장중 2만1000원으로 바닥을 찍은 뒤 한달여 동안 12.4%나 주가가 상승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가 0.6% 하락한 데 비하면 상당한 상승률이다.
한국전력의 지난 1분기 실적과 올해 실적 전망을 보면 최근의 주가 흐름은 다소 의아하게 여겨진다. 지난 13일 한국전력은 지난 1분기 영업손실이 7조7869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회사 기준으로는 사상 최대 적자일 뿐만 아니라 코스피 상장사 중에서도 영업적자 1위다. 2위 대우조선해양(4701억원), 3위 한국조선해양(3964억원)과도 큰 격차가 있다. 영업손실 상위 20개사 가운데 2위부터 19위를 다 합쳐도 2조원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1분기 대규모 영업손실 이후 연간 실적 전망에 대한 우려는 더 커지고 있다. 현재 Fn가이드 기준 한국전력의 올해 연간 영업손실 전망치는 22조9878억원이다. 가장 낙관적인 전망치도 -14조2590억원, 가장 비관적인 전망치는 -29조5212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올해 증권가의 영업손실 전망치는 5조6976억원이었지만 3월 14조7202억원, 4월 17조7185억원, 현재 22조9878억원으로 전망치가 빠르게 하향 조정되고 있다.
최근 한국전력 주가 반등에는 정부가 한전의 실적 악화를 방치하지는 않을 것이란 기대감이 깔려 있다. 전날 산업통상자원부는 전력시장에 긴급정산상한가격 제도를 신설하는 내용의 '전력거래가격 상한에 관한 고시' 개정안을 행정예고했다.
한국전력공사가 발전사에서 전력을 사 올 때 적용하는 전력도매가격(SMP)에 상한을 두겠다는 것이다. 발전사들도 고통 분담에 동참하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증권가에서는 SMP 상한제 도입이 한전의 실적 개선에는 일부 도움이 되겠지만 흑자전환과 같은 드라마틱한 변화를 가져주기에는 역부족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지난 1분기 한전의 평균 SMP는 kWh당 202원이었다. SMP 상한제가 도입되면 130~140원 수준으로 낮아질 전망이다. 하지만 이는 한국전력이 실제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전기요금 108원보다 높아 적자가 불가피하다. 증권가에서는 SMP 상한제 도입으로 한국전력의 연간 영업손실 규모가 5조원 정도 줄어들 것으로 본다. 23조원 가량의 영업손실을 메꾸기에는 턱없이 적은 금액이다.
다만 정부가 한국전력의 대규모 적자 문제에 손을 대기 시작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인 평가가 나온다. 내년 상반기 한국전력의 자본잠식 가능성이 제기되는 만큼 정부도 더이상 한전의 적자를 두고볼 수만은 없는 상황이 됐다는 분석이다.
황성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민자발전사, 발전자회사와 적자를 나눈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나 궁극적으로는 요금인상이 돼야 모든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라며 "당장의 실적보다 개선되는 방향성을 고려할 때 밸류에이션은 바닥을 탈출할 것이라 전망한다"고 말했다.
문경원 메리츠증권 연구원도 "실적 전망치가 지속 우하향하는 상황에서 컨센서스 이익 전망치가 반등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는 점, 정책 당국의 한국전력 회생에 대한 의지를 확인했다라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분석했다.
[고득관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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