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도망치면 사살하라"…中 신장 위구르 말살 증거 대거 유출
입력 2022-05-25 11:37  | 수정 2022-05-25 11:38
재미 독일인 아드리안 젠즈 박사가 공개한 수용소 수감자 사진. / 사진=신장폴리스파일 사이트
BBC 등 언론, 유엔 인권최고대표 방문 기간 발표
"위구르 정체성·문화 겨냥한 중 탄압정책 드러내는 강력한 증거"

중국 정부가 신장 지역의 이슬람 소수민족 위구르를 없애려고 강제수용소를 운영했다는 의혹을 뒷받침하는 새로운 증거가 포착됐습니다.

23일 영국 BBC, 도이체벨레 등은 중국 공안이 지난 2018년 1~7월 작성한 자료를 입수했다며 수감자 명단과 사진, 수용소 관리 지침 등을 공개했습니다.

해당 문서는 중국 공안당국 컴퓨터에 저장돼 있던 것으로, 해커가 입수해 중국 소수민족 문제 전문가인 재미 독일인 아드리안 젠즈 박사에게 전달했습니다. 젠즈 박사는 해당 문서를 BBC를 포함해 언론사들에게 전달했으며, 각 언론사들은 독자적 검증을 거쳐 진위 여부를 확인했습니다.

BBC는 "정보를 해킹한 해커와 이야기를 나눴고 그들이 공유한 데이터의 상당 부분을 입증했지만, 보복이 두려워 출처에 대한 더 이상 정보를 밝힐 수 없다"고 전했습니다.

사진=신장폴리스파일 사이트

문서에는 위구르인 5000명이상의 사진이 포함됐고, 이중 최소 2884명은 카스 지역 슈푸현에 있는 교도소나 수용소에 구금돼 있는 인원으로 신원이 파악됐습니다. 수용소 구금자 가운데는 15세 소녀와 73세 노인도 포함됐으며 일부 무장 경찰이 곤봉을 들고 수감자들과 함께 촬영한 사진도 문서에 들어있습니다.

수감 사유는 석연치 않은 경우가 다수입니다. 가족 내력을 보니 폭력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잡혀 온 수감자도 있었고, 아들이 이슬람에서 금하는 술과 담배를 멀리한다는 이유로 '강한 종교성향'이 의심된다면 구금된 여성도 있었습니다.

특히 탈출을 시도하는 수감자는 사살한다는 강도 높은 지침까지 공개됐습니다.

천취안궈(陳全國) 전 신장위구르자치구당위원회 서기는 2017년 5월28일 화상연설에서 "수감자들이 몇걸음이라도 도망치려 하면 사살할 수 있다, 이런 권한은 이미 당신들에게 부여된 상태"라고 언급했습니다.

또한 중국 자오커즈(趙克志) 국무위원 겸 공안부장이 2018년 연설에서 "신장 남부에서만 2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극단주의 종교 사상의 침투에 의해 심각한 영향을 받았다"고 경고하면서 구금시설의 수용력을 늘리라는 시진핑 주석의 명령을 언급한 내용도 있습니다.

중국 신장의 무슬림 소수민족 위구르. /사진=연합뉴스

BBC 등은 "이 같은 정황을 보면 신장 지역의 수용소는 이슬람 주민을 탄압해 위구르 사회 전체를 흔드는 기구일 뿐, 중국이 주장해 온 '자발적 교육센터'가 아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앞서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신장에 있는 교육·훈련장은 사람들이 극단주의에서 해방되도록 돕는 학교"라고 2019년 주장한 바 있습니다.

서방 정부 당국자들과 싱크탱크는 신장 훈련소를 위구르족 역사, 문화, 종교를 없애려는 기구로 간주하고 있습니다. 특히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민족말살 의미를 담아 중국의 위구르족 탄압 논란을 '제노사이드'(genocide)로까지 칭했습니다.

집단수용소 시설 정보, 경찰의 관리지침 등에서는 그런 정황이 더 뚜렷하게 드러났습니다. BBC는 수용소가 사상 교육원이나 직업훈련원이라는 중국 주장과 달리 중범죄자 감옥과 같은 구조라고 지적했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수용소 내 경찰은 수감자를 다른 시설이나 병원으로 옮길 때 의무적으로 눈을 가리고 수갑과 족쇄를 채웠습니다. 수용소 내 전 지역에 무장한 경찰이 배치된 데다가 감시탑에 기관총과 저격용 소총이 설치됐습니다.

이번 문건에서는 중국 정부가 테러 혐의를 광범위하게 적용해 수천명을 정식 교도소에 보내면서 집단수용소를 비슷한 목적으로 나란히 활용한 정황도 포착됐습니다.

BBC는 "위구르족 정체성, 문화, 이슬람 신앙을 거의 모조리 (말살) 표적으로 삼는 정책을 뒷받침하는 지금까지 가장 강력한 증거 가운데 일부"라고 문건의 의미를 주장했습니다.

신장위구르자치구 수용소 전경. / 사진=연합뉴스

한편, 어제 안나래나 배어복 독일 외교장관은 이번에 공개된 문서를 상기시키며 "신장에서 매우 심각한 인권 침해가 자행되고 있다는 충격적인 보고와 새로운 증거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도 "미국 정부는 '불쾌한 이미지'에 경악했다"면서 "미국은 중국 정부의 행동에 대한 책임을 묻기 위해 동맹국들과 계속 협력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리즈 트러스 영국 외무장관은 "관련 보도내용이 매우 충격적"이라면서 "중국 당국이 바첼레트 대표의 자유로운 접근을 허용해 그가 철저한 평가를 내리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영국은 국제 파트너들과 함께 중국이 위구르족 및 기타 소수 민족에 대한 끔찍한 박해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며 "우리는 중국에 책임을 물을 것을 약속한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나 중국 정부는 관련 주장을 부정했습니다.

왕원빈 대변인은 어제 정례브리핑에서 BBC 등이 입수한 자료에 대한 중국 정부의 입장을 묻는 질문에 "반중 세력이 신장자치구 이미지를 더럽히는 최신 사례"이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왕 대변인은 "관련 주장은 유언비어이며, 이는 세계인들의 눈을 가릴 수 없고 신장의 안정, 번영 발전의 진실을 감출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디지털뉴스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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