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주 반발·여당 압박에 시행 늦춰
환경부 "소상공인 관련 대책 강구"
관련단체 "尹정부 첫 환경정책 실패"
일회용품 보증금제가 시행을 3주 앞둔 시점에서 급하게 유예되면서 윤석열정부의 환경정책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업계 반발→정치권 압박→환경정책 후퇴'라는 잘못된 선례가 쌓이면서 앞으로 시행될 일회용품 규제에도 제동이 걸릴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또 2년간 제도 시행을 준비해온 환경부의 대응이 미흡했다는 비판도 피할 수 없게 됐습니다.환경부 "소상공인 관련 대책 강구"
관련단체 "尹정부 첫 환경정책 실패"
환경부는 지난 20일 일회용컵 보증금제 시행을 다음 달 10일에서 12월 1일로 유예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일회용컵 보증금제는 일회용컵에 음료를 주문할 때 보증금 300원을 지불하고, 컵을 반환할 때 보증금을 돌려 받는 제도입니다. 2020년 6월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이 개정되면서 도입됐습니다.
보증금제 대상은 100곳 이상 매장을 가진 카페나 제과점 등으로, 대상 사업장은 총 3만8000여곳에 달합니다. 현재 제도 시행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것도 가맹점주들의 반발입니다. 컵 바코드 스티커 비용(6.99원), 보증금에 대한 카드결제 수수료, 컵을 씻는 인건비 등을 오롯이 가맹점이 책임져야 한다는 점에 불만이 터진 겁니다.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원장은 지난 18일 "시행령을 개정해 제도 시행을 유예하라"고 압박했고 환경부는 가맹점주 간담회 등을 연 뒤 20일 돌연 '유예' 결정을 내리면서, 유예 기간동안 중·소상공인 부담 완화를 위한 방안을 강구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2년 전부터 예고된 제도가 갑자기 유예되자 이번에는 환경단체들이 비판의 봇물을 쏟아냈습니다. 환경단체들은 '윤석열정부의 첫 환경정책 실패'라며 일제히 성명을 냈고, 전문가들까지 "(이번 유예가) 업계 반발로 정부가 제도 시행을 뒤집는 사례를 남겨 비슷한 상황을 발생시킬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앞서 환경부는 지난 4월 카페·식당 매장 내 일회용품 규제 재시행을 앞두고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시행 유예 목소리를 내자 코로나19 유행이 끝날 때까지 과태료를 매기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22일 김미화 자연순환연대 이사장은 "소상공인 지원은 이미 고려된 사항이고 제도를 시행하면서도 충분히 극복 가능한 문제"라면서 "정치권의 개입으로 또다시 정책이 후퇴했다는 점이 가장 우려스럽다"고 전했습니다.
연일 양측에서 비판이 제기되며 해당 제도를 담당한 환경부도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제도 시행을 계획함에 있어 현장의 어려움을 촘촘하게 감안하지 못했다는 겁니다. 환경부는 프랜차이즈 본사가 일회용컵을 구입해 가맹점에게 판매하는 구조를 감안해 본사를 중심으로 보증금제 시스템을 논의하고 구축해왔습니다. 그런데 본사들이 바코드 구입·부착 의무를 가맹점에게 돌리면서 현장이 혼란에 빠졌고, 환경부는 뒤늦게 본사만 바코드 스티커를 구매할 수 있도록 지침을 바꿨습니다. 또한 돌려받은 컵을 보관하기 어려운 사업장의 입장을 고려해 무인회수기 시범사업을 진행하고 시행일에 맞춰 사전에 무인회수기를 확대 설치했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소장은 "본사와 협의해 미환급 보증금 등을 이용한 지원 체계를 마련했어야 한다"면서 "무인회수기 사업도 공고를 냈다 미뤄지는 등 환경부의 의사결정이 지연되었기에 정책이 실패한 부분이 있다"고 환경부를 지적했습니다.
[디지털뉴스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