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집값 오를땐 줄줄이 깨더니…주택연금 해지 올들어 급감한 이유는?
입력 2022-05-22 18:36  | 수정 2022-05-23 10:32
주택을 담보로 맡기고 매월 연금을 받는 금융상품인 주택연금에 가입하는 사람들이 올해 들어 급증하고 있다. 계약을 해지하는 사람 수도 3년 만에 감소로 돌아섰다. 주택연금은 가입 시점의 주택 가격을 기준으로 연금액을 계산한다. 집값이 내릴 것으로 예상되면 가입이 늘고 해지는 줄어든다.
22일 매일경제신문이 주택금융공사로부터 입수한 '주택연금 월별 중도 해지 건수'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주택연금 신규 가입은 3233명으로 전년보다 30% 증가했다. 같은 기간 중도 해지 건수는 656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36.4% 줄었다.
1분기 기준 신규 가입자 수가 3000명을 넘긴 것은 부동산 경기가 극히 어두웠던 2017년(3927건)과 정부가 강도 높은 부동산 규제 정책을 쏟아낸 직후인 2019년(3384건)뿐이다. 연금을 해지한 건수도 2019년 1분기 203명에서 2020년 555명, 2021년 1032명으로 급등했으나 2022년 들어서는 656명으로 뚝 떨어졌다. 집계가 시작된 2008년 이후 중도 해지 건수가 감소한 것은 2019년과 올해뿐이다.
주택연금 양극화…제주 5배 늘때 서울 '찔끔'

집값 전망에 널뛰는 주택연금

"집값 정점" 전망 확산되는
세종·대전 가입액 증가율 높아
경기 1조3천억 늘어 금액 1위
인천은 1735억, 154% 급증

서울 증가율은 25%에 그쳐
향후 집값 움직임을 반영해 행동하는 주택연금 가입자들은 전체적으로 집값이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서울은 가입자가 크게 늘지 않은 반면, 제주 등 지방은 가입자가 급증해 지역별로 큰 차이를 보였다. 특히 청년층 '영끌' 매수가 주로 이뤄진 경기·인천 지역에서 주택연금 가입이 크게 증가해 부동산 시장 전망이 어둡다는 것을 드러냈다.
22일 한국주택금융공사에 따르면 전국 17개 광역자치단체 가운데 올해 1분기 주택연금 보증공급액 증가율이 가장 컸던 곳은 제주특별자치도로 집계됐다. 보증공급액은 해당 시기 신규 가입자에게 100세까지 공급될 예상 연금보증총액을 추산한 수치다. 제주는 1분기 보증공급액이 22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95.7%(182억원)나 뛰었다. 2위는 271.7% 증가율을 기록한 세종이었으며 대전(196.5%)과 인천(154.8%)·광주(124.0%)가 그 뒤를 이었다.
6위를 기록한 경기(118.1%)는 증가율이 아닌 액수 기준으로는 1조3246억원이 늘어나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수도권의 높은 집값이 주택연금 보증공급액 산정에 반영된 결과다. 인천 역시 증가 액수가 1735억원(3위)으로, 전국 평균 수치를 끌어올리는 데 경기·인천 지역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주택연금 지역별 통계에서 특히 이목을 끄는 곳은 서울이다. 서울 역시 높은 집값 탓에 보증공급액 증가 액수가 17개 광역시·도 가운데 2위(3803억원)를 기록했지만, 증가율은 25.7%로 13위에 그쳤다. 전국 평균(66.0%)에 한참 못 미치는 것은 물론이고 예년 수준보다도 낮은 증가율을 기록한 것이다. 당장 2021년에도 서울의 주택연금 보증공급액 증가율은 62.4%로 집계됐으며, 지난 10년 새 올해보다 증가율이 높았던 적이 다섯 번이나 된다.

우병탁 신한은행 WM컨설팅센터·부동산 팀장은 "지난 수년간 부동산 가격이 급등한 지역들은 그만큼 조정장에서 하락폭도 클 것이란 여론이 조성됐지만, 서울은 그 안에서도 예외로 취급받고 있는 것"이라며 "주택연금이 9억원 이하 주택을 대상으로 하는 만큼 현재 서울 시내 주택 가운데 가입할 수 있는 주택이 얼마 남지 않은 것도 영향을 끼쳤다"고 분석했다.
주택연금 통계가 주택시장 관여도가 특히 높은 계층의 여론을 보여주는 것을 감안하면 이 같은 결과는 더욱 주목된다.
주택연금 가입자들은 전체 자산에서 해당 주택 비중이 절대적이어서 주택시장 움직임을 면밀히 검토해 가입·해지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주택금융공사 관계자는 "단순히 집값이 고점이라고 판단한 경우라면 주택을 매매하는 방법이 있는데, 그 대신 주택연금에 가입하는 것은 해당 주택으로 주거 문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생활비까지 조달해야 하기 때문"이라며 "주택연금에 가입했거나 가입을 염두에 두고 있는 계층은 전체적인 경제 여건에서 주택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문재용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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