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7.8조 적자 비상 한전…부동산 팔아 얼마나 마련할 수 있을까?
입력 2022-05-19 22:58  | 수정 2022-05-22 11:28
[이충우 기자]

역대급 적자를 기록한 한국전력공사가 부동산·사업권·지분 등 자산 매각 및 조직·경비 축소 등 긴축 경영을 통한 자구책 마련에 나섰다. 장부금액 기준 27조원에 달하는 토지와 건물을 소유한 '땅부자 공기업' 한전이 처분하게 될 부동산 리스트에 투자시장의 관심이 모이고 있다.
1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한전은 올해 1분기 7조8000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지난해 연간 적자(5조8000억원)를 뛰어넘는 규모다. 한전은 전력그룹사 사장단을 불러모아 비상대책회의를 개최하고 매각 가능한 모든 부동산을 정리하기로 결정했다. 잔여부지·사옥·사택 등 한전이 보유한 부동산 15개소와 그룹사가 보유한 부동산 10개소 등 즉시 매각하고, 현재 사용 중인 부동산은 계약 기간 종료와 대체시설을 확보 등 제약요인을 해소한 뒤 추가 매각을 추진할 예정이다. 한전은 조기 매각을 통해 7000억원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온비드에 따르면 한전이 현재 매각을 진행 중인 부동산은 대표적으로 ▲경기도 의정부시 용현동 경기북부본부 변전소 잔여부지 ▲제주도 제주시 삼양일동 제주본부 삼양사택 ▲제주도 제주시 제주이동 제주본부 제주전력지사 구 사옥 ▲경북 울진군 경북본부 울진지사 유휴부지 ▲경북 의성군 경북본부 불용사택 ▲전북 군산시 금동 전북본부 금동사택 ▲전북 전주시 진북동 전북본부 불용사택 ▲강원도 정선군 강원본부 변전소 부지 및 사무실 ▲울산시 중구 성남동 부산울산본부 베전스테이션 건설예정부지 ▲경기도 안산시 양상동 임야 ▲제물포·김포·상주지사 등이다.
한국전력공사가 지난 18일 서울 서초구 한전아트센터에서 '전력그룹사 비상대책위원회'를 열고 재무 개선 대책을 논의했다. [사진 제공 = 한국전력공사]
가장 인지도가 높은 매물은 의정부변전소 잔여부지다. 토지면적과 건물면적이 각각 5만4313㎡와 166.32㎡로 가장 규모가 크다. 최저입찰가는 1280억7193만4200원이다. 지난 2007년 의정부시와 한전 간 변전소 이전 협약서 체결 이후 놀고 있던 곳이다.
토지면적과 건물면적이 각각 1469.5㎡와 808.11㎡에 달하는 구 제주전력지사 사옥은 33억9500만원대, 토지면적과 건물면적이 각각 2360㎡와 996.48㎡로 측량된 제주삼양사택은 42억5000만원에 입찰 공고가 게재됐다.
울산 젊음의 거리에 위치한 근린생활시설도 눈에 띈다. 토지면적과 건물면적은 각각 263㎡와 799.2㎡다. 최저입찰가는 16억4800만원대다. 유찰횟수 누적으로 가격이 조정됐고, 전체 공실 상태로 명도가 이뤄진다. 사택으로 사용했던 군산시 연립주택(토지면적 1963.6㎡·건물면적 948.72㎡)은 16억5400만원대, 의성군 아파트 네 곳은 4억3000억원대에 올라왔다.
한편 매물로 나올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서울 서초구 서초동 한전아트센터는 제외됐다. 한전아트센터는 본관, 서초지사, 공연장, 전기박물관 등으로 구성돼 있는 강남권 랜드마크 중 하나다. 대지면적과 건물면적은 각각 2만6300㎡와 6만2906㎡다. 지난 2014년 현대차그룹에 넘어간 강남구 삼성동 본사부지(7만9342㎡)의 매각가가 10조5500억원이었던 점을 반영하면 한전아트센터 매각가 역시 5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됐다.

한전 관계자는 "한전아트센터는 현재 매각 검토 대상이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도 "다만 서울시내 다른 부동산이 매물로 출하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고 전했다.
그러나 매각이 수월하게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지금까지 공기업들이 내놓은 부동산들은 대부분 입지 조건에 따라 성패가 갈렸다"며 "기업이 잘 관리해 온 부동산을 보다 합리적인 가격으로 인수할 수 있다는 장점은 있지만, 개발사업 제한이나 기반시설 부족 등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을 수도 있어 유연하게 접근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가람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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