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실 사망 ' 고(故) 권대희 사건 병원장, 2심도 징역형

징역 3년 그대로…불구속 상태는 유지
재판부 "한 환자에게 전념할 수 없는 병원 시스템으로 사망"

성형수술 중 환자가 과다출혈 증세를 보이는 데도 방치해 숨지게 한 성형외과 원장에게 2심에서도 실형이 선고됐습니다.

서울중앙지법은 이른바 '권대희 씨 사망 사건'의 피고인 장 모 씨에게 징역 3년과 벌금 1천만 원을 선고했습니다.

앞서 1심에서는 징역 3년과 벌금 500만 원이 선고된 바 있습니다.

다만 장 씨는 재판부가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형을 집행하지 않고 기존 보석 상태를 유지하기로 해 법정 구속은 면했습니다.

함께 기소된 동료 의사 이 모 씨는 금고 2년에 집행유예 3년과 벌금 500만 원, 신 모 씨는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과 벌금 1천만 원이 선고됐습니다.

재판부는 수술방을 여러 개 만들어 순차적으로 수술을 한 병원 시스템에 대해 "의료진이 한 환자에게 전념할 수 없는 구조였다"고 지적하며, "이런 시스템 때문에 과다출혈을 면밀히 살피지 못하고, 수술이나 전원 등 조처를 할 기회를 놓쳐 환자가 사망에 이르게 됐다"고 판단했습니다.

재판부는 또 원장인 장 모 씨가 간호조무사 혼자 권 씨의 지혈을 했다는 사실을 몰랐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이전에도 (해당)병원에서 간호조무사 혼자 압박 지혈을 하는 일이 자주 있었고, 장 씨가 직접 교육을 하기도 했다"며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장 씨는 2016년 9월 수술 과정에서 경과 관찰과 후속 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아 권씨를 과다출혈로 숨지게 한 혐의(업무상 과실치사)로 2019년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장 씨는 또 당시 다른 환자를 수술한다는 이유로 권 씨의 지혈을 간호조무사에게 30분가량 맡겨 의료법을 위반한 혐의도 받습니다.

한편, 재판이 끝난 직후 권 씨의 어머니 이나금 씨는 "재판부 판결을 존중한다"면서도 "대한민국의 의사 면허가 이렇게 강철 면허이고 제왕적 면허인지 다시 한 번 실감했다"고 토로했습니다.

이 씨는 서울법원종합청사 앞에서 이들의 엄벌을 촉구하는 1인 시위를 100일 넘게 이어 왔습니다.

[ 정태웅 기자 | bigbear@mb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