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밤 뉴욕증시가 폭락장을 맞으면서 서학개미들의 근심이 깊어지고 있다. 경기침체 우려에 미국 기술주를 중심으로 바닥 확인이 어려운 상황이다. 떨어지는 주가에 추가 매수에 나선 서학개미들의 수익률도 악화일로다.
19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최근 한 달간 서학개미들이 가장 많이 매수한 종목은 테슬라였다. 테슬라 순매수 결제액은 총 9억601만달러로 집계돼 순매수 결제액 기준 1위에 올랐다. 순매수 2위 종목인 '프로셰어즈 울트라프로 QQQ(TQQQ)'의 순매수 결제액(5억7963만달러)과 비교해도 압도적인 액수다.
특히 서학개미는 최근 들어 미국 시장에서 기술주·성장주 중심으로 대거 추가 매수에 나섰다. 경기 침체 우려로 기술주와 성장주의 주가가 낙폭을 확대하면서 저가 매수 기회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해외주식 보관금액을 기준으로 보면 1~10위 종목이 모두 미국주식이 차지했을 정도다.
문제는 경기 침체 우려가 글로벌 금융시장을 덮치면서 주가의 바닥 확인이 힘들어졌다는 점이다. 서학개미 순매수 상위 종목들의 주가가 부진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어 "바닥 밑에 지하실이 있었다"는 탄식이 나온다.
서학개미의 사랑을 많이 받는 테슬라의 경우 올해 들어 주가가 32.8% 떨어졌다. 특히 최근 한 달 동안에만 주가가 29.3% 하락해 낙폭을 키웠다.
테슬라의 주가가 떨어질수록 서학개미는 더 많이 사들였다. 올해 들어 서학개미의 테슬라 순매수 결제액 규모는 17억4604만달러인데, 최근 한 달 간 사들인 규모가 절반 이상(51.9%, 9억601만달러)을 차지한다.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이른바 '물타기'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물타기란 주식의 가격이 하락할 때 추가로 매입해 평균매입단가를 낮추는 것을 의미한다.
테슬라 뿐 아니라 서학개미 순매수 상위 종목(ETF 제외)인 엔비디아(-42.4%), 마이크로소프트(-24.4%), 알파벳(-22.7%), 애플(-20.7%)도 올해 들어 수익률이 마이너스를 기록 중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서학개미들이 많이 모인 온라인 주식 커뮤니티 등에는 "지금이라도 손절해야하나", "바닥인 줄 알았는데 지하가 있었다" 등의 글이 쏟아졌다.
증권가에서는 연준의 통화긴축 정책이 진행되면서 외국인들의 미국 주식 매도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김일혁 KB증권 연구원은 "유동성 위축의 영향이 더 많은 곳에서 확인되고 있다"며 "고용을 줄이거나 비용을 통제하려는 움직임은 미국 스타트업 기업들뿐만 아니라 메타, 트위터, 우버 같은 대형 기업들에게도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김현정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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