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국가보안국(SBU)이 격전지에서 돈을 받고 러시아에 군대 관련 정보를 팔아넘기는 스파이 색출에 나섰다.
16일(현지시간) CNN은 동행 취재를 통해 SBU가 우크라이나 도네츠크주 슬로뱐스크에서 스파이를 검거하는 과정을 보도했다.
CNN가 공개한 4분 15초짜리 영상에는 첩보영화를 방불케 하는 장면이 담겼다. 스파이로 의심되는 남성을 뒤를 조심스럽게 쫓던 SBU 요원이 어느 지점에서 무전을 보내자, 맞은편 도로에서 달려오던 회색 승합차 한 대가 급격히 방향을 틀어 남성을 막아선다. 곧바로 차문이 열리고 무장한 SBU 요원 2명이 뛰어나온다. 남성은 바닥에 엎드린다. SBU 요원 한 명은 남성에게 총을 겨눈 채 주위를 경계하고, 다른 SBU 요원은 몸부림치는 남성의 등 위로 올라타 몸수색을 한다. 그렇게 스파이 활동 내역이 담긴 휴대 전화를 찾아낸다. 이 남성은 현장에서 체포됐다.
CNN에 따르면 슬로뱐스크를 중심으로 활약하고 있는 스파이들은 도네츠크 지역에서 교전 중인 우크라이나군과 러시아군을 오가며 얻은 정보를 판매하고 있다. 주로 군사 기지 위치와 무기 창고 사진, 남은 군수 물자 종류 등 전쟁 상황에 대한 정보가 거래된다.
SBU는 러시아군이 공격 성공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첩보원을 모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소통은 주로 텔레그램 애플리케이션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CNN은 전쟁 초기에는 러시아가 투입한 전문적인 잠입범이나 친러시아 분리주의자들의 정치적 주장에 동조하는 이주민들이 스파이 활동을 전개했지만, 지금은 돈 때문에 조국을 배신하는 생계형 스파이가 늘어났다고 밝혔다. 그만큼 대부분의 스파이가 조사를 받으면서 러시아와 내통한 사실을 순순히 털어놓는 모습을 보인다고 덧붙였다. 스파이 활동이 입증된 용의자들은 사법시설로 이송돼 재판을 받게 된다. 높은 확률로 무기징역 또는 사형 선고가 내려질 것으로 전해진다.
SBU 관계자는 "러시아군의 미사일은 이런 범죄자들이 전송한 좌표로 온다"며 "많은 군인과 민간인들이 이 미사일 때문에 죽는다"고 분노했다. 그러면서 "이번에 체포된 용의자는 표적 정보를 제공하는 대가로 500흐리우냐를 받기로 돼 있었다"다 씁쓸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이를 원화로 환산하면 약 2만원 수준에 불과하다.
[이가람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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