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그릇에 8만원이 넘는 고가에도 '애플망고빙수', 이른바 '애망빙'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뜨거운 인기를 끌고 있지만 정작 고급호텔과 농민의 시름은 깊어지고 있다.
18일 호텔과 농업계에 따르면 올해 제주산 애망빙과 애플망고의 인기가 해외여행 재개와 저가의 페루산 망고 수입 급증으로 점차 사그라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2008년 신라호텔 제주에서 처음 선보인 애망빙은 인기를 끌며 호텔 빙수의 대세로 자리 잡았다. 올해에는 제주산 애플망고와 팥, 우유 등 원부자재 가격 인상을 이유로 지난해보다 가격이 2만원 더 올랐지만 '줄서서 먹었다'는 인증 후기가 온라인에 떠들썩했다. 애망빙 인기로 제주산 애플망고 가격(3kg 기준)도 최근 14~17만원에 거래되며 농가의 고소득 작물로 떠올랐다.
이처럼 인기를 끌자 저렴한 가격의 페루산 애플망고가 국내에 쏟아지며 시장을 잠식해 가고 있다. 페루산 애플망고 가격(800g 기준)은 약 2만원 이내로 국산에 비해 절반도 안되는 수준이다.
호텔빙수의 원조인 신라호텔의 애플망고 빙수
관세청에 따르면 페루산 망고는 2020년에 4528t(1902만달러)이 국내에 수입됐지만 2021년에는 6503t(3147만달러)로 무려 43.6%나 수입량이 늘었다. 올해에는 지난 4월까지 이미 6634t(3487만달러)이 수입돼 작년 수입량과 수입액을 모두 뛰어넘었다.유통 관계자는 "대부분 수입 망고는 배편으로 수입되는 탓에 충분한 숙기를 거치지 않고 수확한 것이어서 특유의 향긋함이 부족하단 평가를 받아왔지만 페루산은 항공편으로 수입되고 있어 품질면에서 다른 수입 망고보다 호평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제주를 비롯해 전남 영광·고흥, 경남 김해·함안 등지를 필두로 재배면적도 꾸준히 늘어나면서 수급문제도 대두되고 있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2017년 42.4㏊였던 망고 재배면적은 2018년 52.4㏊, 2019년 62㏊로 매년 10㏊씩 증가했다. 가장 최근 통계인 2020년엔 67.7㏊로 불과 3년만에 60% 가량 급증했다. 망고는 저장이 어려운 과일이라 출하기가 겹치면 가격 등락이 심한데다 4월 조기 출하를 위해서는 이른 시기부터 난방비를 투입해야 하는데 최근 유가 상승에 비용부담이 크게 늘었다.
애망빙 등 고급빙수의 가격인상을 단행한 호텔 업계도 고민이 없는 것은 아니다. 국내 호캉스 여행 대신 해외여행으로 눈길을 돌리는 소비자가 많아질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올해 고급빙수 판매가 작년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라 관측하고 있다.
호텔업계 관계자는 "해외여행 재개와 높은 가격으로 인해 판매가 작년 수준에 못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안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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