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해명하러 왔다가 '혹' 붙여간 윤재순
입력 2022-05-17 17:18  | 수정 2022-05-17 17:28

'성비위 징계 처분'과 '성추행 미화 시(詩)' 논란을 받는 윤재순 대통령실 총무비서관이 17일 국회 운영위원회에 출석해 사과하며 고개를 숙이긴 했지만 오락가락 황당한 해명으로 되레 '혹'을 붙여간 격이 됐다.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운영위 회의장에서 윤 비서관의 과거 논란을 빚었던 발언을 PPT 화면에 띄웠다. PPT 화면에는 윤 비서관이 검찰에 재직하던 2012년 '러브샷을 하려면 옷을 벗고 오라'고 언급한 것이나, 스타킹을 신지 않은 여직원을 향해 '속옷은 입고 다니는 거냐'고 성희롱 발언을 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고 의원이 발언의 적절성에 대해 묻자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은 "적절하지 않다"고 곤혹스러워 하며 답했다.
윤 비서관도 "국민들에게 상처가 되고 불쾌감을 느끼셨다면 당연히 제가 사과드려야 맞는다"고 고개를 숙였다. 다만 그는 "우려하는 부분에 대해 충분히 제가 느끼고 있다"면서도 "그것을 더 잘 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사퇴 의사는 없다는 취지로 답변했다.
과거 검찰 재직 당시 '경고 처분'을 받은 것에 대해선 억울하단 취지로 반박했다. 그는 "사실과 다른 부분이 분명히 있다"면서도 "제가 구차하게 변명하고 싶지 않다. 미주알고주알 설명드리면 또다른 불씨가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야권의 공격이 계속되자 결국 작심한 듯 반박에 나섰다.

윤 비서관은 성비위 의혹에 대해 "생일빵을 하는 자리에서 하얀 와이셔츠에 초콜릿 케익이 뒤범벅됐다"며 "(해당 여직원이) 생일인데 뭐 해줄까라고 물어서 화가 나서 뽀뽀해줘라고 했더니 볼에 대고 갔다"고 해명했다. 그는 "그 당시 조사를 받은 것도 아니고 조사가 진행되는 줄도 몰랐다"며 "1년10개월이 지난 후 감찰부장의 경고장을 받고 전보 조치를 받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2012년 대검 정책기획과 사무관으로 재직할 당시 2차 회식 장소에서 "러브샷을 하려면 옷을 벗고 오라" 등 말을 했다는 의혹에 대해선 그는 "제가 식사를 하면서 2차를 안간다는 것은 많은 직원들이 알고 있다"고 사실 자체를 부인했다.
민주당에선 윤 비서관이 과거 작성한 시가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단 비판도 쏟아졌다. 윤 비서관은 2002년 11월 출간한 시집의 '전동차에서'라는 시에 '전동차에서만은 짓궂은 사내 아이들의 자유가/그래도 보장된 곳이기도 하지요', '풍만한 계집아이의 젖가슴을 밀쳐보고/엉덩이를 살짝 만져보기도 하고' 등의 구절을 넣어 성추행 미화 논란에 휩싸였다.
[이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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