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차된 노후 전동카트에서 '불'…5명 연기 흡입
관리 규정 없지만 "점검 의무 대상 아냐"
관리 규정 없지만 "점검 의무 대상 아냐"
어제(16일) 오후 2시 36분쯤 경기 포천시 일동면의 한 숙박업소 주차장에서 불이 나 5명이 다쳤습니다. 주차장에 세워둔 골프장 전동카트(이하 골프카트)에서 시작된 불은 골프카트 2대와 주차장을 태운 뒤 40여 분 만에 잡혔습니다. 경찰과 소방 당국은 골프카트에서 왜 불이 났는지 원인을 조사하고 있습니다.
골프장에서 사용되는 전동카트에서 불이 난 일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지난해 4월 21일 오후 6시 30분쯤, 경기 고양시 덕양구의 한 골프 연습장 지하주차장에서도 골프카트에서 불이 났습니다. 당시 인명 피해는 다행히 없었지만 주차장 천장 일부와 골프카트 1대가 불에 탔습니다.
잊을 만 하면 발생하는 골프카트 화재. 저희 취재진은 골프카트 화재를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지 취재해보았습니다.
"골프카트는 자동차와 달라"…점검 의무 없어
일반적으로 자동차는 자동차관리법에 따라 등록을 마친 뒤 정기적으로 안전 검사를 받아야 합니다. 자동차 정기 검사나 종합 검사를 정해진 기간 내에 받지 않는다면 과태료를 내야 합니다. 골프카트도 자동차로 분류할 수 있을까요? 만약 그렇다면 사용자는 정기 검사를 통해 카트가 안전한지 확인할 의무가 생기는 겁니다.
자동차 검사를 받지 않았을 경우 과태료 기준 (출처, 한국교통안전공단 누리집)
하지만 골프카트를 '자동차'로 분류하긴 어렵다는 게 관계기관 입장입니다. 한국소비자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골프카트는 자동차관리법에 따라 '저속전기자동차' 또는 '초소형 승용자동차'의 범주에 포함될 수 있습니다. 문제는 골프카트가 골프장 내에서만 운행이 가능하다 보니 자동차관리법 제70조에 따라 자동차 등록이나 자가인증 등의 의무가 없는 특례 대상에 해당됩니다. 골프카트는 자동차가 받아야할 법적인 검사 의무가 사라지는 겁니다.
자동차 안전을 다루는 다른 관계 기관의 설명도 들어봤습니다. 한국교통안전공단 관계자는 공단의 경우 "자동차와 건설기계 두 가지를 담당하고 있지만 골프카트는 관리대상이 아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 또한 "자동차는 도로 주행을 위한 것이기 때문에 골프카트는 다른 범주로 봐야 한다"면서 자동차와 동일한 안전 기준이나 점검 기준을 적용하긴 어렵다고 전했습니다.
사용자 자율에 맡긴 안전, "점검 기준 마련해야"
골프장 전동카트 (사고와 관련이 없습니다)
한국소비자원 자료에 따르면 골프카트 시장 규모는 2015년 2200대에서 21년 약 4000대 수준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리튬이온배터리 등을 사용하는 전동 골프카트의 선호도가 높습니다. 화재가 발생한다면 배터리의 폭발 사고로도 번질 수 있는 만큼 골프카트 안전 점검을 사용자 자율에 맡겨선 안 된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배터리 안전 상태를 확인하기 쉽지 않은만큼 검사를 통해 폭발 우려 등을 미리 확인한다면 화재 예방에 확실히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리튬이온배터리는 충전 용량은 크지만 폭발 우려가 있는 만큼 검사가 더 중요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리튬이온배터리에서 화재가 발생했을 때 사용되는 전용 소화기(D형) 활용 방안에 대해서 공 교수는 "화재가 일정 이상 번지면 (배터리에서) 폭발 우려가 있기 때문에 빨리 대피하는 것이 좋지만 화재 초기에는 전용 소화기를 비치해 진압하는 것이 효과가 있다"고 전했습니다. 골프카트에서 발생하는 화재를 막기 위해 적절한 안전 점검 기준과 초기 진화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취[재]중진담에서는 MBN 사건팀 기자들이 방송으로 전하지 못했거나 전할 수 없었던 이야기들을 들려 드립니다.
[ 이혁재 기자 yzpotato@mb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