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들고 다니는 것보단 테블릿 PC로 PDF파일 보면서 공부하는 게 훨씬 편해서 필요한 부분만 스캔해서 공부하고 있어요."
고려대학교에 재학 중인 대학생 김모씨(24)는 지난해 테블릿PC를 구입한 이후로 책 스캔을 위해 '셀프 스캔방'을 자주 찾고 있다. 수업 시간마다 무거운 책을 들고 다니기보다는 수업에 필요한 부분만 PDF 파일로 스캔해서 공부에 사용하는 것이다. 김 씨는 "요즘은 전공책이 없는 수업도 많고, 있어도 책 활용을 잘 안하거나 여러 책을 조금씩 보는 경우가 많아서 필요한 부분만 그때그때 스캔해서 공부하는 것이 더 편하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수업이 일상화되고 전자기기 시장이 커지면서 종이책 대신 PDF 파일로 전공책을 보는 학생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때 타인이 저작권이 있는 서적을 대신 복제해주고 금전적 대가를 받을 시에는 불법 복제에 해당하기에 법을 피해 '셀프 스캔'을 할 수 있는 매장이 우후죽순 등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저작권법 위반 소지가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최근 대면 수업이 확대되고 있는 대학가에서는 서적 스캔에 대한 문의가 늘어나고 있다. 서울 성북구 대학가에 위치한 한 문화사 관계자 강모씨(54)는 "코로나19 이후 침체돼 있다가 대면 수업이 늘어나면서 학생들이 많이 찾아오고 있다"며 "이전에는 수업 자료 프린트하는 학생이 많았다면 요즘은 태블릿 PC를 사용하는 학생들이 늘어다보니 아예 책을 스캔해서 PDF 파일로 가져가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러한 '셀프 스캔'이 불법 복제에 해당할 수 있다는 점이다. 저작권법상 타인이 저작물을 대신해서 복제해주고 금전적 대가를 받으면 불법 복제에 해당돼 처벌을 받을 수 있다. 예외 조항으로 개인이 사적인 목적으로 타인에게 배포를 하지 않고 스스로 복제를 해 저작물을 이용하는 것은 허용된다. 하지만 타인이 저작물 복제를 할 수 있는 기기를 제공해주고 금전적 대가를 받을 경우 '저작권 침해 방조죄'에 해당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CPA, 변호사 시험, 공무원 시험 학원 강사들 중 자신이 집필한 책을 스캐너로 변환하는 것 자체가 불법이라며 책 불법 복제가 적발될 경우 손해배상 소송을 걸겠다고 엄포를 놓은 사례도 있다.
하지만 실제로 스캔을 하는 업체와 소비자들은 이러한 내용에 대해 제대로 인지하고 있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문화사 관계자 강씨는 "업체가 스캔을 대신 해주면 불법임을 알고 있었지만 학생이 업체에서 스스로 스캔을 하는 것도 불법인지는 전혀 몰랐다"고 말했다. 셀프 스캔을 종종 한다는 대학생 한모씨(25)도 "누군가가 복제를 해주면 불법인 것을 알고 있어서 혹시 모를 상황에 스스로 복제를 하고 있었고 주변 친구들도 모두 이렇게 알고 있다"고 말했다.
정연덕 건국대 로스쿨 교수는 "스캔 업체가 직접적으로 스캔을 해주면서 저작권 침해를 한 것은 아니지만 스캔 기계를 금전적 대가를 받고 제공해줌으로써 저작권 침해를 방조한 것이라 볼 수 있다"며 "아직 구체적인 판례는 없지만 이전 관련 판례를 미루어봤을 때 충분히 이렇게 해석이 가능한 부분이라 업체와 소비자 모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박나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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