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전쟁터 한복판을 걸어서 나와"…61세 남성의 마리우폴 탈출기
입력 2022-05-14 14:39  | 수정 2022-05-14 14:46
사진 = 가디언 트위터 캡쳐.

우크라이나 남부도시 마리우폴에서 살던 60대 남성이 러시아의 침공을 피해 도시를 탈출한 사연이 화제를 모으고 있습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이 13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은 1면에 페딘의 탈출기를 소개했습니다.

과거 선박 요리사였던 페딘은 마리우폴에서 며칠에 걸쳐 약 225㎞를 걸어간 끝에 우크라이나군이 통제하는 자포리자에 도착했습니다.

가까스로 러시아군의 감시를 피해가며 전쟁 한복판을 두발로 통과한 것입니다.


러시아군이 포위한 마리우폴을 벗어나기부터 쉽지 않았습니다. 도로는 폭발로 인해 패여 있었고, 길에는 시체가 널브러져 있었다. 지뢰도 피해야 했습니다.

포격 소리가 귀를 때리고, 장갑차가 지나갈 때마다 진동을 온몸으로 느끼며 페딘은 러시아군의 총부리를 피해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그는 "나는 더럽고, 먼지투성이였다. 러시아군은 나를 부랑자 취급했다"며 "마침내 마리우폴에서 벗어났을 때 나는 뒤돌아서서 작별 인사를 했다. 운이 좋았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첫날 집에서 20㎞ 떨어진 니콜스크 마을에 도착했습니다. 그곳에서 그는 전쟁통에 16세 아들을 잃은 아버지를 만났습니다.

페딘은 15년 전 술을 끊었지만, 아들을 잃은 슬픔을 보드카로 달래고자 하는 이 남성과는 함께 술잔을 기울였습니다.

소파에서 하룻밤을 보낸 그는 다음 달 오전 6시에 다시 여정을 재개했다. 체첸군 검문소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페딘은 어디로 가느냐는 질문에 위궤양을 앓고 있어 치료를 위해 자포리자에 가는 길이라고 둘러댔습니다.

페딘은 자포리자에 도착하기까지 수많은 검문소를 통과해야 했다. 군인들에게 어딘가로 끌려가기도 하고, 협박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새벽에 잠자는 군인들 사이를 살금살금 발뒤꿈치를 들고 걸어서 간신히 빠져나오기도 했습니다.

검문소를 지나치고 언덕 2개를 넘어야 했습니다. 힘이 빠진 강아지를 품에 안고 간신히 고비를 넘기기도 했습니다.

마침내 도시 자포리자에 도착한 그는 자신을 도와준 트럭 운전사가 1000 흐리우냐(약 5만원)를 주며 행운을 기원했다고 전했습니다.

페딘이 자포리자 피란민 텐트에 들어서자 한 여성 자원봉사자는 '어디에서 왔느냐'고 묻기도 했습니다.

페딘이 "마리우폴"이라고 답하자 그 여성 자원봉사자는 텐트에 있던 모든 사람에게 "이 남자가 마리우폴에서 걸어서 여기까지 왔어요"라고 외쳤습니다.

페딘은 "순간 모두가 멈췄다. 영광스러운 순간이었다"고 당시를 전했습니다.

[디지털뉴스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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