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윳값이 사상 최고가를 기록하면서 휘발윳값을 앞섰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석유제품 수급난이 심화하고 유류세 인하 추가 시행이 결정되면서 가격이 역전이 이뤄진 것으로 풀이된다.
12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오후 1시 기준 전국 주유소의 경유 평균 판매가격은 전날보다 4.63원 오른 리터당 1952.22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2008년 7월 16일 기록한 최고가(1947.75원)를 넘어섰다.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전날 대비 2.18원 오른 리터당 1948.29원으로 확인됐다. 경유와 비교하면 3.93원 낮은 수준이다. 휘발유가 경유보다 저렴해진 것은 지난 2008년 이후 14년 만이다.
경유 가격이 급등한 원인으로 세계적인 경유 재고 부족과 러시아산 석유제품에 대한 서방국가의 제재로 커진 경유 수급 불확실성이 꼽힌다. 유류세 인하도 한몫을 했다는 분석이다. 정부가 물가안정을 위해 지난 1일부터 유류세 인하율을 기존 20%에서 30%로 확대했다. 유류세는 석유제품마다 다르게 부과된다. 휘발유와 경유의 비율은 100대 85다. 휘발유에 붙는 세금이 247원 감소할 때 경유는 174원 줄어드는 데 그쳐 격차가 생길 수밖에 없다.
실제로 휘발유 가격은 유류세 인하 조치 이후 하락세를 나타내다가 지난 7일 반등하기 시작하면서 하루 평균 2.9원 올랐다. 반면 경유 가격은 같은 기간 하루 평균 6.7원 상승했다. 가격이 상승 전환된 시점도 4일로 더 빨랐다.
정유업계에서는 당분간 경유 강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정유시장 일각에서는 경유가 리터당 2000원선을 돌파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윤재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글로벌 정제설비가 풀 가동 중인데 탈탄소 압력까지 거세 정제설비 증설도 어려운 상황이라 경유 부족 현상이 길어질 수 있다"며 "경유 강세는 에너지 전환의 필요성을 보여 주지만 신재생 에너지 전환에 대한 비용 상승으로 연결돼 역설적으로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항공 수요 회복도 경유 가격 상승을 유도하고 있다. 원유를 정제해 휘발유·경유·등유 등을 생산하고 있는데, 경유 생산 비중을 축소하고 항공유 생산 비중을 확대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미국의 여름 휴가철인 '드라이빙 시즌'도 복병이다.
경유를 사용하는 화물차 운전자들과 건설장비업체들의 부담도 가중되고 있다. 한 운송업체 기사는 "남는 게 없다"며 "갈수록 경유 가격이 오른다는데 어떻게 생활해야 할지 막막하다"고 호소했다.
[이가람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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