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한동훈 "딸은 운 좋았을뿐 불법은 없어"…'업무 방해' 적용되나
입력 2022-05-11 10:43  | 수정 2022-05-11 10:54
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를 받고있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 사진=연합뉴스
기존 '업무방해' 처벌은 '방해받은 주체' 확실했을 때 이뤄져
한 후보자 "딸은 그저 운 좋았을뿐"…대필 의혹 등 전면 부인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10일 새벽까지 이어진 인사청문회에서 딸의 스펙 의혹과 관련해 집중적인 질문을 받았습니다.

한 후보자의 딸은 국제 학술사이트에 등록한 논문의 표절 및 대필 의혹을 받으며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딸처럼 '부모 찬스'로 스펙을 쌓은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아왔습니다. 이에 조 전 장관은 "왜 한 후보자 딸의 생활기록부를 압수수색해서 조사하지 않느냐"면서 자신의 딸이 엄격한 기준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던 것과 달리 한 후보자의 딸은 집중수사의 대상이 되지 않는 상황을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을 비롯한 진보 성향의 시민단체들은 한 후보자 부부를 자녀 입시 비리를 통한 업무방해로 고발했습니다. 민주당 김용민 의원도 딸의 논문 대필 의혹을 지적하면서 "경우에 따라 업무방해죄나 저작권법 위반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불법 스펙 쌓기에 적용될 수 있는 죄는 형법상 '업무방해죄'


한 후보자의 자녀 입시 비리 의혹에 적용될 수 있는 죄는 형법상 '업무방해죄'입니다. 아무리 기존에 관행으로 여겨지며 자주 행해졌던 일이라고 해도 자신의 목적 달성을 위해 상대방에게 착각을 유발했다면, 이 역시 '업무방해죄'에 해당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해당 사안과 관련된 판례에서는 '적정성'과 '공정성'을 기준으로 언급하며 점수를 매기는 평가자의 평가업무에 어느 정도 영향이 미쳤는지를 판단합니다. 또 재판부에서 업무방해죄를 판단하는 기준에는 '미수냐, 기수냐', '어디에 쓰였냐' 등이 있습니다. 즉, 한 후보자의 딸이 실제 입시에서 '부모 찬스'를 사용한 경우에만 해당 학교의 입시를 방해한 혐의가 성립된다는 겁니다. 한 후보자가 인사청문회에서 "(자기 딸의 스펙이) 입시에 사용된 사실이 없고, 앞으로 입시에 사용할 계획도 없다"면서 "학교에 해당 논문을 제출한 사실도 없다"고 못박은 것 역시 이러한 법적 쟁점을 고려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후보자의 딸을 둘러싼 의혹은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그 중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한 후보자가 케냐 출신의 온라인 튜터 벤슨(Benson)에게 딸의 논문을 대필시켰다는 의혹입니다. 한 후보자는 해당 논문들은 고등학생이 연습용으로 리포트 수준의 2~6페이지의 짧은 영문 글들을 모은 '습작 수준'이라고 설명하면서 "(딸이) 학습 과정에서 원어민 가정교사로부터 온라인 첨삭을 받은 적은 있지만 벤슨이라는 사람과는 아무런 접점이 없다"고 대필 의혹을 전면 부인했습니다.

그러자 더불어민주당 김영배 의원은 "친이모가 미국에서 미국 대학 입시 컨설팅 회사를 운영하고 딸 둘을 미국 최고의 유펜(펜실베니아 대학) 치대에 보냈다. 혹시 이모에게 스펙관리 컨설팅을 받은 것은 아니냐"고 질의했습니다. 한 후보자는 이에 대해 "친이모인데 돈을 주고 컨설팅을 받을 필요가 있냐"고 답하면서 "컨설팅 받는게 불법은 아니지 않냐"고 덧붙였습니다.

또 한 후보자는 다른 논문의 표절 의혹에 대해서도 "(해당 논문을) 우리나라 '카피킬러'라는 프로그램에 돌리면 표절률이 4% 나온다. 그런데 반대로 비교 대상이 되는 자료는 표절률이 50% 이상이다"라고 반박했습니다. 그러면서 딸의 봉사활동 관련 기사를 싣은 언론은 현지의 유력 언론이 아닌 인터넷 홍보지에 불과하다면서 미국 대학 진학용 스펙으로 보기 어렵다고도 전했습니다.

업무방해 성립 요건은 "업무 방해받은 주체가 확실한가"


민주당은 입시 비리 의혹을 받고있는 한 후보자의 딸에 대해 조 전 장관의 딸인 조민 씨에게 이뤄졌던 것과 같이 높은 강도의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조 전 장관은 줄곧 한 후보자 딸의 입시 비리 의혹 관련 기사들을 본인의 SNS에 공유하며 "즉각적인 압수수색이 필요하다", "언론은 왜 이런 선택적 수사를 비판하지 않냐"며 불만을 드러냈고, 한 후보자의 해명에 대해서는 "뱀처럼 교묘하다"는 입장을 내놨습니다.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있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진=연합뉴스


기존에 유죄로 판결되거나 수사의 대상이 되었던 사건들은 모두 '업무를 방해받은 주체가 뚜렷하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습니다. 조 전 장관의 부인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의 경우, 딸 조민 씨의 '7대 허위 스펙'이 서울대 의학전문대학원(탈락)과 부산대 의전원 입시(합격)에 제출됐고 또 직접적으로 쓰였기 때문에 업무방해죄가 적용돼 지난 27일 징역 4년이 확정됐습니다.

고교 과정이 4년제인 미국계 국제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인 한 후보자의 딸의 경우, 아직 입시를 치르지 않았기 때문에 미국 대학의 입시를 방해한 것은 아니지만, '컨설팅'(대필)받은 논문을 학교 교과목 과제로 제출해 성적을 받은 것이라면 이는 해당 국제학교의 성적평가 업무를 방해한 것이기에 '업무방해죄'를 적용받을 수 있습니다.

한편 조 전 장관 부부의 경우 2016년 미국 조지워싱턴대에 다니던 아들이 '민주주의에 대한 세계적 시각'(Global Perspective on Democracy) 과목의 온라인 시험 문제를 대신 풀어준 혐의를 받아 현재 재판 중에 있습니다. 검찰은 조 전 장관 부부에게 조지워싱턴대의 업무를 방해한 혐의를 적용했습니다. 또 이들에 앞서 논란을 빚었던 '국정농단' 사건의 최서원(개명전 최순실)씨는 '2015학년도 이화여대 수시모집 체육특기자 전형'에 응시한 딸 정유라씨의 대학 합격을 위해 면접위원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며 이화여대의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징역 3년을 선고받았습니다.

법정을 나서는 최서원씨(개명 전 최순실)/ 사진=연합뉴스


성균관대 약대 교수였던 이모씨는 2016년 대학원생 제자들에게 대학생 딸의 연구 과제를 작성하도록 강요했고, 해당 결과물로 딸을 서울대 치대전문대학원에 합격시켰습니다. 이후 해당 사실이 드러나며 이모씨의 딸은 치전원 합격이 취소됐고, 이모씨는 서울대 치전원의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기소돼 1심 재판을 진행 중입니다. 고교 1학년이던 지난 2017년부터 이듬해인 2018년까지 총 다섯 차례에 걸쳐 아버지가 빼돌린 전과목 답안지를 보고 시험을 치렀던 숙명여고 쌍둥이들 역시 숙명여고의 성적평가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기소돼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았습니다. 쌍둥이들의 아버지인 현씨는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됐다 2020년 3월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아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받았습니다.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은 "조 전 장관의 딸인 조민 씨는 허위 인턴 증명서에 조작된 서류들로 대학에 합격해 같은 전형에 지원한 다른 학생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줬지만, 한 후보자의 딸은 불법적으로 스펙을 쌓은게 아니지 않냐"면서 한 후보자를 옹호했습니다. 이에 진중권 전 교수는 "미수든 완수든 본질은 동일한 것"이라면서 한 후보자의 해명을 비판했습니다.

한편 한 후보자는 "제 딸에게 주어진 기회가 아무나 가질 수 있는 기회가 아니고, 제 딸이 운이 좋아 사회적 혜택을 받은 것이라는 점은 가족 모두 잘 이해하고 있다"면서 "앞으로 저희 가족 모두 봉사하는 삶을 살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디지털뉴스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