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애들 적금 깨서 전부다 삼성전자 주식에 넣었는데 너무 후회 중이에요. 공부 좀 하고 들어갈 걸, 너무 고점에 사서 당장 뺄 수도 없고 고통스러운 시간들을 보내고 있습니다."
한 삼성전자 투자자는 이렇게 토로했다. 개미들의 '원픽'인 코스피 대장주 삼성전자의 주가가 약세장을 이어오면서 원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삼성전자 임원들은 팔을 걷어붙이고 자사주 매입에 적극 나서고 있지만 주가 반등의 신호탄은 마땅히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10일 증권가에 따르면 올해 처음으로 장이 열린 1월 3일부터 이날까지 개인 투자자들은 삼성전자 11조1598억원을 순매수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이날 종가 기준 코스피 시가총액 35위에 이름을 올린 LG(11조1526억원)의 시총을 웃도는 규모다. 개미들이 삼성전자 다음으로 사들인 네이버(2조399억원)와 카카오(1조6451억원)를 합친 금액보다도 3배가 많은 압도적인 규모다.
개인 투자자들의 열화와 같은 성원에도 삼성전자의 주가 흐름은 답답하기만 하다. '약세장엔 삼성전자'라는 말이 무색하게도 코스피와 비슷한 낙폭을 기록중이다. 올해 들어 코스피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Fed)의 금리 인상과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중국의 봉쇄 정책 등으로 12.74% 하락했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도 16.41% 밀리며 지수만큼이나 시장 상황에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지난해 한때 '10만전자'를 바라봤던 삼성전자는 지난 3월 30일 7만원선을 내준 이후 이후 약 한달 반동안 '6만전자'에 갇혀있다. 심지어는 지난달 28일에는 장중 6만4000원선까지 떨어지면서 52주 신저가를 다시 쓰기도 했다. 지난 6일에는 2% 급락 마감한데 이어 이날까지 3거래일 연속 하락하며 장을 마쳤다.
30대 삼성전자 주주 김모씨는 "삼성전자를 7만원에 샀을 당시만 해도 싸게 샀다 좋아했는데 6만4000원까지 떨어지는 걸 보고 한숨만 나왔다"며 "물론 장기적으로 본다면 오를 거란 믿음은 아직 갖고 있지만 당분간은 바닥이 어디일지 5만원까지 떨어지는 건 아닐지 두렵다"고 털어놨다.
삼성전자의 주가 약세 흐름은 회사 자체의 문제라기보다 불확실한 매크로 환경에 큰 영향을 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28일 확정 실적 발표를 통해 올해 1분기 78조원에 육박하는 매출을 기록하며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고 밝혔고, 영업이익 역시 반도체 슈퍼호황 때와 버금가는 14조원대를 기록한 바 있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최근 삼성전자의 주가 하락은 삼성전자보다 장기공급계약(LTA·Long Term Agreement) 비중이 높으면서 실적이 양호한 TSMC 주가 급락에서 알 수 있듯이 매크로 불확실성이 가장 큰 원인으로 보인다"며 "시장 예상을 상회하는 반도체 출하량 증가가 건전한 재고 소진이 아닌 악성 재고 축적이 될 것이라는 비관이 고조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한편 삼성전자 임원들은 적극 자사주 매입에 나서고 있다. 통상 내부 사정에 밝은 임직원들의 자사주 매입은 시장에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전자공시시스템에 의하면 지난달1일부터 이날까지 삼성전자 임원 18명이 회사 주식을 사들였다. 가장 낮은 금액에 삼성전자 주식을 매수한 임원은 송원득 부사장이다. 송 부사장은 지난달 28일 삼성전자 주식을 6만4800원에 장내매수했다. 다만 임원들 역시 주가 하락에 울며 겨자먹기식의 물타기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김정은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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