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첼시 인수' 벽 높았지만…'잃은 건 없다'는 하나금투
입력 2022-05-09 16:20 

하나금융투자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빅4' 중 하나인 첼시FC 인수전에서 결국 고배를 마셨다. 후보간 가격 경쟁에서 일찍이 밀려 존재감은 다소 부족했지만, 글로벌 스포츠 산업에서 하나금융의 이름을 알리는 등 소기의 목적을 이뤘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 7일(현지 시간) 첼시FC는 미국 메이저리그 LA다저스 공동 구단주인 토드 보엘리를 새주인으로 맞이한다고 발표했다. 거래 가격은 40억~42억4500만 파운드(약 6조3000억~6조7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현지 언론은 추정하고 있다. 첼시FC는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영국의 제재 대상이 된 구단주 로만 아브라모비치가 영국의 금융제재 압박을 이기지 못하고 매각을 결정하면서 지난 3월 시장에 나왔다.
하나금융투자는 전략적투자자(SI)에 인수금융 대출을 지원하는 역할로 국내 금융사로는 유일하게 첼시FC 인수전에 참여했다. 영국 부동산 재벌인 닉 캔디, 영국 스포츠 매니지먼트 업체 C&P스포츠와 공동으로 '더블루풋볼컨소시엄'을 결성해 예비입찰에 도전했다
명문 구단인 첼시FC 인수전은 하나금융투자의 참여는 국내 투자은행 업계에서 화젯거리가 됐다. 현지 언론도 대형 스포츠 구단 거래마다 이름을 올리는 미국과 유럽, 중동계 후보들과 달리 낯선 한국 금융사의 이름이 나오자 호기심을 보였다.
시장의 관심을 끄는데 성공했지만, 아쉬운 성적표를 받아들여야 했다. 매각 주관사 레인그룹은 지난 4월 미국 메이저리그(MLB) 구단인 LA다저스의 공동 구단주인 토드 보일리 컨소시엄을 포함한 4개 컨소시엄을 예비적정인수후보(숏리스트)로 압축했는데, 하나금융투자 컨소시엄은 이 명단에 들지 못했다. 하나금융 컨소시엄이 제시한 가격은 3조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최근 확정된 첼시FC 거래 가격이 6조 중반 수준에서 형성된 점을 고려하면 턱없이 부족한 가격을 제시한 셈이다.

이후에도 하나금융투자는 본입찰에 참여한 또다른 후보와 손을 잡을 수도 있다며 완주 의지를 드러냈지만 끝내 불발됐다. 이에 대해 하나금융투자의 한 관계자 역시 "최근 첼시FC 입찰에서 완전히 손을 뗀 상황"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일찌감치 숏리스트에서 떨어졌지만 관련 업계에서는 하나금융 브랜드가 글로벌 스포츠 시장에서 이름을 알렸다는 점에서 소기의 성과를 이뤘다는 평가도 나온다.
투자은행 업계의 한 관계자는 "아시아 시장 진출을 고려하는 스포츠 구단들을 대상으로 마케팅 효과를 냈을 것"이라며 "해외 비즈니스 확장에 집중하고 있는 하나금융그룹도 글로벌 업체들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구축하기 위한 지름길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해 인수 성공 여부와 관계 없이 입찰에 참여한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했다.
[조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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