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말 전월세 신고제 도입 1년이 도래한다. 작년 6월부터 올해 3월까지 신규 전세 계약을 맺은 임차인들은 갱신 계약을 하는 사람보다 평균 1억5000여만원의 높은 보증금을 부담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이 기간 전세 재계약 거래의 계약갱신청구권(이하 갱신권) 사용 비율이 월세 거래에 비해 20%포인트가량 높았다.
9일 연합뉴스가 부동산R114와 함께 전월세 신고제가 시행된 지난해 6월 1일부터 올해 3월 말까지 신고(5월 3일 기준)된 서울 아파트 전월세 계약 18만3103건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전체 전월세 거래 건수 중 갱신계약으로 신고된 건수는 총 4만9천528건이었다. 이 중 갱신권을 사용해 임대료가 5% 이내로 제한된 경우는 3만3731건으로 전체의 68.1%를 차지했다.
전세 재계약 갱신권을 사용한 비율은 72.6%(전세 재계약 3만7824건 중 2만7468건)로 월세 53.5%(1만1070건 중 6263건)보다 높았다. 이는 갱신권 등 임대차 2법 시행 이후 전셋값이 급등하면서 월세보다는 보증금이 큰 전세 계약에서 갱신권의 사용 비율이 더 높았던 것으로 보인다.
조사 기간 내 전세 거래(월세 제외) 중 동일 주택형 간의 전세 계약이 1건이라도 있었던 경우는 총 1만6664건이었다. 이 중 신규 계약의 평균 보증금은 6억7321만원, 갱신계약의 보증금 평균은 5억1861만원으로 신규와 갱신 계약의 보증금 격차가 평균 1억5461만원 벌어졌다. 해당 기간 내에 전월세 계약을 체결한 세입자 가운데 신규 계약자가 갱신 계약자보다 평균 1억5000만원 이상의 보증금을 더 부담한 것이다.
갱신 계약과 신규 계약 보증금 격차는 강남권의 중대형 고가 아파트일수록 더 컸다. 강남구 대치동 동부센트레빌 전용 161.47㎡는 이 기간 갱신계약 보증금 평균이 21억원인 데 비해 신규 계약 보증금 평균은 38억원으로 무려 17억원이나 차이가 났다. 이에 비해 성북구 장위동 꿈의숲코오롱하늘채 전용 59.92㎡는 갱신계약 보증금 평균이 4억1821만원, 신규 계약 보증금 평균이 4억6250만원으로 격차가 평균 4429만원 정도로 5000만원 미만이었다.
문제는 올 하반기 임차인의 보증금과 임대료 부담이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는 점이다. 계약갱신청구권 도입 2년이 되는 올해 7월 말부터 갱신권이 소진된 신규 계약 물건이 나오기 때문이다. 갱신권을 사용한 임차인은 5% 이내의 인상률로 2년 동안 거주가 가능하지만, 신규 계약은 시세 수준으로 전셋값을 올릴 수 있다.
더욱이 2020년 7월 말 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 상한제 시행 이후 전셋값이 급등하면서 2년 전 전세가격과 비교하면 임대료 부담은 훨씬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한국부동산원 조사 자료를 보면 올해 3월 서울 아파트의 평균 전셋값은 6억3294만2천원으로, 임대차 2법 시행 전인 2020년 7월 말 평균 4억6458만1000원보다 무려 1억6836만1000원 상승했다. 상승률로는 36.2%다. 이 기간 동안 강남구의 상승률은 경우 48.7%(7억8530만1000원→11억6751만5000원)로 더 컸다.
전문가들도 앞으로 갱신권이 소진된 전세가 신규로 나오고, 집주인들이 4년 계약을 염두에 두고 가격을 올린다면 예상보다 전셋값 상승폭이 커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우려가 커지자 새 정부도 임대차3법 개선을 검토하고 있다. 임대 기간을 4년 이상 장기계약하는 '착한 임대인' 인센티브 제공, 소형 아파트 주택임대사업자 제도 부활, 전월세 신고제 계도 기간 연장 등의 보완 방안을 논의 중이다.
다만, 국회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입장을 고려할 때 큰 폭의 개선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조성신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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