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약시장의 열기가 과천에 집중되고 있다. 시세의 반값 수준인 무순위청약 물량이 나올 예정이기 때문이다. 당첨 시 10억원이 넘는 시세차익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면서 로또보다 낫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4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경기 과천시 원문·별양동 과천위버필드는 오는 9일 총 4가구를 대상으로 무순위청약을 실시한다. 과천위버필드는 지하 3층~지상 35층, 21개동, 총 2128가구로 이뤄진 대단지다. 지난 2018년 분양을 진행해 지난해 1월 입주를 마쳤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불법 전매와 위장 전입 등 부정 사례가 적발돼 계약이 취소됐다.
무순위청약으로 풀린 타입은 전용면적 기준 ▲59㎡ 2가구 ▲84㎡ 1가구 ▲99㎡ 1가구다. 분양가는 ▲59㎡ 8억2359만원·8억9731만원 ▲84㎡ 10억8814만원 ▲99㎡ 11억6590만원이다. 4년 전과 비교해 큰 차이가 없는 가격이다. 현재 인근 시세가 전용 84㎡ 기준 20억원을 웃도는 수준으로 형성돼 있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당첨만 된다면 10억원대의 시세차익을 거둘 수 있는 셈이다.
통상적으로 무순위청약 물량은 분양대금 납부 기간이 짧기 때문에 어느 정도 현금을 보유한 상태여야 하지만, 과천위버필드는 전용 59㎡의 분양가가 9억원 미만이라 대출이 가능하다. 의무 거주 기간이 없어 세입자를 구해 전세보증금으로 잔금을 납부할 수도 있다. 과천위버필드 당첨자 발표일은 오는 13일, 계약일은 오는 20일이다.
무순위청약이란 미분양·미계약·당첨취소 등 사유로 남게 된 아파트에 대해 재청약을 받는 것을 의미한다. 청약통장이 필요 없고, 입주자 모집 공고일 기준 만 19세 이상 성인이라면 누구든 청약 신청을 넣을 수 있다. 가점제인 1순위청약과 달리 추첨제인 점도 매력이다. 이에 청약가점이 낮은 20·30대를 중심으로 청약수요가 몰리고 있다.
무순위청약만 공략한다는 A씨(30대)는 "수도권 아파트를 매매할 만큼의 재력이 있는 것도 아니고 부양가족도 없어 늘 불리했다"며 "그만큼 무순위청약 경쟁률이 높지만 운 좋게 당첨되기만을 바랄 뿐"이라고 전했다.
이처럼 집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았고,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분양가도 오를 것으로 점쳐지는 상황에서 '줍줍'에 마지막 희망을 거는 청년층이 적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최근 과천 인구는 7만8000여명으로 약 6년 만에 7만명을 재돌파했다. 이 가운데 청년층의 비중이 적지 않았다.
한 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지난해 말부터 지하·옥탑·고시원 등 월세가 싼 매물들이 나오면 바로바로 나가고 있다"며 "교통편도 좋지 않고 노후한 건물이지만 청약 신청을 위해 흘러들어오고 있는 것"이라고 귀띔했다.
과천 분양시장의 열기는 당분간 식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올해 안에 과천자이(10가구)와 과천푸르지오벨라르테(36가구), 과천푸르지오라비엔오(36가구), 과천르센토데시앙(28가구), 과천푸르지오오르투스(36가구), 과천제이드자이(40가구) 등을 포함해 약 190세대에 대한 무순위청약이 진행된다. 경기도특별사법경찰단이 부정행위를 적발해 계약 취소를 통보한 물량 176가구를 포함한 물량이다.
[이가람 매경닷컴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