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과 안심을 동시에 하게 될 줄은 몰랐네요."
A씨는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했다는 자녀의 손을 꼭 잡은 채 이같이 말했다. 안전 문제가 가장 우려스럽다는 게 A씨의 설명이다.
A씨는 "아무래도 한남동 공관에 대통령이 살게 되면 경찰이 더 많아져서 등굣길이 안전해질 것 같다"면서도 "대신 시위도 같이 늘어 혹여 아이가 휘말리지는 않을까 걱정된다"고 불안해했다.
서울시 용산구는 최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대통령 집무실을 이곳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화두에 오른 지역이다. 윤 당선인은 취임과 동시에 한남동 외교부 장관 공관 인근의 국방부 장관 공관을 대통령 관저로 활용할 계획이다.
4일 오전 8시 30분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한남초등학교는 학부모들과 자녀들의 등교가 한창이었다. 학교 정문에는 1명의 교통지도사 외에도 4명의 경찰이 배치돼 있었다.
등교시간이 끝나갈 무렵 학생들 사이로 검은 자동차 두 대가 내려왔다. 경호원들이 탑승한 승용차 한대와 리무진 한대였다. 학교 뒤편 '한남동 공관촌'에서 나온 차량이다.
한남초 뒤편으로는 국회의장, 대법원장 공관을 비롯해 국방부장관, 해병대사령관 공관 등이 몰려 있다. 한남동 공관촌이라는 용어 역시 이 때문에 등장했다.
서울시 용산구에 위치한 한남초등학교. [사진 = 한재혁 인턴기자]
이날 방문한 한남동 공관촌 앞에는 6명의 도배 노동자와 2명의 전기관리 직원이 문 앞에서 작업 시작을 기다리고 있었다. 작업에 참여할 예정인 B씨는 "리모델링 작업이 있다고 해서 왔다"며 "구체적인 내용은 설명을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경계는 철저했다. 공관 옆 표지판을 촬영할 때부터 사복 차림의 경호원이 기자를 주시했다. 정문을 촬영할 때쯤 경계근무 중이던 헌병이 다가와 제지했다. 촬영한 정문 사진은 감독하에 모두 삭제해야 했다.
윤 당선인의 입주를 앞두고 시민들은 교통 체증을 가장 우려했다. 한강진역 인근서 작업 중인 50대 환경미화원 C씨는 "한남동 도로는 새벽 6시부터 막히기 시작한다"며 "윤 당선인이 교통체증을 피해 출근을 한다고 해도 교통체증은 불가피할 것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심할 때는 약수역까지 교통체증이 이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집무실 이전을 추진하는 한남동 `공관촌` 인근 도로. [사진 = 한재혁 인턴기자]
이 같은 교통 체증은 서울시 교통량 통계에서도 확인된다. 통계에 따르면 지난 3월 한 달 동안 한남 1가도로에서 남산 1터널까지 도로에는 시간당 3451대의 차량이 통행한 것으로 확인됐다.시위 증가에 대한 걱정 역시 존재했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11조에 따르면 국회의장 공관과 대법원장 공관으로부터 반경 100m 이내 범위에서는 집회와 시위가 금지돼 있다.
한남동 주택가에서 공인중개소를 운영하는 80대 D씨는 "윤 당선인 입주 이전에도 한남동은 공관 앞에서 시위 못 하는 사람들이 주택가나 상가에서 (시위를) 했다"며 "윤 당선인이 오고 나서는 시위가 더 늘어서 소음 공해가 심해질 것 같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다만 용산경찰서 측은 "아직 큰 변화는 없다"는 입장이다. 용산경찰서 관계자는 "한남초등학교 등굣길 지원은 원래 해오던 사업"이라며 "대면수업이 확대되면서 인근 파출소 판단으로 인력을 증원한 것 같다"고 부연했다.
한편, 최관호 서울경찰청장은 지난달 25일 기자간담회에서 "경호상 목적을 위해 신호 통제를 할 예정이나 시민들에게 불편을 많이 끼친다면 경호처와 협의해 시간을 조정하거나 우회를 미리 안내하는 등 불편을 최소화하겠다"고 말했다.
[김현정 매경닷컴 기자 / 한재혁 인턴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