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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산, 퇴출 움직임에도 시공권 방어 착착…"사업비·소송 감당 힘들어"
입력 2022-05-04 19:06  | 수정 2022-05-06 13:12
정몽규 HDC그룹 회장(가운데)이 4일 오전 서울 용산구 HDC현대산업개발 사옥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외벽 붕괴 사고 관련 추가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HDC현대산업개발의 숨통이 트이고 있다. 광주 아파트 붕괴 사고로 존폐 기로에 섰지만, 대단지를 중심으로 시공권 방어에 성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업비 증가와 소송전 부담에 대한 우려가 반영된 결정인 만큼 신뢰 및 브랜드 가치 회복이 과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4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현산은 이문3구역 재정비사업을 이어나가게 됐다. 지난달 30일 현산을 컨소시엄에서 배제하자는 안건이 부결되면서다. 조합은 현산이 서울시로부터 영업정지 행정처분을 받은 것이 계약 해지 사유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지만, 총회에 참석한 조합원의 과반이 시공사 유지에 표를 던졌다. 이문3구역은 강북 재개발 최대어라고 불리는 사업장이다. 서울 동대문구 이문동 일대에 5000억원의 공사비를 투입해 총 4321가구를 짓는다.
또 송파구 신천동 잠실진주 재건축 시공권도 사수했다. 조합은 지난달 24일 현산의 시공 계약 해지 안건을 부결했다. 이 사업은 기존 1507가구를 2678가구로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지난해 12월 착공에 들어갔다. 노원구 상계동 상계1구역 재개발과 강북구 미아동 미아4구역 재건축, 울산 남구 신정4동 B-07구역 재개발 시공권도 지켜냈다.
반면 지난달 서울 광장상록타워, 안양 삼호아파트, 부산 서금사, 광주 곤지암, 대전 도안시티 등은 현산과 시공계약을 해지했다. 경기 광명11구역과 광주 운암주공은 시공단에서 빠지고 지분만 유지하는 쪽으로 결론을 내렸다. 이 경우 현산은 공사에서는 손을 떼고 개발 이익만 가져가게 된다. 수원 영통2구역과 의왕 부곡다구역에서는 다른 건설사에 지분을 양보한다. 부산 시민공원과 대전 숭어리샘의 시공사 지위 유지 여부는 이번 달 안에 판가름 난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서울 대규모 사업장에서 시공권을 유지했다는 데에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건설업계와 법조계에서 현산과 조합 간 시공계약 해지가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는데, 들어맞는 분위기로 흘러가면서 현산도 한숨 돌리게 된 상황"이라고 전했다.
현산이 재건축·재개발 현장 곳곳에서 퇴출당할 수 있었던 절체절명의 위기에서도 선방이 가능했던 가장 큰 이유로 시공사 교체에 드는 비용 문제가 꼽힌다. 시공사 선정을 새로 하게 되면 그만큼 공사 기간이 늘어난다. 자연스럽게 이자비용과 물류비용 등 사업비도 불어나게 된다. 속도가 생명인 사업인 만큼 안전 관리 강화나 마감재 고급화 등 적당한 선에서 타협을 봤을 것이라는 후문이다.
법정 다툼에 대한 가능성 역시 무시하기 힘들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통상적으로 법원에 소를 제기하고 판결이 나올 때까지 짧지 않은 시간이 소요된다.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손실은 고스란히 조합원의 고통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현산은 최근 안양 뉴타운삼호 조합 측에 시공자 공사도급계약 해지 통보는 무효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앞서 조합이 건설산업기본법에 의거해 현산과 체결한 계약의 해지를 통보한 데에 따른 대응이다. 조합은 현산이 계약 해지를 받아들이지 않을 시 소송전도 불사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에 정비·건설업계에서는 현산이 적극적으로 시장 신뢰도 회복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에 현산은 이날 붕괴사고로 인명피해를 낸 광주 서구 화정동 화정아이파크 전면 철거 및 재시공을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국내 건설사상 첫 사례다.
정몽규 HDC그룹 회장은 "입주예정자의 요구에 맞춰 화정아이파크 8개동을 완전히 철거하고 새로 짓겠다"며 "사고가 난 201동 이 외에 나머지 동 계약자들도 안전에 대한 우려가 커서 이를 해소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자연스럽게 입주도 미뤄지게 됐다. 화정아이파크는 당초 오는 11월 말에서 12월 초 입주가 시작될 예정이었으나, 현산은 준공까지 앞으로 약 70개월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추가로 투입될 비용도 37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점쳐진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현산의 고뇌에 찬 결단이 우리나라의 안전 문화를 획기적으로 높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언급했다.
[이가람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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