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얘야, 부자되거라" 삼성전자 사주는 부모들
입력 2022-05-04 17:42  | 수정 2022-05-04 22:40
최근 주식 투자와 공모주 청약 열풍으로 청소년 투자자가 급증하면서 '1등주' 삼성전자 주식을 가진 20세 미만 미성년 주주가 지난해 35만명을 넘어섰다.
4일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삼성전자의 20세 미만 주주는 35만8257명으로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이들은 삼성전자 전체 발행 주식의 0.25% 수준인 총 1483만4499주를 보유했다. 1483만4499주의 평가액은 지난 3일 종가인 6만7500원을 기준으로 9710억원이며, 1인당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은 평균 41주(277만원어치)다.
삼성전자 미성년 주주는 매년 급증하는 추세다. 2019년 말 1만8301명에서 코로나19 팬데믹 이후인 2020년 말에 11만5083명으로 10배 폭증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는 증시가 약세장에 들어섰음에도 불구하고 미성년 주주가 전년도(2020년)에 비해 3배 이상 늘었다. 전체 주주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2019년 3.21%, 2020년 5.34%, 2021년 7.07%로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지난 3월 열린 삼성전자 주주총회에는 사상 최대 인원인 1600여 명이 모인 가운데 초등학생 등 미성년 주주도 다수 참석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미성년 고객의 주식 계좌 수와 잔액 규모도 크게 늘었다. 한국투자증권의 올해 4월 말 기준 미성년 고객 수는 약 16만3000명으로 2020년 말 6만9000여 명 대비 13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한 해에만 9만1000여 개 미성년 고객 계좌가 신규 개설됐고, 올해 1분기에도 약 1만7000명이 계좌를 새로 만들었다. 미성년 고객 계좌의 주식 잔액 규모는 2019년 1274억원에서 올해 4월 말 기준 6186억원으로 385.7% 늘었다. 같은 기간 30·40대의 주식 잔액도 189.7% 증가했지만, 자녀 계좌 증가율이 부모 세대를 크게 웃돌았다. 미성년 투자자들의 연령대는 더 낮아졌다. 지난해 이후 평균 9.4세의 미성년 고객이 계좌를 개설하면서 2019년 12.7세였던 전체 미성년 고객의 평균 연령은 10.8세로 내려갔다.

장기 투자 성향이 높은 미성년 투자자는 지난해 이후 변동성이 큰 증시에서도 성인보다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초부터 올해 1분기까지 미성년 고객 계좌의 투자 현황과 특징을 분석한 결과, 주식 수익률이 1.51%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30·40대 고객 수익률은 -0.64%였다. 두 세대 모두 지난해 말까지 비교적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지만, 올해 초 증시 조정에서 자녀 세대의 하락 폭이 작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미성년 고객 계좌 특성상 단기 매매보다 장기 투자 성격이 강해 수익률 차이가 난 것으로 분석된다. 미성년 고객의 1인당 체결 기준 주문 건수는 19.1건으로 30·40대 164.5건의 12% 수준이었다. 각 세대가 많이 보유한 종목은 삼성전자, 삼성전자 우선주, 카카오, 카카오뱅크로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미성년자가 주식 거래를 하려면 부모나 법정 대리인의 동의를 받아 영업점에서 주식 계좌를 개설해야 한다. 최근 몇 년간 이어진 주식 투자 활성화와 공모주 투자 열풍으로 자녀 명의로 계좌를 개설하는 경우가 늘었고, 주식을 증여하거나 함께 주식 투자를 하면서 재테크 조기 교육에 나서는 부모도 많아진 것으로 보인다. 여러 증권사에서도 어린이날을 맞아 주식 선물 서비스 등을 선보이고 있다. 삼성증권은 5월 가정의 달을 기념해 전용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엠팝(mPOP)'을 통해 '주식 선물하기' 서비스를 출시했다고 밝혔다. KB증권은 지난 2일부터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인 마블(M-able), 마블미니(M-able mini)에서 해외 주식 선물하기 서비스를 시작했다.
[김금이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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