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투자할 곳 없네…단기 예금 1년새 65% 폭증
입력 2022-05-04 17:38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침체와 금리 인상기에 대한 기대감이 겹치면서 단기 금융상품으로 시중 자금이 몰리고 있다.
한국은행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은행권의 만기 6개월 미만 단기 정기예금 잔액은 지난 2월 말 기준 130조4739억원으로 지난해 2월 말 79조3028억원보다 64.5% 늘었다. 2020년 8.5% 감소, 2021년 0.1% 감소에 이어 3년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는데 그 폭이 사상 최대 수준인 것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주식 시장마저 침체되자 투자 대기성 현금을 예치하는 고객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 일평균 거래대금은 17조7000억원으로, 2020년 2월 이후 월별 기준으로 가장 적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강력해진 대출 규제로 '빚투'가 줄어든 점도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달 금융권 가계대출 잔액은 3조6000억원 감소했다. 반면 2월 기준 예금은행에 들어온 총예금 잔액은 약 1883조원으로 지난해 2월(약 1719조원) 대비 9.6%가량 증가했다.

김형리 NH농협은행 WM사업부 NHAll100자문팀장은 "코로나19가 끝나가는 분위기에 투자를 보류하고 3개월, 짧게는 1개월 단위로 회전식 정기예금을 가입하는 고객이 많아졌다"며 "금리 인상기라 은행에서도 고객에게 단기 예금을 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투자심리 위축이 장기화하면 돈이 돌지 않는 '돈맥경화' 현상이 심화돼 경기 침체가 지속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당장 투자처를 찾지 못한 기업의 예금도 늘고 있다. 국내 예금은행의 기업예금 잔액은 2월 말 기준 약 595조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2% 증가했다. 같은 기간 가계예금 잔액은 6.6% 늘었다. 기업예금 증가폭이 가계예금 증가폭보다 2배 정도 컸다. 지난해 말에는 기업예금 잔액이 613조원에 달했다. 기업예금이 600조원을 넘어선 것은 한국은행이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이후 처음이다.
장기적인 경기 침체로 주식 시장이 출렁이자 국내 기업 내 자금 담당자들이 여유 자금을 은행 예금 등 단기 금융상품에 넣어뒀다는 분석도 나왔다. 국제적인 금리 인상 기조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정성진 KB국민은행 강남스타PB센터 부센터장은 "불확실성이 만연하다 보니 연구개발(R&D)에 대한 우려도 크고, 기업들이 섣불리 투자에 나서기 힘든 상황"이라며 "투자가 매출 증가로 이어질 수 있게 경기가 활력을 되찾아야 자금이 풀릴 것"이라고 말했다.
[명지예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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