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전쟁보다 뜨거운 한일전 축구, 어떻게 시작되었나
입력 2022-05-04 16:26 

한국과 일본이 축구로 처음 만난 것은 1954년 국제축구연맹(FIFA) 스위스 월드컵 아시아 지역 예선 때다. 당시 대통령 이승만은 "지면 현해탄에 빠져 고기밥이 되어라"라며 극단적인 반일 감정을 드러내며 무조건적인 승리를 주문했다. 앞으로의 한일전이 일종의 총성없는 전쟁처럼 치러지게 되리라는 신호탄과도 같은 말이었다.
시간이 지나도 한일전이라는 단어에 담긴 감정은 그다지 변하지 않았다. 2002 한일 월드컵 4강 신화의 장본인인 홍명보는 1994 미국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에서 일본에게 0대1로 패배한 뒤 "앞으로 일본에 지면 축구화를 벗겠다"고 폭탄 선언을 했다. 그리고 홍명보는 자신의 말대로 다시는 지지 않으며 5번의 한일전을 4승 1무로 치르고 나서야 은퇴를 결정했다.
그렇게 쌓인 역사 속에서 1954년부터 2022년까지 축구 한일전 통산 80경기에서 한국은 42승 23무 15패로 여전히 우위를 지키고 있다. 저자인 MBN 스포츠부의 국영호 기자는 이러한 한일전 결과가 어떻게 나왔는지 첫 경기부터 돌아보겠다는 마음으로 집필에 나섰다.
이승만 대통령의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이제 막 지나온 한국인들은 한일전만큼은 질 수 없다는 각오를 보였다. 심지어 일본이 다시 한국 땅에 들어오는 것을 보기 싫다는 이유로 홈 앤드 어웨이로 치러지는 1,2차전을 모두 일본에 가서 치르도록 정하기까지 했다. 그렇게 비장한 마음을 먹고 일본으로 떠난 축구대표팀이 1차전에서 5대1 대승을 거두고, 2차전에서는 부상으로 인한 수적 열세에 놓였음에도 2대2 무승부를 이끌어내고 월드컵 진출권을 따냈으니 결과 자체는 나쁘지 않았던 셈이다.

다만 그 결의에 비해 남아있는 자료의 양은 부족한 편이다. 예컨대 1차전 경기에서 후반 득점자 3명의 순서가 당시 언론들마다 차이를 보이기도 했다. 저자는 집필 과정을 "모래사장에 흩어진 미세한 알갱이 같은 역사의 단편들을 모으는 것처럼 고단한 작업의 연속"이었다고 돌아보며 "사건과 사건, 장면과 장면, 끊긴 연결 고리를 찾는 단어나 문장을 찾을 때면 쾌감이 밀려왔다"고 말한다.
그렇게 완성된 책의 분량은 376페이지에 달한다. 하지만 소설책처럼 다양한 인물들의 심리와 사건들을 사진들과 함께 읽다보면 지루하지는 않을 것이다. 1993년을 기점으로 2022년까지 28경기를 살표보면 어느덧 한국은 10승 10무 8패로 일본에 예전만큼 압도적이지는 못하지만 왜 양국의 라이벌리즘이 지금까지도 이토록 강하게 남아있는지는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이용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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