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빚더미에 살인·납치까지…두테르테 "온라인 닭싸움 폐지"
입력 2022-05-04 14:11  | 수정 2022-05-04 14:28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 / 사진=연합뉴스
닭싸움, 필리핀서 큰 인기 끄는 사행성 도박…강력 규제 필요 목소리 나와

필리핀에서 서민들을 빚더미에 앉게 만들고 살인·납치 사건으로까지 비화돼 비난의 대상이 된 온라인 닭싸움이 결국 폐지됐습니다.

오늘(4일) AFP통신에 따르면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은 전날 방영된 TV 담화를 통해 "오늘밤부로 온라인 닭싸움을 없애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온라인 닭싸움으로 인한 사회적 문제점들을 거론한 에두아르도 아노 내무장관의 건의를 받아들여 이와 같은 결정을 내렸습니다.

투계들이 발에 칼날을 차고 싸움을 벌이는 닭싸움은 필리핀 전역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일종의 사행성 도박입니다. 코로나19로 인해 현재는 온라인으로만 진행되고 있습니다.

올해 3월 마닐라에서 열려 온라인상에서 공개된 닭싸움 현장 / 사진=연합뉴스


그럼에도 직장과 가족을 등한시하며 온라인 닭싸움에 몰두하는 이들이 급격히 늘어났습니다. 뿐만 아니라 해당 닭싸움이 살인 및 납치 사건으로 비화되는 사례들이 잇따르자 정부 당국의 강력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습니다. 필리핀 당국에 따르면 지금까지 온라인 닭싸움 승부 조작에 연루된 투계 공급자 등 34명이 납치되거나 살해됐습니다.

또한 수도 마닐라에 거주하는 한 여성이 온라인 닭싸움 도박에서 생긴 빚을 갚기 위해 생후 8개월 된 딸을 단돈 4만 5천페소(108만 원)에 팔아넘기는 사건도 발생했습니다. 경찰은 어린 딸을 찾고 매수자를 체포했지만, 이후 온라인 닭싸움의 폐해를 지적하는 여론은 끊이지 않았습니다.

한편 온라인 닭싸움에 걸린 판돈은 하루 평균 30억페소(721억 원)였고 정부 허가를 받은 운영권자가 납부하는 세금은 매달 6억 4천만 페소(153억 원)에 달했습니다.

통신은 두테르테 대통령이 이러한 온라인 닭싸움으로 창출되는 비용이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줄어든 세수 회복에 도움이 된다며 그동안 제기된 금지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고 전했습니다.

[디지털뉴스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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