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세종기자실록] 극지와 화산 폭발 현장 누빈 사람들…희망의 항해하는 아라온호
입력 2022-05-04 12:54  | 수정 2022-05-04 14:41
극지를 항해하는 아라온호 모습 / 사진 = 최한샘 아라온호 1항사 제공
우리나라 최초 쇄빙선 아라온호 입항
극지 누빈 선원들, 화산 폭발 현장 연구진 전화 인터뷰

#195일 간 항해 마치고 돌아온 아라온호

우리나라 최초의 쇄빙선(극지에서 얼음을 깨면서 항해가능한 특수 선박) '아라온호'가 195일 간의 남극항해를 마치고 지난 3일 부산항에 입항했습니다.

아라온호는 남극에서 지구온난화에 가장 취약한 곳으로 알려진 서남극해 스웨이츠 빙붕 아래의 바다와 통가 훙가 하파이 해저 화산 폭발 현장 등을 탐사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거친 대양을 건너고, 바다 위의 대자연을 만나고, 연구를 진행한 이들을 전화 인터뷰해봤습니다.

#"보람있는 직업"…8년간 배와 동고동락

김광헌 선장은 지난 8년간 아라온호의 항해와 안전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부산항에 입항한 뒤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4일에는 광양항으로 이동해 연구작업에 사용되는 시료 및 장비들을 하역하고, 선박 수리를 1달이나 해야한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책임감 넘치는 김 선장의 목소리에서는 힘든 기색이나 불평이 전혀 엿보이지 않았습니다.
김광헌 아라온호 선장 모습 / 사진 = 최한샘 아라온호 1항사 제공

일반 선박과 달리, 얼음을 깨면서 항해하는 쇄빙선은 앞쪽에 고강도 철판이 달려있습니다. 또 연구 작업하는 특수 목적의 배이기 때문에 배를 컴퓨터로 조정(DP시스템)해야하는데, 이를 위해 새로운 공부도 하고 자격증도 취득했다고 합니다.

보통 남극 탐사는 6~7개월, 북극 탐사는 2~3개월이 소요된다고 합니다. 그동안 위성전화와 인터넷을 이용해 가족들과 연락을 한다고 합니다. 광양항 도착 뒤 가족들을 만난다는 생각에 설레는 김 선장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김 선장은 자신의 일에 대해 "힘든 와중에도 보람있는 직업이고 한 번쯤 도전해 볼 만한 일"이라며 애정을 드러냈습니다.

#어려운 순간도 많지만…"형용하기 어려운 감동"

최한샘 1항사는 김 선장과 함께 아라온호의 항해와 안전을 책임지고 있습니다. 9년 7개월 동안 승선 중인데, 남극에서 귀여운 펭귄을 보고, 북극에서 오로라를 보는 것이 큰 행복이라고 말했습니다.
바다 위 얼음을 뚫고 항해하는 아라온호 / 사진 = 최한샘 아라온호 1항사 제공

지난 2월 남극 대륙의 아문센 지역에서 활동했는데 당시 배를 압도하는 엄청난 크기의 빙산을 보고 할 말을 잃었다고 합니다. 수면 위로 100m 솟아있고, 여의도 크기보다 큰 빙산 사이를 항해하면서 '대자연의 힘'을 느꼈다고 합니다. 또 남극의 혹한 때문에 파도가 날라오는 도중에 얼어서 시야를 가리다보니 항해하는데 큰 위험을 느낀 순간도 있었다고 합니다.
펭수 인형을 들고 사진 찍은 최한샘 아라온 1항사 / 사진 = 최한샘 아라온호 1항사 제공

코로나19 전에는 남극 세종기지로 보급품 전달을 할 때, 서로의 공간으로 가서 이야기도 나누고 교류도 했었는데 지난 2년 동안은 이러한 일상이 사라졌다고 합니다. 올해부터는 다시 일상이 회복되기를 기대한다고도 밝혔습니다. 아라온호 승선을 꿈꾸는 후배들에게 최 1항사는 "사람이 살면서 남극과 북극을 동시에 갈 기회가 매우 적다"며 "대자연을 직접 보는 감동과 감정은 형용하지 못할 정도이기 때문에, 정말 와볼만한 가치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화산 폭발 현장 누빈 연구팀…"아라온호 승선으로 많은 기회 얻어"

박숭현 극지연구소 박사는 자신의 연구팀 K-HEART(Korean Hunga Eruption Araon Research Team)과 함께 지난달 8일부터 18일까지 열흘간 아라온호에 승선해 연구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이들이 향한 곳은 지난 1월 15일에 폭발한 통가 왕국의 통가 훙가 하파이 화산 폭발 현장으로 세계 연구팀 중 최초입니다.
남태평양 퉁가 해저 화산 폭발 현장 근처를 항해하는 아라온호 / 사진 = 박숭현 극지연구소 박사 제공

박 박사는 "당시 화산 폭발로 화산재가 58km 상공까지 치솟고, 태평양 연안 국가들에게 해일이 밀려오기도 했던 엄청난 폭발의 세기였다"며 화산 폭발 후 생겨난 지형(칼데라)의 변화 파악, 분화구 속 열 조사, 주변 생명체 복원 조사, 물리적 특성 파악을 위한 스파커 탐사 등 여러 조사를 했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훙가 화산체의 지형을 확보해 폭발의 메커니즘을 밝히는 데 기초 자료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며 "채취한 암석 시료 등 연구 결과를 정리하고 종합해서 학술지에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번 화산 폭발은 전세계적으로 관심이 많은 분야라고 합니다.

특히 박 박사는 "인간의 위치를 알기 위해서는 지구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기 때문에, 여러 현장에 가서 직접 살펴보고 과학적인 연구를 하는 것이 필수적"이라며 "지구과학 분야에서는 많은 연구 기회를 얻을 수 있고,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아라온호 승선을 꿈꾸는 연구진들에게 조언했습니다.
남태평양 퉁가 해저 화산 폭발 현장 배경으로 사진 찍은 박숭현 극지연구소 책임연구원 / 사진 = 박숭현 극지연구소 박사 제공

#바다를 누비는 아라온호…7월 북극 항해 예정

아라온호의 이름은 바다를 뜻하는 '아라'와 모두를 뜻하는 '온'을 합친 단어라고합니다. 대국민 공모전을 통해 선정됐다고 합니다.

아라온호는 선박 수리와 시험 운항 점검을 마치고 오는 7월 북극 항해를 위해 다시 출항할 계획입니다. 많은 이들의 희망과 꿈을 담은 그 이름처럼 세계의 대양을 안전하게 누비고, 지구과학과 관련한 선도적인 연구의 발판이 되길 기대해봅니다.

[안병욱 기자 obo@mbn.co.kr ]

※[세종기자실록] 행정수도 세종시에 있는 행정부처와 관련 산하기관들의 이야기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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