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경 "납북하려면 北 어선이 우리 해역으로 와야 하는데 그런 정황 없어"
통일부, 北에 선원 실종 사실 알린 후 협조 요청
통일부, 北에 선원 실종 사실 알린 후 협조 요청
서해 최북단 백령도 앞바다에서 조업하던 어선의 선장과 선원이 사라지고 파손 흔적이 없는 빈 배만 남는 미스터리가 발생했습니다. 현재 경찰은 해당 사고 경위를 파악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오늘(4일) 인천 해양경찰서에 따르면 4.97t급 까나리잡이 어선 A호는 지난 2일 오후 1시 55분경 인천시 옹진군 백령도 장촌항에서 출항했습니다. 해당 어선에는 60대 선장 B 씨와 인도네시아 국적 30대 선원인 C 씨가 타고 있었습니다.
출항 전 B 씨는 해경 백령파출소에 선원 2명이 승선한다고 신고했습니다. 또한 항구 인근 폐쇄회로(CC)TV에도 이들의 모습이 찍혔습니다. 이후 이날 오후 5시 30분경 백령도 북방 3.7㎞ 해상에서 해군이 표류 중이던 A호를 발견해 해경에 알렸습니다.
신고를 받은 해경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배가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까지 표류한 상태였습니다. 당시 B 씨와 C 씨는 모두 어선에 없었고, 선원들이 사라진 배에는 파손 혹은 침수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조타실에는 B 씨의 휴대전화가 그대로 놓여 있었으며 배 안에는 조업에 쓰는 그물도 남아 있었습니다. 또한 C 씨는 휴대전화를 아예 육지 숙소에 두고 출항한 상태였습니다.
실종자 수색하는 해경 / 사진=인천해양경찰서 제공
해경 관계자는 납북 가능성에 대해 "납북을 하려면 북한 어선이 우리 해역으로 넘어와야 하는데 그런 정황이 없었다"며 "게다가 선원은 인도네시아 국적이어서 관련 확률은 없다고 본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해당 사고에 대해 지역 어민들은 B 씨 등이 작업 도중 갑작스러운 사고로 바다에 추락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출항 전 선장 B 씨는 지인들에게 '닻 작업을 하겠다'고 말한 것이 알려졌습니다. 닻 작업이란 어선이 그물을 치기 전 미리 어장을 표시하기 위해 바다 곳곳에 닻을 떨어뜨려 놓는 작업입니다.
해경은 조업 중 사고가 났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사흘째 실종자 수색과 경위 조사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배가 NLL 인근에서 발견된 만큼 실종자들이 북한 해역으로 떠내려갔을 확률도 있습니다.
통일부는 어제 오전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채널을 통해 북측에 선원 실종 사실을 알린 뒤 표류 인원이 확인되면 협조해달라고 요청한 상태입니다.
해경 관계자는 "당시 배에 그물은 실려 있었지만 사고 가능성이 큰 투망 작업이 이뤄졌는지 확인하기 위해 처음 출항할 때 가지고 나갔던 그물 양과 같은지를 조사 중"이라며 "A 씨의 마지막 통신 내역 등도 함께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디지털뉴스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