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괜히 샀다. '충전살인' 나겠다"…전기차 고질병, 우리동네 발전소가 해결 [왜몰랐을카]
입력 2022-05-03 17:24  | 수정 2022-05-03 23:04
에너지 슈퍼스테이션 개념도 [자료 출처 = 산자부 발표자료 캡처]

"충전은 전쟁이다"
전기자동차(EV) 고질병은 충전 시스템 부족이다. '테슬라 붐'이 일으킨 폭발적인 전기차 성장세를 충전 인프라스트럭처가 충분히 뒷받침해주지 못하고 있어서다.
일론 머스크의 테슬라 모델3가 일으킨 전기차 돌풍은 서서히 다가오던 전기차 시대를 급속도로 앞당겼다.
모델3 돌풍에 자극받은 메르세데스-벤츠, BMW, 아우디, 볼보, 포르쉐, 현대차, 기아, 폴스타, 미니(MINI) 등 세계적인 자동차 브랜드들이 앞 다퉈 진출했다.
아이오닉5 충전 [사진 출처 = 현대차]
덩달아 판매도 급증하면서 충전 시스템이 부족해졌다. 충전은 고민을 넘어 고통이 됐다. 거주 공간, 휴게소 등지에 충전 시스템이 구축되고 있지만 현재로선 턱없이 부족한 상태다.
충전하기 위해 기다리며 낭비하는 시간도 많다. 5분 이내 찾을 수 있고 5분 이내 기름을 넣을 수 있는 주유소에 익숙한 운전자들에겐 충전은 '전쟁'이다.
주차 문제로 다투다 감정이 격해져 사람까지 죽이는 '주차 살인'처럼 '충전 살인'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올 정도다.
우리 동네 전기, 우리 동네 생산

미니 일렉트릭 충전 [사진 출처 = 미니]
고통이 된 충전 문제 해결책으로 분산 에너지와 에너지 스테이션이 최근 떠오르고 있다.
한국자동차기자협회(회장 이승용)는 이에 3일 국제전기차엑스포가 열리는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분산 에너지 기반의 전기차 충전, 주요 동향과 시사점'을 주제로 세미나를 열었다.
분산 에너지는 '에너지를 사용하는 공간이나 인근지역에서 공급·생산하는 에너지'다.
우리 동네에서 필요한 전기를 멀리 떨어진 화력·원자력발전소에서 가져오는 게 아니라 우리 동네에서 소량이지만 직접 생산하는 것을 의미한다.
독일은 지난 2019년 전체 발전량의 30% 정도를 분산 에너지로 충당했다. 국내에서 분산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곳은 '우리 동네 주유소'다.
한국자동차기자협회 심포지엄에서 김휘강 산업통상자원부 신산업분산에너지과 서기관이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 출처 = 한국자동차기자협회]
주유소는 공간, 시설 등 자동차관련 인프라스트럭처가 이미 구축된 곳이다. 전기차 확산으로 줄어든 주유 수요를 충전 수요로 해결할 수 있다.
주유소 옥상이나 인근에 태양광·연료전지 등 분산 전원을 설치해 친환경 전기를 생산한 뒤 전기차 충전에 사용하는 '에너지 슈퍼스테이션'으로 전환된다. 편의점, 카페까지 이미 구축됐다면 '에너지 휴게소'로도 진화할 수 있다.
에너지 슈퍼스테이션이 전국 주유소로 확산되면 송배전 손실을 줄이면서 도시의 전력 자급율을 높일 수 있다. 추가 부지 확보 없이 도심 내 친환경차 충전 인프라를 빠르게 구축하고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기아 EV6 충전 [사진 출처 = 기아]
에너지 슈퍼스테이션은 산업통상자원부 분산 에너지 활성화 추진전략 과제로도 추진되고 있다.
김휘강 산자부 신산업분산에너지과 서기관은 "향후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른 전력계통의 부담 등으로 분산 에너지의 효과적 활용이 필수적"이라며 "정부는 이를 위해 전력 수요의 지역적 분산 유도, ESS(에너지저장장치) 설치, 충전기 지속 확충과 함께 자가발전이 가능한 주유소인 에너지 슈퍼스테이션도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SK에너지, 3000곳 구축 목표

에너지 슈퍼스테이션 [사진 출처 = SK에너지]
주유업계도 에너지 슈퍼스테이션에 적극적이다. 기름 수요 감소를 대체할 수 있는 생존전략이 될 수 있어서다.
주유소를 운영중인 SK에너지는 에너지 슈퍼스테이션을 지난 1월 선보였다. SK에너지는 서울 금천구에 있는 주유소를 '에너지 슈퍼스테이션'로 탈바꿈시켰다.
이번 사업은 ▲산업통상자원부(규제 샌드박스 제도 운영/정책적 지원) ▲소방청(관련 법령 정비/안전관리) ▲서울시(에너지 슈퍼스테이션 전환 관련 인허가) 등 관련 정부 부처 및 지방자치단체, SK에너지 간 협력으로 진행됐다.
볼보 C40 리차지 [사진 출처 = 볼보]
SK에너지는 지난해 5월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주유소 연료전지'에 대한 실증특례 승인을 받았다. SK에코플랜트는 설계·조달·시공(EPC)을 맡아 300kW급 연료전지(SOFC)를 설치했다.
에너지 슈퍼스테이션 1호는 태양광(20.6kW)와 연료전지(300kW) 발전 설비를 통해 친환경 전기를 생산한다. 친환경 발전 설비로 만든 '친환경 전기'로 전기차를 충전할 수 있다.
SK에너지는 첫번째 에너지 슈퍼스테이션 운영을 통해 안전성이 입증되고 관련 규제가 개선되면 본격적으로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분산 발전과 전기차 충전이 가능한 3000여개의 에너지 슈퍼스테이션을 전국에 구축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현대차와 기아 전용 전기차 충전소 [사진 출처 = 현대차]
다만, 걸림돌은 있다. 위험물 안전관리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연료전지는 주유소와 LPG 충전소 내에 설치할 수 없다. SK에너지의 에너지 슈퍼스테이션이 규제 샌드백스를 통해 구축된 이유다.
관련 법이 개정돼야 우리 동네 주유소가 우리 동네 발전소이자 휴게소로 진화할 수 있다.
[제주 = 최기성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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