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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싸라기 땅을 10년째 방치하다니…용산 재창조 이번엔 성공할까
입력 2022-05-02 17:52  | 수정 2022-05-02 23:14
2일 서울 남산에서 내려다본 용산구 일대 전경. 삼각지역 사거리를 중심으로 남쪽(사진 상단) 한강변엔 고층 아파트와 오피스 빌딩들이 들어서 있는 반면 북쪽(하단)엔 저층 주택과 상가 건물이 몰려 있어 대비를 이룬다. [이승환 기자]
◆ 제32차 국민보고대회 ◆
서울 도심 한복판인 용산은 수많은 개발 청사진에도 불구하고 낙후된 모습에서 제때 벗어나지 못했다. 일관성과 추진력을 갖고 국가급 프로젝트를 총괄할 컨트롤타워(사령탑)가 없었던 데다 서울시장 교체 등 정치적 지형 변화, 시민·환경단체의 반발까지 맞물리면서 사업들이 표류했기 때문이다. 기반시설 조성은 국토교통부, 공원 조성은 총리실 산하 위원회, 주변지역 관리는 서울시로 관련 법규와 추진 주체가 분산되면서 사업 추진 동력이 갈수록 떨어졌다. 2000년대 중·후반 용산 철도 정비창 용지, 서부 이촌동 두 곳을 대상으로 진행된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 사업의 경우 사업비만 31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이라는 둔촌주공아파트(서울 강동구)에 현재까지 투입된 공사비 1조7000억원의 18배에 달하는 금액이다.
과거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 사업은 2006년 8월 정부가 추진한 '철도경영 정상화 종합대책'과 함께 시작됐다. 철도청이 2005년 한국철도공사(코레일)로 전환하면서 떠안은 4조5000억원의 부채를 해결하기 위해 보유 중이던 철도 정비창 용지를 개발해 부채 상환 계획을 세우며 개발 사업이 본격화됐다.
초기 사업은 빠르게 진행됐다. 2007년 8월 사업자 공모가 진행됐고, 같은 해 11월 삼성물산-국민연금 컨소시엄이 시행자로 선정됐다. 당시 서울시가 '한강 경관 개선'을 고려해 인근 서부 이촌동을 포함한 통합 개발을 인허가 조건으로 내세우면서 사업 규모가 더욱 커졌다. 이로 인해 용산구 일대 약 52만㎡ 용지에 31조원의 사업비가 투입되는 초대형 개발 사업이 탄생했다.
코레일은 사업 추진을 위해 '드림허브PFV'를 설립하고 자금 조달에 나섰다. 당초 정비창 용지를 팔아 부채를 해소한다는 계획이었지만, 토지 매입비가 예상을 뛰어넘고 8조원으로 급증하는 등 천문학적 개발 이익이 예상되자 입장을 바꿔 시행자로 나선 셈이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금융기관들이 신용 보강을 위해 1조원 규모 지급 보증을 삼성물산을 비롯한 드림허브 출자 건설사에 요구하면서 사업이 삐걱대기 시작했다. 삼성물산은 사업성이 없다고 판단하며 주관사 자리를 반납했고, 이후 롯데관광개발이 사업을 주도했다. 코레일과 롯데관광개발은 개발 방식을 두고 의견 차이를 좀처럼 좁히지 못했다. 이 과정에서 자금 조달에 대한 어려움이 계속되고 드림허브PFV가 채무불이행 상태에 빠지면서 용산 개발 사업은 끝내 좌초됐다. 천문학적인 사업 규모로 주목받았지만 15년이 넘는 시간 동안 용산은 제자리걸음만 한 셈이다. 용산의 미래에 대한 '장밋빛 전망'은 온데간데없고 용산의 시간이 멈춰 선 동안 민간업체 손실만 1조원(2017년 말 기준) 넘게 쌓였다.
용산 개발 사업이 좌초된 표면적 이유는 2000년대 중후반 글로벌 금융위기지만 따지고 보면 결국 '인재(人災)'라는 지적이다. 이정형 중앙대 교수는 "정치권력 교체로 인한 사업의 잦은 변경 탓에 불확실성이 커졌고, 개발을 총괄할 컨트롤타워가 없어 서로 다른 부처의 이해관계를 조율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용산 개발은 천문학적인 사업비가 예상됐지만 컨트롤타워가 없었던 탓에 사업의 중심을 잡는 데 실패했다. 코레일과 롯데관광개발이 주도권을 놓고 갈등을 빚는 동안 주무부처인 국토부(당시 국토해양부)는 "민간사업자들이 해결할 문제이므로 정부가 나서는 것은 원칙에 맞지 않는다"는 원론적 답변만 내놨다. 여기에 기반시설 조성은 국토부, 공원 조성은 국무총리실 산하 위원회, 주변지역 관리는 서울시 등으로 관련 법과 추진 주체가 분산되면서 사업 추진 동력을 강화하는 데 실패했다.
서울시의 경우 서부 이촌동을 끌어들여 사업 규모를 확대하고, 인허가권을 틀어쥐고 있었음에도 '모르쇠'로 일관했다. 특히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개발이 아닌 '보존과 재생'을 시정 핵심 키워드로 잡으면서 용산 개발은 사실상 수명이 다했다는 지적이다. 시민·환경단체의 반발도 악재로 작용했다. 코레일과 롯데관광개발 간 갈등이 지속되면서 해외 투자를 유치하는 길도 사실상 막혔다.
박해춘 당시 용산역세권개발 회장이 중동, 중국을 다니며 투자를 유치하려고 했지만 "기존 한국 주주도 사업이 불확실해 추가 투자를 꺼리는 데 우리가 뭘 믿고 투자해야 하나"라는 답변만 돌아왔다. 여기에 용산공원 개방 등을 놓고 일부 환경단체가 미군에 의한 환경오염 가능성을 이유로 반대하면서 개방 시점도 확정 짓지 못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교수는 "용산공원은 그 누구도 결정 권한을 가지지 못한 채 논의만 하다가 끝났다. 이번에 대통령 집무실이 이전하게 되면 한미 관계 협상을 시작으로 매끄럽게 풀릴 가능성이 있으니 잘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 = 이진우 국차장 겸 지식부장 / 서찬동 부장(팀장) / 손동우 부동산전문기자 / 김대기 기자 / 정석환 기자 / 유준호 기자 / 이축복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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