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담대 복불복 금리 ◆
최근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급등락하는 것은 고정금리 산정의 근거가 되는 금융채를 포함한 채권시장 전반의 변동성이 커진 탓이다. 지난해 말부터 기준금리가 인상될 때마다 채권시장과 주담대 금리에 미치는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지만, 전문가들은 현재 혼란상은 보다 복합적 요인들이 작용한 결과라고 입을 모은다. 인플레이션 우려를 비롯한 불안 요인들이 당분간 해소될 가능성이 낮기 때문에 주담대 금리가 '복불복'으로 적용되는 현상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수치상으로도 올해 채권시장은 과거 기준금리가 비슷하게 바뀌었던 때보다 변동성이 훨씬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 들어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두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했는데, 마찬가지로 1~4월 중 두 차례 금리 변경이 있었던 2009·2011년에 비해 국고채 금리의 등락이 컸기 때문이다.
1일 매일경제신문이 한국금융투자협회의 채권시가평가수익률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해 1~4월 한국 국고채 3년물의 변동성(일별 금리의 표준편차)은 0.352로 나타났다. 이는 금투협이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02년 이후 최고 기록이다.
종전 최대치는 글로벌 금융위기에 대응해 금리가 급락했던 2010년의 0.223이다. 2009년에는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한 달 새 1.0%포인트(0.5%포인트씩 두 차례)나 낮췄지만 일별 금리의 표준편차가 0.177에 불과했고, 2011년 수치는 0.137에 그쳤다. 올해 국고채 2년물과 10년물의 변동성도 나란히 2010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 중이다.
공대희 한국은행 채권시장팀장은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예고와 인플레이션 우려 등으로 불확실성이 확대된 것이 가장 큰 요인"이라며 "미국 기준금리가 0.25%포인트씩 바뀌는 '베이비스텝'이 아닌 한 번에 0.5~0.75%씩 뛰는 '빅스텝' '자이언트스텝'이 거론되며 불안감이 커지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김지나 IBK투자증권 선임연구원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탓에 2월께부터 인플레이션이 고점에 도달했고, 이후로는 안정세에 돌입할 것이란 기대감이 있었다. 그런데 돌연 중국의 코로나19 봉쇄 조치로 공급망 문제가 터지며 인플레 고점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채권 금리에도 반영됐다"고 분석했다.
지난 3월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에서 수십조 원의 추가경정예산 편성 공약을 남발했던 것도 채권시장에 큰 충격을 줬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대선후보 시절 50조원 규모의 추경 편성을 약속했으며, 현재 인수위는 이미 편성된 2022년도 1차 추경 약 17조원을 제외한 33조원 규모의 2차 추경을 검토 중이다.
이 같은 천문학적 규모의 추경 재원을 조달하려면 적자국채 발행 이외에 마땅한 방법이 없고, 국채 공급이 늘어나면 결국 금리가 상승하게 된다. 오는 6월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이 재차 돈 풀기 경쟁에 돌입하면 추경 규모가 늘어나고 시장 불안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채권시장 불안은 주담대 금리에 즉시 반영된다. 5대 시중은행의 주담대 고정금리 산정방식을 살펴보면 신한·우리은행은 직전 3영업일의 금융채 5년물 금리의 평균을 기준금리로 삼고, NH농협은행은 이보다 하루 앞선 영업일 2~4일 전 3일간 평균치를 활용한다. 하나은행은 직전 영업일 하루의 금융채 금리를 활용한다. 4개 은행은 이 같은 방식으로 금융채 시장 상황을 반영해 매일 주담대 고정금리를 경신한다.
반면 KB국민은행은 일주일마다 금리가 변경된다. 목요일의 금융채 금리를 바탕으로 금요일에 주담대 고정금리를 산출해 다음주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적용하는 방식이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금리를 매일 변경하면 주담대 자금을 조달하는 비용과 대출이자 수익을 연동시킬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일주일 단위로 변경할 경우 고객의 불확실성을 줄여준다는 것을 어필해 판매량을 늘릴 수 있는 것이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주담대 금리가 급격히 변동하면 시장에서는 표면적인 금리 변동 수치 이상의 충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신용상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아직까지 금리가 높은 편은 아니라는 설명도 일리가 있지만 경제주체들이 수년째 지속된 저금리 기조에 적응돼 있는 상태라는 것을 감안해야 한다"며 "금리가 똑같은 폭으로 오르더라도 지금처럼 저금리 상황에 경제체질이 맞춰져 있다면 더 큰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지난 몇 년 새 주택가격이 급등한 것도 변동폭을 키우는 원인이다. 금리 변동폭이 같더라도 전체 대출액수가 커지면 이자 부담도 늘기 때문이다. KB부동산 리브온의 월간 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4월 서울 아파트의 평균 매매가격은 12억7722만원으로 2017년 5월 6억708만원에 비해 두 배 넘게 폭등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채권시장의 불안이 상반기는 물론 하반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경우 주담대 금리의 혼란상도 계속돼 주택 매수자들의 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신얼 SK증권 연구원은 "여름까지는 미국 통화정책의 영향이 크고, 그 이후에는 물가에 따라 통화정책도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며 "만약 상반기 통화정책의 효과가 미미해 물가 상승세가 계속된다면 추가적인 통화정책을 예상해 시장금리가 선제적으로 움직일 수 있다"고 예측했다.
[문재용 기자 / 명지예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최근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급등락하는 것은 고정금리 산정의 근거가 되는 금융채를 포함한 채권시장 전반의 변동성이 커진 탓이다. 지난해 말부터 기준금리가 인상될 때마다 채권시장과 주담대 금리에 미치는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지만, 전문가들은 현재 혼란상은 보다 복합적 요인들이 작용한 결과라고 입을 모은다. 인플레이션 우려를 비롯한 불안 요인들이 당분간 해소될 가능성이 낮기 때문에 주담대 금리가 '복불복'으로 적용되는 현상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수치상으로도 올해 채권시장은 과거 기준금리가 비슷하게 바뀌었던 때보다 변동성이 훨씬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 들어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두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했는데, 마찬가지로 1~4월 중 두 차례 금리 변경이 있었던 2009·2011년에 비해 국고채 금리의 등락이 컸기 때문이다.
종전 최대치는 글로벌 금융위기에 대응해 금리가 급락했던 2010년의 0.223이다. 2009년에는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한 달 새 1.0%포인트(0.5%포인트씩 두 차례)나 낮췄지만 일별 금리의 표준편차가 0.177에 불과했고, 2011년 수치는 0.137에 그쳤다. 올해 국고채 2년물과 10년물의 변동성도 나란히 2010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 중이다.
공대희 한국은행 채권시장팀장은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예고와 인플레이션 우려 등으로 불확실성이 확대된 것이 가장 큰 요인"이라며 "미국 기준금리가 0.25%포인트씩 바뀌는 '베이비스텝'이 아닌 한 번에 0.5~0.75%씩 뛰는 '빅스텝' '자이언트스텝'이 거론되며 불안감이 커지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김지나 IBK투자증권 선임연구원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탓에 2월께부터 인플레이션이 고점에 도달했고, 이후로는 안정세에 돌입할 것이란 기대감이 있었다. 그런데 돌연 중국의 코로나19 봉쇄 조치로 공급망 문제가 터지며 인플레 고점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채권 금리에도 반영됐다"고 분석했다.
지난 3월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에서 수십조 원의 추가경정예산 편성 공약을 남발했던 것도 채권시장에 큰 충격을 줬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대선후보 시절 50조원 규모의 추경 편성을 약속했으며, 현재 인수위는 이미 편성된 2022년도 1차 추경 약 17조원을 제외한 33조원 규모의 2차 추경을 검토 중이다.
이 같은 천문학적 규모의 추경 재원을 조달하려면 적자국채 발행 이외에 마땅한 방법이 없고, 국채 공급이 늘어나면 결국 금리가 상승하게 된다. 오는 6월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이 재차 돈 풀기 경쟁에 돌입하면 추경 규모가 늘어나고 시장 불안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채권시장 불안은 주담대 금리에 즉시 반영된다. 5대 시중은행의 주담대 고정금리 산정방식을 살펴보면 신한·우리은행은 직전 3영업일의 금융채 5년물 금리의 평균을 기준금리로 삼고, NH농협은행은 이보다 하루 앞선 영업일 2~4일 전 3일간 평균치를 활용한다. 하나은행은 직전 영업일 하루의 금융채 금리를 활용한다. 4개 은행은 이 같은 방식으로 금융채 시장 상황을 반영해 매일 주담대 고정금리를 경신한다.
반면 KB국민은행은 일주일마다 금리가 변경된다. 목요일의 금융채 금리를 바탕으로 금요일에 주담대 고정금리를 산출해 다음주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적용하는 방식이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금리를 매일 변경하면 주담대 자금을 조달하는 비용과 대출이자 수익을 연동시킬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일주일 단위로 변경할 경우 고객의 불확실성을 줄여준다는 것을 어필해 판매량을 늘릴 수 있는 것이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주담대 금리가 급격히 변동하면 시장에서는 표면적인 금리 변동 수치 이상의 충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신용상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아직까지 금리가 높은 편은 아니라는 설명도 일리가 있지만 경제주체들이 수년째 지속된 저금리 기조에 적응돼 있는 상태라는 것을 감안해야 한다"며 "금리가 똑같은 폭으로 오르더라도 지금처럼 저금리 상황에 경제체질이 맞춰져 있다면 더 큰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지난 몇 년 새 주택가격이 급등한 것도 변동폭을 키우는 원인이다. 금리 변동폭이 같더라도 전체 대출액수가 커지면 이자 부담도 늘기 때문이다. KB부동산 리브온의 월간 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4월 서울 아파트의 평균 매매가격은 12억7722만원으로 2017년 5월 6억708만원에 비해 두 배 넘게 폭등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채권시장의 불안이 상반기는 물론 하반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경우 주담대 금리의 혼란상도 계속돼 주택 매수자들의 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신얼 SK증권 연구원은 "여름까지는 미국 통화정책의 영향이 크고, 그 이후에는 물가에 따라 통화정책도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며 "만약 상반기 통화정책의 효과가 미미해 물가 상승세가 계속된다면 추가적인 통화정책을 예상해 시장금리가 선제적으로 움직일 수 있다"고 예측했다.
[문재용 기자 / 명지예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