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윤석열 정부, 주담대 푼다는데…주택 마련 기회 vs 가계빚 불어
입력 2022-05-01 16:10  | 수정 2022-05-10 09:50
[사진 출처 = 연합뉴스]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주요 공약이었던 부동산시장 규제 완화에 박차를 가한다. 주택 공급을 늘리고 대출 제한을 풀어 실수요자들에게 내 집 마련 기회를 주겠다는 계획이다.
1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인수위 부동산태스크포스(TF)는 최근 회의를 열고 부동산 정책 마련에 나섰다. 매매가격 급등세에 새로운 정부 출범 이후로 발표를 미룬 부동산 규제 완화 방안에 대한 논의가 집중적으로 오고 간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무주택자와 청년층, 신혼부부, 비혼가구 등을 대상으로 대출 규제를 풀기로 했다.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최대 80%까지 상향하고,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은 미래 소득 수준을 고려해 하향하는 것이 유력하다. 물론 시장 상황과 매매 지역 등에 따라 차등화될 수 있지만, 금융기관 문턱이 낮아지면서 주택 구입에 한발 가까워질 수 있게 됐다.
현재 LTV는 투기지역 및 투기과열지구 매매가 기준 ▲9억원 이하 40% ▲9억원 초과 15억원 이하 20% ▲15억원 초과 0% 등으로 책정돼 있다. 서울의 경우 전용면적 84㎡형 아파트 시세가 대부분 14억원 이상으로 형성돼 주택 마련이 쉽지 않다는 비판이 제기된 바 있다. DSR은 총대출금액이 2억원 이상인 차주의 경우 연 소득의 40% 내에서만 대출을 실행할 수 있다.

앞서 인수위는 LTV 완화 대상을 생애 최초 주택구입자로 한정하고 DSR은 손보지 않겠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부동산으로 민심을 얻은 당선인이 뒤통수를 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비판이 쏟아지자 공약을 이행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게 됐다는 분석이다.
이에 금융시장 일각에서 윤석열 정부가 가계부채 관리를 사실상 포기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최근 넉 달간 감소세를 기록했던 가계대출이 다시 증가세로 전환될 조짐을 나타내고 있다. 지난달 26일 기준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은행 등 5개 금융사의 가계대출잔액은 총 702조126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2월 말(703조1937억원)과 비교해 1조1811억원 줄었지만, 직전달 감소액(2조7436억원)의 약 43%에 불과하다. 인수위의 부동산 규제 완화 기대감과 시중은행의 금리 인하 등 대출 문턱 낮추기 움직임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김재관 국민은행 재무최고책임자(CFO)는 지난달 22일 진행한 실적발표 콘퍼런스에서 "2분기 가계대출 성장이 회복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LTV 완화 시 대출 수요가 증가해 금융권에 우호적 시장이 형성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금융당국도 가계부채 악화에 대한 우려가 크다. 필연적으로 대출자들의 이자 부담과 경제가 떠안게 될 부담이 가중된다는 설명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LTV 완화 정책이 실수요자를 위한 미시적 보완책으로 의미가 있지만, 가계부채 증가 속도에 영향을 주게 되면 물가안정 및 금융안정에 의도하지 않은 부작용을 초래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며 "본래의 취지와 거시경제에 미치는 파급력을 함께 고려해 점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 외에도 인수위는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 활성화를 위해 ▲준공 30년 이상 노후단지 정밀안전진단 면제 ▲용적률 최고 500%까지 부여 ▲추가 분양 물량 세입자에게 우선 배정 ▲대규모 이주 수요 발생 시 3기 신도시에 이주 전용 단지 마련 ▲부동산 세제 개편 등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가람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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