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포켓몬빵 열풍에 산토리도 인기…일본 불매운동 끝났나
입력 2022-05-01 16:00  | 수정 2022-05-01 16:46
이달 6일 오전 9시께 '포켓몬빵'을 사러 경기도 하남 이마트 트레이더스 매장에 몰린 소비자들이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이상현 기자]

SPC삼립의 '포켓몬빵'과 삼양식품의 '짱구'가 인기몰이하는 가운데 일본산 주류와 의류 등을 찾는 소비자들도 늘어나는 분위기다. 지난 2019년 여름께 일본 불매운동이 시작된 지 3년여 만에 그 영향력이 무색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1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SPC삼립이 지난 2월 23일 출시한 포켓몬빵은 출시 두 달여 만인 지난달 22일 판매량이 1500만개를 돌파했다. 단순 매출액만 해도 200억원에 달한다.
연일 편의점과 대형마트에서 오픈런을 기록할 만큼 포켓몬빵이 인기를 끌면서 SPC삼립의 주가도 오름세다. SPC삼립의 주가는 포켓몬빵이 출시되기 전인 지난 2월 22일 종가 기준 8만2400원이었으나, 지난달 29일 9만원에 거래를 마쳤다.
포켓몬빵과 마찬가지로 일본 애니메이션에서 영감을 받은 삼양식품의 짱구 역시 인기다.

업계에 따르면 짱구는 지난 3월 30일부터 지난달 18일까지 약 40만개가 판매됐다. 전년 동기보다 55%, 전월보다 90% 판매량이 늘었다.
짱구는 포켓몬빵이 대란을 일으킬 만큼 수요가 급증한 시점에 소비자들 사이에서 대체재로 떠올랐다. '띠부씰(떼었다 붙일 수 있는 스티커)' 열풍이 지속되고 있지만, 포켓몬빵을 구하기가 어려워 소비자들이 짱구로 눈을 돌린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띠부씰' 열풍과 관련해 불편한 기색을 내비치는 소비자도 있다. 국내 기업들이 생산한 제품이라고는 하나, 캐릭터 라이선스(사용권) 때문에 일본에 수익이 돌아간다는 점에서다.
SPC삼립의 경우 포켓몬빵 재출시를 위해 일본 기업 '더 포켓몬 컴퍼니'가 지분 100%를 보유한 '포켓몬코리아'와 라이선스 계약을 맺었다. 포켓몬빵 판매액의 일정금액을 수수료로 지급하는 식인데 SPC삼립은 상세한 금액 등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지난 2월 4일 오전 유니클로 코엑스점 앞에 제품을 구매하려는 소비자들이 줄을 서고 있는 모습. [최아영 기자]
일본 제품 매출의 회복세는 패션업계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데상트코리아의 작년 매출액은 전년보다 9% 증가한 5437억원으로 집계됐다. 영업이익은 115억원을 기록하며 흑자 전환했다.
한때 일본 불매운동의 상징처럼 여겨진 유니클로 역시 실적을 개선했다.
한국에서 유니클로를 운영하는 에프알엘코리아의 지난해(2020년 9월~2021년 8월) 매출액은 5824억원이다. 매출액은 전년보다 7.5% 줄었지만, 영업이익이 529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손실 884억원에서 큰 폭으로 개선된 것이다.
주류시장에서도 일본 제품의 수입액이 늘어나는 추세다.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일본 맥주 수입액은 266만6000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22.6% 늘었다. 불매운동이 본격화된 2020년 103만8000달러와 비교하면 2.5배 늘어난 수준이다.
맥주뿐 아니라 산토리 등 일본 위스키의 수입액도 늘었다. 일본 위스키의 올해 1분기 수입액은 전년 동기보다 41.8% 늘어난 123만9000달러를 기록했다. 2020년 1분기 41만6000달러보다 3배가량 증가했다.
일본 제품의 수요가 회복되는 가운데 정치권에서는 한국 경제의 이익을 위해 일본과 협력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새 행정부가 들어서기 전 일본 불매운동 정책을 거둬들이려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전윤종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실장은 지난달 27일 '자유무역협정(FTA)포럼'에 참석해 "아시아태평양 통상질서 내 한국과 일본의 역할이 강조되고 있다"며 "우리나라가 개방된 아태 통상질서 형성에 기여해 나가는 과정에서 공동이익에 부합하도록 일본과 미래지향적 경제협력 관계를 구축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상현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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