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바닥 밑에 지하실' 충격의 뉴욕증시…월가 "5월에 팔고 11월 이후에 사라"
입력 2022-05-01 15:00  | 수정 2022-05-01 16:14

세계 증시의 심장부인 뉴욕 증시가 한 달 새 두 자릿 하락률을 기록하면서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40여년 만의 사상 최악 인플레이션과 우크라이나 전쟁 리스크, 중국 경제 둔화 우려 탓에 빅테크 기업마저 주가 낙폭을 키우자 시장에서는 '5월에 팔고 떠나라'는 월가 격언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투자자들은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이번 주 3~4일(이하 현지시간) 이틀 간 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5월 회의에 주목하면서 매매 타이밍을 재는 분위기다.
4월 마지막 거래일인 지난 29일 뉴욕증시에서는 '월가 공포지수'로 통하는 변동성지수(VIX)가 하루 만에 11.37% 뛴 33.40을 기록했다. 같은 날 '기술 우량주 100대 기업' 주가 지수인 나스닥 100지수와 '뉴욕증시 500대 기업' 주가 지수는 각각 4.47%, 3.63% 떨어졌다. 이런 가운데 4월 한 달간 아마존(-23.75%)과 테슬라(-19.19%), 알파벳(-17.67%) 등 뉴욕증시 시총 7대 기업은 두 자릿수 낙폭을 기록했다.
시장이 요동친 탓에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 회장이 이끄는 버크셔 해서웨이도 주식 투자에서 손실을 냈다. 지난달 30일 버크셔는 실적 발표 자리를 통해 올해 1분기(1~3월) 모든 부문을 통 틀어 54억 달러 순이익을 거뒀지만 주식 투자 부문에서는 16억 달러 손실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최근 뉴욕증시가 부진한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하나는 미국 소비자 물가지수 급등세, 둘째는 '자원 부국' 러시아·우크라이나 간 전쟁 심화, 셋째는 '세계의 공장' 중국 제조업 지표 부진 여파다.
당장 이날 미국 상무부가 발표한 '3월 개인소비지출(PCE) 가격 지수'는 1년 전보다 6.6% 올라 또다시 40여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전문가 예상치(6.4%)도 뛰어 넘었다. 물가 상승세가 꺾일 조짐을 보이지 않는 가운데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은 실적 발표와 함께 열린 연례 주주총회를 통해 "물가가 얼마나 상승할 지가 문제이지만 아무도 답을 모른다"면서 "인플레이션이 거의 모든 사람들에게 돈을 뜯어낸다"고 지적하고 나섰다.
3%대 향하는 미국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단위:%)
투자자들은 이달 연준 FOMC 회의를 앞두고 '볼커의 그림자'를 떠올리는 모양새다. 유가 급등 탓에 스태그플레이션이 발생한 지난 1979년 10월, 당시 폴 볼커 연준 의장은 기준금리를 한꺼번에 400bp(1bp는 0.01%포인트)올려 금융시장 충격을 일으킨 바 있기 때문이다. 현재 시장에서는 연준이 기준금리를 50bp 인상해 연 0.75~1.00%로 정하고, 매달 950억달러씩 양적 긴축(QT)에 나설 곳으로 보고 있다.
한편에서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전면전을 선포할 가능성이 제기돼 증시를 짓눌렀다. 지난달 29일 벤 월러스 영국 국방부 장관은 "블라디비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러시아의 제2차 세계대전 승전 기념일인 5월 9일께 국가 총동원령을 발표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우크라이나 침공이 교착 상태에 빠지자 특수작전이라는 말 대신 전쟁을 내세울 것이라는 예상이다.
중국 제조업 경기는 코로나19 유행 이후 2년 여만에 또 다시 주저 앉는 분위기다. 경제 중심지 상하이를 비롯해 주요 지역이 봉쇄에 들어간 영향이다. 실제로 지난 30일 중국 국가 통계국 발표를 보면 '4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47.4를 기록해 지난 2020년 2월(35.7) 이후 26개월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제조업PMI는 50을 넘으면 경기 확장, 50을 밑돌면 경기 위축 상황이라고 풀이한다. 앞서 19일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중국 성장률을 기존 4.8%에서 4.4%로 하향하기도 했다.
상황이 갈수록 악화되다보니 월가에서는 '5월에 팔고 떠나라'는 말과 더불어 '관망론'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과거 데이터를 보면 뉴욕증시는 통상 5월부터 할로윈이 있는 10월 말까지 6개월 동안 연평균 수익률을 밑도는 성적을 내고 이어지는 나머지 6개월 간 평균 이상의 성적을 내는데 최근 시장 상황을 고려하면 섣불리 매매하지 말라는 것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증권의 사비타 수브라매니안 전략가는 지난달 29일 투자 메모를 통해 "올해 S&P 500지수 전망치를 기존 4600에서 4500으로 하향한다"면서 "경기 침체 우려로 인해 증시가 약세장에 접어들면 S&P 500 지수가 연평균 32% 떨어지는 경향이 있는데 현재는 3분의 1정도가 선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올해 1~4월 S&P 500 지수는 13.86% 떨어진 상태다.
빅테크 주식 매수에 신중하라는 조언도 나온다. 투자사 샌더스 모리스 해리스의 조지 벨 회장은 "6개월 전부터 페이스북·애플·넷플릭스·알파벳 등에 대한 투자 비중을 20%에서 15%로 줄였으며 당분간은 추가 매수를 할 생각이 없다"면서 "나스닥 지수가 지금부터 올 가을까지 최대 10~12% 하락할 수도 있어 매수에 신중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전문가들은 올해 11월 미국 중간 선거를 감안할 때 연말에 증시 반등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입을 모은다. 현지 매체 배런스는 UC 버클리 대학의 테리 마쉬 교수 등의 '자산 가격과 중간 선거, 정치적 불확실성에 관한 분석' 논문을 인용해 1871~2015년을 보면 중간 선거가 있는 해에는 뉴욕증시가 중간 선거 이후부터 반등해 연초부터 중간 선거 이전 기간 대비 15.31%포인트(p) 더 높은 상승세를 보였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하반기부터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코메리카 뱅크의 빌 애덤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물가 급등 탓에 미국 무역 적자가 예상보다 빠르게 불어난 탓에 1분기 미국 경제가 1.4% 역성장했지만 여전히 소비·투자·고용 상황이 좋다는 점을 감안하면 적어도 올해 미국 경제는 침체가 아니다"면서 "2분기 이후 다시 성장세가 부각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미국 경제가 1분기 역성장을 기록한 2011년과 2014년을 보면, 2분기와 연간 성장률은 플러스를 기록한 바 있다.
다만 월가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 사태 불확실성과 물가 급등·연준 긴축 여파로 인한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이 여전하다는 점을 들어 섣불리 매매에 나서지 말라고 조언한다. 다만 버핏 회장은 주주 총회 자리에서 "그간 개인 투자자들과 월가가 투기를 조장해 증시가 도박장이 됐었다"고 비판하면서 최근 증시 상황과 관련해 투자 대상을 찾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김인오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