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탯줄 걸려 뇌성마비 판정 받은 신생아…의사는 무죄
입력 2022-05-01 09:55  | 수정 2022-05-01 10:08
사진 = 연합뉴스
재판부 "정상범위 유지하고 있었을 가능성"

탯줄이 목에 감겨 태어난 신생아에게 심폐소생술을 신속히 시행하지 않아 뇌성마비에 걸리게 한 혐의를 받은 의사가 무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오늘(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서부지법 형사항소1-1부(성지호 박양준 정계선 부장판사)는 최근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A(64)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유지했습니다.

A씨는 2013년 11월 산부인과에서 목에 탯줄이 두 번 감긴 채로 출생해 첫울음과 호흡이 없던 신생아의 심폐소생술 처치를 맡았다가 저산소성 뇌 손상과 사지 강직성 뇌성마비 등 상해를 입힌 혐의(업무상 과실치상)로 2020년 9월 기소됐습니다.

검찰은 A씨가 심폐소생술 장비 준비와 상태 점검을 소홀히 해 사용이 늦어졌고, 기관삽관에 필요한 장치의 건전지를 교체하는 등으로 시간을 지체했다고 판단했습니다.


1심 재판부는 이에 "피해자의 상해에 기여한 피고인의 과실이 있었다거나 상해와 과실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는지가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증명됐다고 볼 수 없다"며 A씨에게 죄를 물을 수 없다고 판시했습니다.

재판부는 피해자 출생 직후 응급조치를 했던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의 진술과 간호기록지, 의료 기록 등에 따르면 피해자가 응급조치를 받은 뒤 대학병원으로 옮겨질 때까지 심박동 수가 정상범위를 유지하고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며 "신속한 기관삽관 시행이 필요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1심에서 진행된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의 감정 촉탁 회신도 같은 취지였습니다.

의료중재원은 피해자의 부친이 응급조치 당시 휴대전화로 촬영한 동영상에 관한 감정 촉탁 회신에서 "피고인이 피해자 입 안을 확인하며 양수, 분비물 등을 빨아내고 심장 압박을 하거나 피해자를 자극해 자발호흡이 회복되도록 노력한 모습이 확인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신생아 가사(假死·심장박동은 있으나 호흡이 곤란하거나 정지된 상태)는 90%가 출생 전 또는 출생 과정의 원인으로 발생하고, 10%는 출생 후 원인으로 발생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검찰은 A씨에게 업무상 과실이 있는 것은 물론 과실과 상해 발생 사이의 인과관계가 인정된다며 항소했습니다.

항소심 재판부는 1심 판결을 유지했다. 이 병원을 운영한 산부인과 전문의는 "심폐소생술 장비 준비·점검은 간호사들이 담당하고 있고, 장비에 이상이 있으면 산부인과 의사가 점검하며 피고인은 관리책임자가 아니다"라고 진술했습니다.

검찰은 A씨가 주된 과실이 있으며 병원 의료진 전체에도 과실이 있어 '과실범의 공동정범'으로 처벌받아야 한다고도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디지털뉴스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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