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러 신흥 재벌, 서방 제재에 타격 커지자 전쟁 비판…"이것은 재앙"
입력 2022-04-30 14:42  | 수정 2022-04-30 15:12
사진 = 연합뉴스
"전쟁은 미친 짓, 부끄러워할 광기"
무력한 러 정부 향해 비판…경제 위기 우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한 서방 국가들의 강력한 경제 제재 속에 러시아 올리가르히(신흥 재벌) 사이에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습니다.

2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러시아 내 일부 올리가르히 사이에서 서방의 경제제재로 인한 타격이 커지자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무력함을 보여줬다며 전쟁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난 2월 24일 크렘린궁에서 열린 푸틴 대통령과 경제계 대표 회의에 참석한 한 기업가는 "수년에 걸쳐 쌓아 올린 것을 그들이 하루 만에 파괴해버렸다"며 "이것은 재앙"이라고 말했습니다.

여러 명의 러시아 억만장자와 전·현직 고위 관리들, 은행가들은 익명을 전제로 한 인터뷰에서 자신들이 편협해진 푸틴 대통령으로부터 공격 받으면서도 대통령을 둘러싼 소수의 강경 안보 관리들 때문에 그에게 말이 통하지 않는다는 점에 무력감을 느낀다고 털어놨습니다.


전쟁이나 정부 정책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내거나 러시아에서 이탈하는 재계 인사들은 대부분 보리스 옐친 전 대통령 시절이나 그전에 부를 쌓은 억만장자들로, 올리가르히라 부릅니다.

지금까지 옐친 전 대통령 시절에 큰 부를 쌓은 올리가르히 중 최소 4명이 러시아를 떠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1990년대 러시아 경제 민영화의 설계자 중 한 명으로 노릴스크 니켈의 소유주인 블라디미르 포타닌은 우크라이나 침공 후 러시아를 떠난 외국 기업의 자산 몰수 제안에 대해 "투자자의 신뢰를 무너뜨리고 러시아를 1917년 혁명 시대로 퇴보시킬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옐친 시대에 사업을 시작한 알루미늄 억만장자 올레그 데리파스카는 한발 더 나아가 제재로 인한 경제 위기의 타격이 1998년 금융위기 때보다 3배는 더 심각할 것이라며 우크라이나 전쟁은 '미친 짓'이라고 꼬집었습니다.

이어 "지난 14년간 푸틴 정권의 국가 자본주의 정책은 경제 성장도, 국민 소득 증대도 이루지 못했다"면서 "현재의 무력 충돌은 우리가 오랫동안 부끄러워하게 될 광기"라고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한편 대부분의 올리가르히는 이에 대체로 침묵하고 있습니다. 여론 또한 언론의 강력한 선전 활동과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정책에 눌려 크게 동요하지 않는 모습입니다.

지난 2월 24일 크렘린궁 회의에 참석한 억만장자와 가까운 한 인사는 "전쟁을 지지하지 않지만 침묵할 수밖에 없다"며 모스크바에 있는 억만장자들은 현 사태에서 피해를 보지 않기를 바라고 있을 뿐이라고 말했습니다.

[디지털뉴스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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