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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바고] "초유의 시공 중단 둔촌주공 남일 아니네"…전국 곳곳서 조합-시공사 갈등
입력 2022-04-29 06:16 
지난 13일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올림픽파크포레온) 공사 현장에 공사중단을 예고하는 현수막이 붙어 있다. 시공사업단은 이번 달 15일부터 공사 중단을 예고하고, 조합은 계약해지 방침으로 대응함에 따라 공사비 증액 등을 둘러싼 양측의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박형기 기자]

전국에서 공사비 문제와 조합원들간 갈등으로 사업 추진이 연기되거나 중단되는 재건축·재개발 사업장이 늘고 있다. 이견이 첨예한 현장은 소송전으로 확대되는 사례까지 나오고 있다.
28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와 동대문구 이문 12구역·잠실진주 등에서는올해 예정됐던 분양 일정이 불투명해졌다. 이들 단지에서만 예정된 물량만 올해 서울 지역 분양 물량의 61%에 달하는 2만8844가구다. 하지만, 분양 연기공사중단사업 변경 등으로 공급이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공급 가구수가 1만2032가구로 역대 최대규모의 둔촌주공은 공사비 증액 계약을 두고 조합과 시공사업단(현대건설·HDC현대산업개발·대우건설·롯데건설)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면서 법정 다툼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앞서 둔촌주공은 지난 13일 대의원회의에서 '시공사업단 조건부 계약해지 안건의 총회상정안'을 논의한 결과 대의원 120명 중 116명이 참석한 가운데 찬성 111표로 원안을 가결했다. 조합은 공사 중단이 10일간 이어질 경우 별도 대의원회 없이 이사회 의결로 총회를 열어 계약해지 안건을 상정할 수 있다. 지난 15일부터 시작된 공사 중단이 이날 현재 10일 이상 지속되고 있지만, 조합은 일단 중재에 나선 서울시 판단을 지켜보며 향후 대처에 나서기로 했다. 그러나 공사비 인상 계약 무효 소송 등의 법적 공방도 예정돼 있어 협상 타결까지는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송파구 잠실진주는 공사 현장에서 삼국시대 유물이 발견되면서 공사가 중단됐다. 해당 사업장은 삼성물산과 HDC현대산업개발이 시공을 맡아 철거와 이주까지 끝내고 작년 12월 착공에 들어갔었다. 총 2678가구 규모의 이 단지는 당초 올해 하반기 일반분양(819가구)에 나설 계획이었다.
여기에 조합과 시공사업단의 법적 분쟁도 우려된다. 조합은 HDC현대산업개발과의 계약 해지를 염두에 두고 있다. HDC현산이 영업정지 처분을 받았기에 건설산업기본법상 도급계약 해지 사유에 해당한다고 조합은 판단하고 있다. 다만 실제 계약 해지에 나설 경우 시공사와 손해배상청구 등의 법적 분쟁으로 비화할 가능성이 있다.
서초구 반포동 신반포15차(래미안원펜타스·641가구) 재건축은 당초 올해 5월로 예정됐던 분양 일정을 내년으로 연기했다. 조합과 전 시공사였던 대우건설 간 계약 해지 법적 분쟁이 주원인이다. 대우건설이 조합을 상대로 제기한 공사 중지 가처분 신청 건이 기각되면서 시공사 교체를 둘러싼 소송은 마침표를 찍었지만 분양 계획에는 차질이 생겼다.
동대문구 이문동 이문1구역(3069가구)과 이문3구역(4321가구)도 분양 지연이 예상된다. 이문1구역은 설계 변경 등을 거치며 분양가 확정이 늦춰져 일반분양 일정도 정하지 못했다. 이문3구역은 오는 30일 총회를 열고 HDC현산 시공권 배제에 나선다는 방침이기에 향후 법적 분쟁이 예상된다.
서울 은평구 대조1구역은 조합과 시공사의 공사비 갈등 탓에 착공 일정이 연기됐다. 현대건설은 3.3㎡당 528만원의 공사비를 제시했는데, 일부 조합원들은 인근의 다른 현장과 비교했을 때 공사비가 과하다며 거부하고 있다. 공사비 증액 기준도 소비자물가지수가 아닌 건설물가지수를 적용해 시공사에만 유리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현장은 이니 철거까지 이뤄진 상황이다.
지방의 정비사업장에서도 조합과 시공사간 공사비용 갈등으로 맞소송을 벌이는 현장이 나왔다.
대전 용두동2구역 재개발조합은 최근 진행된 조합 임시총회에서 IS동서와의 시공 계약 해지 안건을 가결시키고 지난 15일 시공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조합 측은 "전임 집행부가 승인한 부당한 계약 내용에 대한 재협상을 시공사 측에 요구했는데, 25번이 넘는 재협상 참여 공문을 보내는 동안에도 시공사 측이 적극적으로 협상에 임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가장 문제가 된 계약 내용은 공사비 인상이었다. 당초 시공사 공사비는 3.3㎡당 405만원 수준이었지만, 사업이 진행되며 공사 비용이 크게 증가했고, 전임 집행부는 467만원으로 공사비를 인상해 계약서를 변경했다.
이후 별다른 공사비 검증 없이 계약서 변경을 강행했다는 이유로 조합장과 집행부가 교체됐다. 새 집행부는 공사비 인상과 건설공사비지수에 따른 물가상승 반영 등이 부당한 계약 조건이라며 재협상을 요구했다. 하지만, IS동서 측은 조합 집행부가 바뀌었다는 이유로 시공 계약을 해지하는 것은 인정할 수 없다고 맞섰다. 공사비 상승은 치솟은 원자재 가격으로 인한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강조했다.
한 정비사업계 관계자는 "택지비 평가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 관련 일정을 늦추려는 정비사업들이 늘고 있다"면서 "택지비 평가를 늦출 경우 새 정부의 규제 완화 조치에 따라 유리한 가격을 받고 분양가격도 높일 수 있다는 기대감이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서울 내 주요 재건축 단지가 상반기로 예정됐던 분양 일정을 하반기로 연기한 이유도 이와 무방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조성신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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