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행복을 안은 달항아리"...지강 김판기 개인전 개최
입력 2022-04-27 17:39 
'달항아리 명장' 김판기 도예작가는 5월 7일부터 30일까지 혜원아트 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엽니다.
김판기, 고려청자와 조선백자 아우르는 영역 구축
"달항아리, 근본에서 우러나오는 색 중시"
'달항아리 명장' 김판기 도예작가가 개인전을 엽니다. 김판기 작가는 40여년 간 도예의 길을 걸어온 이천의 대표 도예작가로, 1983년 도예를 배우겠다며 무일푼으로 이천의 가마 작업실을 찾아 입문한 이후 고려청자와 조선백자를 아우르는 영역을 구축하며 명성을 쌓아왔습니다.

김 작가는 명성만큼이나 수상 이력도 화려합니다. 2000년 동아공예대전 대상, 2008년 경기도 공예품 경진대회 금상, 2008년 유네스코 우수 수공예품 지정, 2012년 광주 백자공모전 대상 등을 수상했고, 2016년에는 이천 도자기 명장에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김 작가의 '지강도요'는 이천 도예촌에 20년 이상 터를 잡고 있습니다. '지강도요(之江陶窯)'는 명인의 스승이 지어준 작업실의 이름으로, 강물처럼 유유한 생을 산다는 뜻이 담겼습니다. 이는 작품을 만듦에 있어서도 서두르지 않고 도도하게 임한다는 김 작가의 작업 정신이 담겨있다는 평가입니다. 실제, 김 작가는 솔직하고 순수함을 작품에 드러내고 있습니다. 화려한 기교나 색채보다는 대토와 유약의 특성이 잘 드러나는 방향을 추구히고, 전통 속 본질과 모던 사이의 조화를 이끌어 내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우리 백자 달항아리는 대토에서 우러나오는 그 본연의 색깔을 중시합니다. 요새 트렌드는 아주 매트하고 하얀 질감을 선호하기도 해요. 그럼에도 조선백자는 일본이나 중국 자기와 달리 근본에서 우러나오는 색을 중시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그래야 더 깊이가 있고, 그 안에서 이야기가 스며나오죠."

김 작가가 생각하는 달항아리의 미학은 수치화되고 공식화된 서구식 기준으로는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청자는 색, 백자는 형이 우선입니다. 잘생겨야 해요. 어색하지 않고 자연스러워야죠. 그건 한마디로 정의할 수가 없어요. 이 달항아리도 굽이 입보다 작아야 한다는 정도 외에는 모두 조화로움의 영역이죠."

달항아리는 현재 세계적인 관심을 받고 있는 K-아트의 중심에 서 있기도 합니다. 소설가 알랭드 보통은 저서에서 "달항아리를 보면 강렬한 감동과 용기를 얻는다"고 표현했고, 세계적인 디자이너 조나단 앤더슨도 달항아리 20점을 구입해 세계 여러 곳의 로에베 매장을 꾸미기도 했습니다. 또, 평창 동계올림픽 때는 달항아리 성화대가 세계인들의 시선을 사로 잡았고, 최근에는 BTS RM(김남준)이 달항아리 컬렉션을 SNS를 통해 공개해 화제를 모았습니다. .

김판기 작가의 달항아리 개인전은 5월 6일부터 30일까지, 서울 강남 혜원아트 갤러리에서 열립니다.
김판기 작가는 이천의 대표 도예작가로, 1983년 도예를 배우겠다며 무일푼으로 이천의 가마 작업실을 찾아 입문한 이후 고려청자와 조선백자를 아우르는 영역을 구축하며 명성을 쌓아왔습니다.

아래는 <김판기 작가 인터뷰> 전문입니다.

Q 좋은 달항아리를 고르는 기준이 있을까요?
A 원칙적으로 우리 백자 달항아리는 대토에서 우러나오는 그 본연의 색깔을 중시합니다. 우리 백자 유약은 다 투명하죠. 요새 트렌드는 아주 매트하고 하얀 질감을 선호하기도 해요. 그럼에도 조선 백자는 일본이나 중국 자기와 달리 근본에서 우러나오는 색을 중시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그래야 더 깊이가 있고, 그 안에서 이야기가 스며나오죠.

Q 선생님의 달항아리들을 보다보면 자연스러움이라는 키워드가 떠오릅니다.
A 매끈하고 둥글게 만드는 것은 쉬워요. 다만 어색하지 않아야 하죠. 어떤 변화가 있는 자유 분방함이 있어야 하구요. 제작 과정에서 생기는 수축, 혹은 불을 때면서 생기는 변화가 자연스러움을 만들어냅니다. 무게나 중력에 약간 눌리거나 기울기도 하고. 그래서 달항아리는 옆으로 약간만 돌려도 다른 모양이 나와요. 그게 멋입니다.


Q 이상적인 비율 같은 것이 있을까요.
A 딱히 정해진 공식은 없다고 생각해요. 조화로운 균형감을 찾아 내야죠. 또 소박함과 푸근함이 느껴져야겠구요. 물론 굽이 입보다 작아야 한다는 정도의 공식은 있겠네요. 그 외에는 모두 조화로움의 영역이죠."

Q 달항아리는 조선 백자인데, 현대적이고 모던한 느낌도 풍기는 것 같습니다.
A 어느 장소에나 잘 어울립니다. 한옥 뿐 만 아니라 콘크리트에도 잘 어울리죠. 전시장 위 뿐 아니라 바닥에 툭 놓아도 멋집니다. 현대적이면서 또 추상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죠.

Q 40여년 간 작업을 해 오셨다고 들었습니다. 처음에는 어떻게 배우셨나요.
A 20대 때 무작정 도예를 배우겠다고 이천 터미널에서 내렸습니다. 당시에는 도예 기법이 문헌으로 많이 남아 있지 않았어요. 물레작업과 기초 성분, 배합, 재료 별 성질 등을 정확히 알기 어려웠어요. 오히려 서양에서 나온 도자 기초서로 배우기도 했었죠. 열악한 환경이었지만,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는 생각으로 물고 늘어졌습니다. 요새는 서양으로 유학을 가면, 그들이 오히려 "너희가 원조인데 왜 여기로 배우러 왔냐"는 말도 한다고 들었습니다.(웃음)

Q 사람들이 달항아리를 갖고 싶을 때 어떤 기준을 가지고 살펴봐야 할까요.
A 청자는 색, 백자는 형이 우선입니다. 잘생겨야 해요. 어색하지 않고 자연스러워야죠. 그건 한마디로 정의할 수가 없어요. 자연스러운 조화. 달처럼 터질 듯한 팽창감도 있으면서, 긴장감을 잃어선 안되고. 또 입과 굽의 비율도 딱 맞겠다 싶은 지점이 있어요. 구입하시는 분들 보면, 대부분 스스로 공부를 많이 하시고 오세요. 스스로 기준이 어느 정도는 서야 합니다.

[디지털뉴스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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