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악범 사건 변호사들 "피의자도 변호인 조력 받을 권리 있어"
'계곡 살인 사건의 피의자로 지목돼 구속된 이은해(31) 씨와 조현수(30) 씨가 국선변호인의 도움을 거부하고 사선변호인을 선임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다만 아직까지 변호인은 구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 씨는 내연남인 조 씨와 함께 2019년 6월 30일 오후 8시 24분경 경기 가평군 용소계곡에서 남편 윤모 씨를 살해한 혐의 등을 받고 있습니다. 또한 이들은 2019년 2월과 5월 복어 피 등을 섞은 음식을 먹이거나 낚시터 물에 빠뜨려 윤씨를 살해하려 한 혐의도 받고 있습니다.
이 씨와 조 씨는 검거 직후인 지난 16일부터 시작된 검찰 조사에 비협조적 태도를 유지해왔습니다. 특히 이 씨는 변호사 조력권 행사를 주장하며 변호사를 선임한 후 입을 열겠다고 했지만, 구속영장이 발부된 이튿날인 지난 20일 조사 때부터 국선변호인의 도움을 거부해온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법원이 선정한 국선변호인은 당시 인천지검 청사에 갔다가 이 씨 측 의사를 확인한 뒤 되돌아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국선변호인은 사선변호인이 선정되지 않은 피고인을 위해 법원이 국가의 비용으로 변호인을 선정해주는 제도입니다.
특히 이 씨는 구속 이후 살인과 살인미수 혐의를 강하게 부인해오고 있습니다. 이러한 이 씨의 태도에 법조계 안팎에서는 그가 검찰 조사뿐 아니라 향후 재판에서도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해 무죄를 주장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이 씨와 조 씨는 계속해서 가족을 통해 사선변호인을 구하고 있지만 변호사들은 사회적으로 지탄받는 이들의 사건을 수임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분위기라고 보았습니다.
일례로 지난 2019년 전 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던 고유정 사건의 경우 선임됐던 변호인들은 쏟아지는 항의 전화를 받아야 했습니다. 또한 1심에서 고 씨를 변호한 남윤국 변호사는 많은 이들에게 비난을 들었습니다.
전 남편 살해 혐의로 구속기소된 고유정이 지난 2019년 9월 16일 오후 세 번째 재판을 받기 위해 제주지법으로 이송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고 씨는 면접교섭권을 이행하기 위해 찾아온 전 남편 강모 씨를 제주 한 무인 펜션에서 잔혹하게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그가 시신을 처참히 훼손해 여러 곳에 유기한 탓에 유가족은 시신의 일부조차 찾지 못했고 결국 장례식도 치르지 못했습니다.
이에 남 변호사뿐 아니라 흉악범 사건을 수임하는 변호사들은 모두가 등을 돌리는 피의자도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있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합니다.
한편 이 씨와 조 씨는 지난해 12월 14일 검찰의 2차 조사를 앞두고 잠적한 뒤 4개월 만인 지난 16일 경기도 고양시 삼송역 인근 한 오피스텔 22층에서 경찰에 검거됐습니다.
[디지털뉴스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