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탁, 두산의 새로운 에이스 가능성 보인다 [정민태의 Pitching]

로버트 스탁은 두산 베어스의 새로운 에이스가 될 가능성이 보인다.
두산이 NC 다이노스에 8-4로 승리한 4월 26일 잠실 경기를 지켜봤다. 이날 두 팀은 각각 루친스키와 스탁이라는 현재 마운드 에이스가 등판했다.
우선 NC 루친스키는 좋았던 지난해 투구와 올해 투구가 큰 차이가 없었다. 구위나 투구내용은 상당히 괜찮았다. 두산 타자들이 잘 준비해서 정교하게 루친스키를 공략한 것 같다. 안타를 맞은 공도 스트라이크존 가운데로 몰리는 공은 많지 않았다. 또한 유인구로 볼이었던 공까지 두산이 때려내는 장면이 있었다.
아무리 좋은 투수라고 할지라도 언제든지 점수를 내줄 수 있다. 정타를 맞지 않아도 안타가 나오는 것 역시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건 NC의 수비력이 루친스키의 투구를 뒷받침해주지 못했다는 점이다. 지난해 NC는 수비가 굉장히 좋은 팀이었는데 26일은 아니었다. NC의 패인은 선발 투수의 탓이라기 보다는 결국 수비에서 진 것이다.
4회 유격수 노진혁의 실책 이후 루친스키의 송구 실책이 나온 장면에서 사실상 승부가 갈렸다. 루친스키 역시 투구 동작 이후에는 수비를 하는 야수가 된다. 그런면에서 섬세하지 못한 수비를 펼친 것은 아쉽지만, 그런 상황에선 아무리 좋은 투수도 이길 수 없게 된다.

사진=김영구 기자

루친스키에 이어 등판한 하준영은 2년간의 재활을 거쳐 오랜만에 마운드에 올라온 것으로 안다. 하지만 부상 이후 복귀하는 많은 투수가 그렇듯이 투구 스로잉 동작에서 무의식적으로 통증을 의식한 듯 앞으로 공을 뿌려주지 못하고 동작이 작아지는 모습이 나오더라.
분명히 좋은 구종과 볼 끝을 가지고 있는 선수였는데, 몸 상태가 더 좋아져서 통증이 없어진다면 더 큰 스로잉 동작으로 공을 뿌리는 연습을 해야 할 것 같다. 이런 사례는 통증이 있는 투수라면 누구나 다 겪을 수 있다. 이런 점을 개선해야만 더 나은 투구를 할 수 있으리라고 본다.
또 하준영이 던질 때도 다시 노진혁의 실책으로 이어진 추가 실점이 나왔다. 이러면 경기를 포기하는 분위기가 될 수밖에 없다. NC는 공수주가 다 좋았던 팀이었는데 26일 경기는 상당히 실망스러웠다. 에이스 투수를 내고서도 실책에 의해서 졌기에 너무나 뼈 아픈 패배였다.
NC 투수들의 고전에는 타자들의 득점 지원이 부족한 것도 영향이 있을 것이라 본다. 득점이 나오지 않고 패배가 이어지면 투수들 역시 불안하고 초조해질 수밖에 없다. 투수와 야수들은 서로를 보완하는 관계다. NC의 저력을 본다면 타선만 살아나고 수비력을 다시 가다듬으면 분명히 치고 올라갈 수 있는 팀이다.

사진=김영구 기자

두산의 외국인 선수 스탁은 새로운 에이스가 될 수 있을만한 모습이 보였다. 직구의 무게도 있고, 볼 끝도 상당히 좋았다. 투구 스타일은 위에서 내리 꽂는 정통 오버핸드 유형이 아니라 약간 릴리스포인트가 내려와서 던지는 유형인데 워낙 구속이 빠르고 힘이 있다 보니 타자들이 컨택트를 하더라도 대부분 범타나 파울이 되는 공들이 많더라.
변화구 중에선 슬라이더가 상당히 좋았다. 체인지업은 던질 때마다 편차가 있었다. 체인지업의 완성도만 더 높인다면 굉장히 좋은 투수,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할 수 있을 투수가 될 수 있을 거란 기대감을 갖게 했다. 두산이 이번에도 좋은 투수를 잘 데려온 것 같다. 미란다가 부상으로 빠진 에이스 역할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야구인으로서 두산을 지켜볼때마다 '참 부럽다'는 기분이 많이 든다. '어떻게 야구를 저렇게 잘 할 수 있을까' 같은 생각들이다. 매년 전력 유출이 있음에도 또 새로운 좋은 선수를 데려오고, 젊은 선수들을 발굴해서 전력을 메우는 시스템을 보면 항상 감탄 하게 된다.

사진=천정환 기자

또 이렇듯 좋은 선수를 데려오고 기존 선수들을 육성하는 것엔 감독을 비롯한 1,2군 코칭스태프, 단장을 비롯한 스카우트 파트 등 많은 이의 노력이 있어야 가능할 것이다. 선수와 현장과 프런트의 삼박자가 잘 맞아떨어져서 좋은 전력을 보여주는 건 많은 야구인이 배워야 할 부분이다. 전력 유출이 많은 상황에서도 두산이 이렇듯이 상위권 전력을 유지하고 있는 것에 높은 평가를 하고 싶다.
(전 한화 이글스 투수코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