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공시번복·계약해지에 멍드는 코스피
입력 2022-04-24 18:20  | 수정 2022-04-24 21:06
올해 들어 유가증권 시장(코스피)에서 불투명한 공시로 제재를 받는 상장사가 늘어나는 추세다. 2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1월 3일~4월 22일) 코스피 11곳, 코스닥 16곳 등 총 28곳 상장사가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됐다. 코스닥의 경우 전년 동기(27곳)에 비해 11곳 감소했지만, 코스피는 전년 동기(5곳)보다 2배 이상 늘었다. 지난해 양 시장에서 117건, 2020년 136건 등 매년 100곳 이상의 상장사가 불성실공시로 제재를 받고 있는데, 올해는 코스피에서 이 같은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2021년과 2020년 코스피 불성실공시법인은 각각 18곳, 15곳에 그쳤다.
사유를 살펴보면 신고 기한에 공시를 하지 않은 '공시 불이행'과 공시 내용을 취소하는 '공시 번복'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공시 불이행에서는 계약 등 중요 사실을 발생일보다 늦게 알린 '지연 공시'가 많았다. 코스피에선 대표적으로 에스디바이오센서가 지난 1월 7일 경쟁사에서 소송을 제기 당한 사실을 사흘 후 뒤늦게 공시해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됐다. 한화솔루션은 2019년 3월 계약 금액을 정정한 사실이 있었지만, 이를 1년9개월 후인 작년 12월에 지연 공시해 제재를 받았다. 일성건설 역시 지난해 5월 1300억원 규모 재개발 공사 도급 계약이 해지된 사실을 올해 2월 뒤늦게 공시해 문제가 됐다. 이 밖에 동원산업은 타인에 대한 담보 제공 결정 지연 공시, 참엔지니어링은 계약 체결 사실 지연 공시, 에이블씨엔씨는 주주총회 소집 결의 지연 공시로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됐다. 대부분의 경우 제재금 800만원을 부과받았다.
계약 해지, 결정 철회 등 공시 번복으로 제재를 받은 코스피 상장사는 한창과 비케이탑스였다. 비케이탑스는 지난해 9월 148억원어치 매매 계약 사실을 공시했다가 3개월 후 계약 해지를 밝혀 1400만원의 제재금을 부과받았다.
LG생활건강은 지난 2월 실적 공시 전에 내용 일부를 증권사에 전달해 실적 공정 공시 불이행으로 문제가 된 바 있다. 유가증권 시장 공시 규정상 매출액, 영업손익, 법인세 비용 차감 전 계속사업손익이나 당기순손익 등에 대한 전망·예측은 공정 공시에 해당한다. LG생활건강은 일부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을 대상으로 작년 4분기 영업 실적과 관련해 지난해 12월 면세점 매출이 일시적으로 거의 발생하지 않았다는 정보를 제공했다. 실적과 관련한 민감한 정보를 미리 특정 기관에 알리는 것은 불공정거래로 여겨질 수 있다.

이처럼 시가총액 상위권 대기업을 비롯해 코스피 상장사들의 불성실공시가 빈번하게 발생하자 투자자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된 기업은 주가가 급락하거나 상장폐지로 이어질 위험성이 있어 투자자들의 피해가 크기 때문이다. 대부분 기업이 불성실공시법인 지정 예고 이후 주가가 크게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일성건설은 불성실공시법인 지정 예고 이후 7거래일간 주가가 13% 넘게 하락했다. 비케이탑스는 지정 예고 당일 하루 만에 주가가 3.68% 하락했고 한화솔루션은 이틀 만에 3.93% 떨어졌다.
불성실공시로 지정되는 곳 외에도 매출을 잘못 기입하는 단순 실수나 공시제도 신뢰를 깎아 먹는 행태도 매년 반복되고 있다. 지난달 22일 크라운제과는 2021년 사업보고서에서 매출액은 38경1212조원, 영업이익은 1경5876조원으로 잘못 기재했다. 재무제표상 '원'으로 기재해야 할 단위를 '백만원'으로 잘못 기재한 것이다. 또 지난해 4월엔 현대차증권 분기보고서에 공시 담당자가 '공시업무 지겨워' 등 내용을 흰색 글씨로 숨겨놓은 것이 뒤늦게 발각돼 논란이 됐다. 한국거래소는 이 같은 공시 실수와 불성실공시를 막기 위해 2020년 하반기부터 중소상장법인을 대상으로 공시 체계 구축 컨설팅을 제공하고 있다.
[김금이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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