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가 올해 1분기 부진한 실적을 기록한 것에 대해 엇갈린 평가가 나오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매출과 영업 이익이 시장 전망치를 하회한 '어닝쇼크'지만, 계절성 비수기와 인건비 상승에 따른 '숨고르기'에 가깝다는 의견이 맞선다.
◆ 시장 기대 못 미쳐 vs 계절성·인건비 때문 잠시 주춤
네이버는 올해 1분기 연결기준 매출이 1조8452억원, 영업이익은 3018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21일 밝혔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3%, 4.4% 증가했지만, 전 분기와 비교하면 4.3%, 14.1%씩 감소했다.
1분기 실적이 시장 전망치(매출 1조8789억, 영업이익 3441억)를 밑돌면서 실적 부진이라는 평가를 피하지 못했다. 하지만 원래 1분기는 계절적 비수기인데다 올림픽 중계권, 음원 비용의 정산이 뒤늦게 적용된 점, 모든 사업 부문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두 자릿수 성장을 이룬 점 등을 고려하면 일시적인 현상이라는 분석이다.
실적이 주춤한 데는 특히 인건비와 마케팅 비용이 증가한 탓이 컸다. 네이버는 지난해 개발 인재를 확충하며 직간접 비용이 일시적으로 증가했다. 작년 말 기준 직원 수는 4678명으로 한해 전 4076명 대비 600명가량 늘었다.
네이버웹툰 슈퍼캐스팅 등 해외 사업을 가속화하며 마케팅 비용도 증가했다. 올해 1분기 마케팅비용은 2224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30% 가량 상승했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와 김남선 최고재무책임자(CFO)도 이를 인지해다. 이에 따라 매출 상승 전략 중 하나로 인건비 등 영업비용 지출 감소를 꼽았다.
최 대표는 "올해부터는 마케팅이나 인건비와 같은 비용 부문에 있어서도 효율화에 집중할 예정"이라며 "곧 수익성에서도 개선 효과를 나타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라고 전했다.
김 CFO는 역시"인건비 같은 경우에는 작년까지는 채용을 늘리면서 성장을 해왔는데 예년 수준으로 통제하면 영업 마진 전망은 1분기보다 개선될 것"이라고 밝혔다.
◆ 실적 상승은 커머스·웹툰 통한 '해외 공략'으로
네이버의 실적 상승 전략은 비용을 줄이면서 커머스, 웹툰 등 국내에서 검증된 성공 방정식을 해외에서 재현하는 것이다.
먼저 일본에서는 국내 스마트스토어처럼 검색·쇼핑·결제로 이어지는 사업 구조를 구축한다. 일본 메이저 검색 포털인 야후와 메신저 라인이 이미 확보한 이용자를 활용하겠다는 계획이다.
연내 네이버와 야후가 공동 개발 중인 쇼핑 검색을 출시하고, 쇼핑 검색 광고도 도입할 예정이다. 이미 야후의 영업조직 주도로 판매자들을 모집하고 있다.
김 CFO는 "일본의 커머스 시장은 잠재력이 큰 시장으로 규모는 한국의 3배, 침투율은 3분의 1이다"라며 "장기적으로 국내를 능가하는 수익을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미국을 중심으로 성장 중인 웹툰은 2차 영상화 작업에 집중한다. 약 1000억원의 2차 영상 제작 기금을 투자해 북미에서 넷플릭스 같은 해외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힘쓸 계획이다.
이미 네이버가 인수한 북미 최대 웹소설 플랫폼 왓패드와 함께 수십개의 대형 영상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현재 웹툰은 글로벌 월간 활성 이용자가 1억8000만명에 달하고, 미국에서만 1500만명을 확보했다.
웹툰은 1분기 실적에서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78% 늘고, 국내 사업 연간 이익률은 20%를 달성하는 등 수익 창출 잠재력이 검증됐다는 게 네이버의 판단이다.
최 대표는 "국내사업의 지속적인 성장과 수익성을 향상시키는 노력을 더욱 강화하는 한편 글로벌에서는 웹툰 등의 자체적인 성장 노력과 함께 적극적인 파트너십 기회를 모색해 빠르게 성과를 가시화할 것"이라고 전했다.
[김우현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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