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부산을 방문했지만 지역의 가장 큰 관심사인 KDB산업은행 부산 이전과 관련해서는 한 마디도 하지 않아 각종 뒷얘기가 나오고 있다.
윤 당선인은 지난 22일 부산을 찾아 전국 상공회의소 회장단과 10대 그룹 대표 등 경제인과 회동을 가졌다. 이날 행사에는 윤 당선인을 비롯해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 장인화 부산상의 회장 등 전국 상의 회장단과 이인용 삼성전자 사장 등 국내 10대 그룹 대표 등 경제인 80여 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2030부산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를 위한 민관 합동 총력전에 나서기로 뜻을 모았다.
이 자리에서 윤 당선인은 격려사를 통해 "새 정부는 엑스포 유치를 위해 모든 역량을 결집할 것"이라며 "인수위의 엑스포유치특위에 이어 새정부가 들어서면 산업부, 외교부, 부산시가 총력 지원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정부가 회원국 교섭 등 외교 역량을 총결집 하겠지만 기업의 경제외교도 중요하다. 도와달라"며 "정부와 기업이 손잡고 멋진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 최선봉에서 뛰겠다"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22일 부산 해운대구 반송큰시장을 방문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하지만 이날 윤 당선인은 엑스포 이외 산업은행 부산 이전에 대해서는 한 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부산상의에서 행사를 마치고 한 기자가 산은 이전에 대한 입장을 밝혀달라고 질문까지 했지만 아무런 답도 하지 않고 자리를 떠났다.당초 윤 당선인은 부산을 방문해 산은 이전 예정부지인 부산국제금융센터(BIFC) 앞 공터를 방문한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었다. 이 자리에서 윤 당선인이 산은 부산 이전을 다시 한 번 언급하면 갈등을 겪고 있는 이전 문제가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부산시민들은 기대했다. 그러나 당선인은 부산상의만 방문하고 걸어서 5분 거리에 불과한 BIFC는 아예 들리지도 않았다. 부산시민들의 가장 큰 관심사인 산은 이전에 대한 일정은 전혀 없이 상대적으로 덜 중요하다고 인식되는 센텀2지구 산업단지를 방문한 것도 의외라는 반응이다. 또 부산의 많은 현안에도 불구하고 전통시장을 방문한 것은 생뚱맞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부산 정치권에서는 산은 부산이전이 워낙 민감하게 진행되다보니 당선인이 확답을 하기에는 부담스러운 측면이 있지 않았냐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서울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12일 열린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KDB산업은행의 부산 이전은 국가 경쟁력을 낮추는 자해 행위"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오 시장은 "형식논리적인 국토균형발전 명분 때문에 국책은행을 지방으로 내려보내는 것은 국가적 견지에서 보면 자해적인 결과로 귀결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그는 "균형발전이 필요한 목표라는 데 100% 동의하지만 스스로 국가 경쟁력을 감소시키는 형태로 나타나지 않는지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부산국제금융센터(BIFC) 3단계 사업이 지난달 착공했다. 부산시는 산업은행이 이전하면 이 부지를 제공할 계획이다. 공터 왼쪽 강 건너에 보이는 것이 부산상공회의소 건물. 걸어서 불과 5분거리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산은 부산이전이 주춤하자 부산시민단체들은 윤 당선인에게 약속 이행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나섰다.부산경제살리기시민연대는 지난 19일 긴급 성명을 통해 "부산시민은 산업은행 이전이 그동안 침체됐던 부산지역 경제활성화의 기폭제가 될 것으로 기대하지만 일부 은행노조 및 수도권 일부 지자체장들이 기득권을 놓지 않으려고 한다"고 밝혔다. 박인호 시민연대 대표는 "윤 당선인은 산업은행 부산이전 공약을 선거기간은 물론 인수위 기자간담회에서도 여러 차례 약속하는 등 지역균형발전에 대한 강력한 실천 의지를 밝혔다"며 "산은은 정책금융의 상당 부분이 해양·조선분야에 특화돼 있어 서울에만 있을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부산 = 박동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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